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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기(책,만화)

[그림] 나의 개잡예술론

1. 나는 자극적이고 비뚤어진 것에 가장 감동을 느끼는 인간이다.


영화를 볼 때도, 조용하고 아름답고 목가적인 롱테이크가 10분씩 펼쳐지는 장면은 그냥 뭐 그런가 싶지만, 직관적으로 충격적인 뭔가를 눈앞에 들이대면 금세 몰입하는 단순한 닝겐크크ㅡ크크족속인 것이다.


예술을 해 본 적도 없고 예술 정규교육도 받지 못해서 예술의 세계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나같은 사람은, 어떤 작품이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얼마나 뭔가가 뛰어나고 이런거 알지 못한다. 


그냥 뭔가 쇼킹쇼킹한걸 안겨줘야 우와.. 싶은 것이다.

뭐 조용한 소재를 좋아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뭔가 살짝 비뚤어져야 한다. 그래야 자극적이고 재밌음. 


응, 난 그냥 무식하다. 




2. 그렇지만, 무식한 나도 나름의 쇼킹 기준은 있다. 

이떄의 충격/자극은 인간의 본성 비슷한 곳이라도 찌르는, 어떤 진실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저것 기교 쇼 부리는 것도 뭐 나름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정규교육 못받고 예술 해 본적도 없기에 기교에 대한 큰 감탄은 하지 못하는 종자다. 따라서 그런 것에 깊이 감동하거나 내 인생이 뒤흔들리진 않는다. 

차라리 흐린 하늘이나 비냄새에 울먹일지언정. 

(지구나 우주의 보편적 감동이란 정말 살면 살수록 더더욱 후덜덜하다... 요즘같이 그냥 미친 때는 ㅅㅂ 아주 밖에만 나가면 숨이 막혀서 숨을 쉴 수가 없다..꽃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고 그냥 계절의 변화와 공기와 냄새와 5월 bgm이 어우러져서.. 아 다 개소리고 그냥 봄타나 보다 -_-;....아니 사실 사계절 내내 타고 있다... 혼자 있으면 정말  우리존재 지구 때문에 흐콰할 것 같으니까 사람들하고 좀 말 좀 해야 되나)


이걸 감수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 단지 개발되지 않은 못 배운 감수성이랄까.

이렇게 예술적으로 배우지 못한 나같은 인간들까지도 숨막히게 만드는 것이 정말 위대한 예술작품이겠지. 

그리고, 그렇게 아무나 숨막히게 만들려면 결국 인류의 어떤 보편성을 건드려야 한다.






3. 보편성을 건드린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문화권마다 엄청난 차이들이 있으니까.

그런 문화권을 넘은 보편적 초월성을 갖춘다는 것이야말로,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인 것이다.


문화권을 뛰어넘은 보편성을 건드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인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그 어떤 것'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1) 인간레벨 :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어떤 부분을 파고들거나,

2) 그룹레벨 : 인간이 몇 명 뭉쳐서 만들어내는 그룹 역학같은 걸 파고들거나,

3) 사회레벨 : 모든 사회의 공통적인 어떤 특성들을 찔러내는 것이다.



3의 경우 사회가 모두 다르기때문에, 아프리카 원시부족 모계사회와 한국의 마초씨족월드가 함께 공감하기는 힘들 것이다.

2의 경우 내향적인 나같은 인간은 심하게 느껴도 극외향적인 애들은 그게 뭐 'ㅅ' 일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한때 인간 셋 이상이 모이면 나타나는 그룹역학이나 역할이 너무 심하게 느껴져서, 사람들을 단체로 만나기 싫어했던 적이 있었는데... 뭐 외향적이고 진취적인 애들은 그런거 못 느꼈을 듯. 지금 외향화된 내가 무뎌졌으니까)


그러다 보니 1의 경우가 비교적 공감을 가장 쉽게 얻는 것이고, 1을 표현한 것이 가장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4.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인간 개인의 공통적인 본능, 심층심리를 건드리는 것들이란, 살짝 미친놈과의 경계를 드나드는 형태로 나타나며, 인간 존재 자체를 뭉그러뜨리는 어떤 위협이 담겨 있어, 

본능적인 공포와 충격, 때론 불쾌감을 주지만 거기 담긴 일말의 진실, 그로 인한 자석같은 매력을 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글로는 영국 시인 코울리지, 미국의 애드거 앨런 포우

음악으로는 킹크림슨 1집이라던가 독일 미친놈밴드 CAN 탈고마고

그림으로는 블랙페인팅 시절 고야라던가, 영국의 프랜시스베이컨이라던가.





p.s. 물론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그림만이 위대한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사람 자체의 의미를 찌르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대중성(충격적인 비주얼/오디오 자극으로)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뿐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본질적 진실을 담아내는 것들도 물론 많고... 이런 것들 중에 정말 명작이 나오게 마련이며... 가끔 무지한 나도 그런 것들을 보고 숨막힘을 느끼긴 한다만,


나는 예술의 형식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때문에, 저런 적당한 충격과 자극이 있는 작품이 일반적으로는 더 강렬하게 와닿고, 그렇기에 '불편한' 작품을 일반적으로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