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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열린생각과 열린답변에관해

2009년 12월 쓴 글을 옮김



뻔한 문제에 열린 생각을 갖고 답변하기를 요구하는 상황들이 있다.

예를 들어, 1+1이 2가 아니라 다른 답변들이 나오길 바라는 상황들이다.

모든 문제 풀이에는 암묵적인 전제가 필요하다 .

1+1= ? 이라는 문제에 2라고 답을 하려면 1과 2, +, = 기호 등에 대한 정의의 (흔히 암묵적인) 공유 및 동의가 있어야 한다.

흔히 우리는,

'1과 2는 자연수고, 자연수란 ~~~ 성질을 지닌 것이며, +와= 연산자는 무엇이며 이것은 십진법이고, 가로쓰기로 문항을 표기한 것이고.. 답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기하고 위 전제조건을 만족시키는 한에서 '참'으로 답해야한다 등등등'

머 그딴 뻔한 전제들은 편의상 생략하고 문제를 낸다.

물론, 이 전제들은 사실 문제 내기 전에 명확히 밝혀 주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귀찮기때문에 그 정도 약속은 의무교육과정을 통해 서로 공유돼 있다는 전제하에 문제내고 답을 하는거다.

너좋고 나좋고 뭐 그런.

그리고 그렇게 암묵적 전제하에 문제를 내고 답을 해야한다는 사실 자체가 꽤 중요한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교에서 시험보고 점수 얻어서 진학을 하고.. 뭐 그딴 절차에 통과할 수 없다.

그렇기에, 소위 '열린 생각'을 강요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싶다면,

(예를 들어 1+1의 답이 2가 아니라 창문..이나 0 혹은 1 등등.. 암튼 그런 안드로메다 답을 요구하는 문제들)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역으로, 우리가 소위 '상식선'에서 동의하고 있는 그런 전제들...을 벗어나도 된다는 조건을 달아주어야 하는것이다.

1+1이 창문..이 나오게 하려면,

"응답자들은 1, 2, +, =등의 기호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벗어나 답해주시길 바람".. 이딴 전제조건 정도는 달아주는 것이 예의인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긴 상당히 어려울거다.

어떤 응답자가 1+1은 6이라고 답해놓고,

'내가 아는 어떤 행성에선 1과 1을 더하면 6이 되도록 해놨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기때문에.

우리의 암묵적 전제조건들을 어디까지 어기고 어디까지 지켜야하는지 선을 긋는 작업 자체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뭐.......그냥 답하는 놈이 알아서 적절히 수위를 조절해서 눈치껏 답하게 되는 구조가 되겠지...

뭐 세상이 그런거지. ㅋㅋ

암튼 저딴 문제들을 내면서

1+1에 2라고 답해주면, 생각이 너무 닫혀있다느니... 라고 하는 꼴을 보면 웃겨서.

참고로, 남들이 인정하는 열린 답변을 하는 포인트는,

너무 열려서는?! 안되고, 상식선 내에서 답을 해 주어야 한다는 거...

너무 자유롭게 답하여 '대중성' 없는 답이 나오면 역시 에러다.

전제조건 100가지가 있다면 한두가지 전제조건 정도만 살짝 어긴 답을 해 주어야 상대도 비로소 이해를 할 수 있기에 기뻐한다는 것이다 -_-

아무튼 나는 저런류의 문제를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자극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딴 감당못할 문제들을 내는 꼴에 결벽증적 불만-_-;;;이 치솟아 오르기도 한다능.

뭐 대체로는 이해해주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