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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듣기(음악)

[음악?] 생활소음

천둥번개가 치는 것을 듣고 보고 있자니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요즘은 음악을 전혀 듣지 않는다.

오다가다 귀에 들리는 것들이야 어쩔 수 없고, 이런 건 또 나름 즐겁게 감상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인공적으로 송출되는 소리를 내가 직접 찾아 듣지는 않는다.



음악뿐 아니라 동영상도, 티비도.

사람이 들으면서 즐기라고 만든 모든 형태의 것들이 별 의미도 없고 즐겁지도 않다.

특히 매스미디어에서 나오는 사람 목소리가 듣기 싫다. 구체적으로는 티비. 뉴스, 드라마 소리가 예전보다 더더욱 거슬려. 배우나 앵커가 과장되게 말하는 그 소리가 거슬려.




차라리 

쓰리콤보 천둥소리

열차가 지나가며 꿉꿉하고 무거운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

삼파장스탠드의 하이톤소프라노 모기와도 같은 고주파소리

후-후-후-후-부-부-부-부 약하게 돌고 있는 선풍기 소리.

한밤 중 키보드자판의 타닥거리는 리듬. 리듬의 흐름. 미묘한 음의 변화. 

새벽을 가르는, '웡'하는 외마디 개 짖음.


자연스러운 진동과 음과 리듬이 더 편하다.




(이런 생활소음들도 악보에 옮겨적을 수 있을 것은 같은데, 나는 사실 음을 정확히는 못 짚겠음...

그게...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짧은 생활소음 잠깐이라고 해도, 명확한 음을 가진 하나의 튀는 소리가 아니라 여러 겹의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 어떤 겹의 소리를 기준으로 음을 구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나. 어...어떤 레이어!?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음 잡는 것이 달라지....는 듯이 생각됨. 물론 이딴 생각들은 내 머릿속 망상이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매우 큼 ㅋ)



아무튼 그냥 이런 생활소음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듣기 좋으라고, 또 애써 어떤 의미를 담아 만들어 낸 음악보다,

생활 소음의 자연스러운 울림과 진동이 더 정직하고 듣기 좋다.

일단, 대체로 생활 소음 쪽이 훨씬 고퀄임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어느 시기에는 사람 목소리가 있는 음악을 잘 듣지 않았었다. only 기악.

사람 목소리에 처음 제대로 굴복한 것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읊조리듯 자연스러웠던.. 아 가수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

뭐 그렇다고 클래식과 친한 건 아니었음. 그냥 대충 음악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수준이나 아는 정도였달까.



천둥의 덜컹 소리에 마음이 훅 울리면서, 

자판 치는 소리든 천둥이든, 생활소음을 착실하게 음악으로 재현하고 싶은 욕심이 조금은 생기는데, 

어차피 그럴 능력도 없고, 능력이 있다고 해도 내가 느낀 천둥이나 키보드의 해석본을 토해내는 것이라서, 

키보드나 천둥 원판-_-의 아름다움은 줄 수 없기에 결국 못 할 짓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