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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FEHACK of INTP & ADHD/INTP의 시간관리 도전기

INTP, 시간관리에 도전하다 (2)

아래 글에 이어 쓰는 글. 

http://intpland.tistory.com/453



현재상태.jpg



이제 지식욕구는 넘쳐나는데 기억력은 더럽게 나쁘고 정리는 더럽게 못하며 일 수습이 안 되는 내가 현재의 각종 시간/일정 관리 시스템에 도전한 결과를 털어놓겠다.

이걸 위해 수많은 밤을 인터넷과 책들을 뒤지면서 실험하고 고민해왔다. (물론 당연히 다른 할 일이 있는데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다)

J이신 분들, 특히 SJ이신 분들은 여기에 절대 해당되지 않으므로,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불쌍한 중생 보듯 혀를 차며 산캐하게 사라지면 된다.




결론만 먼저 요약하면, 

스케줄 관리 : 아직 노답 ㅅㅂ. 일단 디지털은 노답이고 아날로그로 가기로 했다.

쵸큼이라도 성공하신 엔/인팁님들은 경험담 좀 나눠주세요ㅠㅜ



암튼 아래는 상세한 나의 체험기다.


0. 스마트+디지털 스케줄관리 도전

나는 GTD에 희망을 걸었으며, 동시에 디지털..특히 스마트기기에 희망을 걸었다. 매년 다이어리를 사고, 안 쓰며, 한번 쓸 때는 날짜 개무시하고 아무데나 써 제끼고, 나중엔 못 찾는 스스로가 조낸 한심해서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하고 싶기도 했다. 

                  사..사실은 스마트기기를 자주 사용하기때문에 그냥 이게 내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랬던 것뿐이다. 

                 (현재까진 '그래, 맛폰 네이놈이 날 이 꼴로 만들었겠다? ^_^ㅗ'의 기분) 


어플리케이션은, 분더리스트, 구글태스크, 30/30, 에버노트, way of life, 어썸노트, 휴식타이머 등을 생산성 용도로 다운받아 써 봤다. 아마 다른 것들도 더 받아봤는데 지웠음. 아 참고로 나는 앱등이다.

이전 글에서 썼듯이, 메인으로 구글캘린더/태스크를 GTD식으로 구축해서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모든게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뭔가 답답하고 자꾸 일정을 잊어버리게 됐다. 


게다가 GTD시스템 문제를 떠나, 생각보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로 스케줄, 할일 등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남들은 잘만 한다는데 나는 왜 이모양일까....라고 자문하기엔 내 뇌가 그렇게 안 생겨먹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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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쯤에서 살펴보는 나의 뇌구조 >


큰그림과 세부사항이 전부, 한꺼번에, 한 공간에서, 한눈에 보여야 함.

그러타. 나는 무슨 일을 하든지, 머리에 big picture가 있어야 하고, 그 big picture를 통해서 세부 일들이 가지처럼 뻗어 나가며 연결돼야 한다그래서 일을 할 때도 관련된 모든 아이템들을 다 주변에 보이도록 늘어놓아야 뭔가 할 수 있다.(남들이 볼 때 정말 더러워보이는 습관이지만). 아무튼 아무리 작은 일을 해도, 큰 그림을 함께 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게 내 뇌의 특징이다.

만약 이 큰 그림을 못 본 채로 작은 일들을 하면 내가 그냥 김기계노예같은 기분이 든달까. 뭔가 굉장히 허덕이고 정신도 못 차리고 불안하더라. 그렇다고 작은일을 챙기지 않고 빅픽쳐만 보게 된다면(이게 디폴트).... 작은일들을 다 까먹어서 생활이 엉망이 된다. 

그래서 지금도 닥치고 할일을 하는게 아니라 맨날 내 인생은 어디로 가는가 왜 사나 이런 것만 손나 고민하는 거겠지... 휴.



아무튼 내 입장에서 조금 정리된 삶을 살려면, 청사진과 세부사항, 이 모든게 내 뇌속에 매우 잘 구축돼 있던가, 아니면 시각적으로 한눈에 보여야 한다.

요즘은 삶이 복잡하고 대가리가 나빠졌기때문에 뇌 속에서 뭘 처리하는 건 그냥 불가능이고, 후자처럼 시각적으로 모든걸 한눈에 보고 관할할 수 있는 도구가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종이에 쓰긴 귀찮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를 통해 뭔가 도움을 받고 싶어졌는데...... 의외로 그게 구조적으로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됐다. 





왜 힘들어? --> 디지털로는 큰 그림과 세부사항을 한꺼번에, 한눈에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러타. 디지털로는 이 big picture를 구축하고, 세부사항과 함께 보기가 매우 어렵다. 


(1)

내가 사용해 본 다양한 할일앱이나 다이어리/플래너 시스템을 따라가다 보면, 세부 할일목록 위주로 쭉 적어나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큰 그림을 못 보니까 그냥 일개미처럼 일정에 쫓겨 허덕이는 기분이 든다. 

물론 각종 플래너들이 '큰 계획'을 앞 부분에 미리 구축하고 거기에 따라 중요도순으로 할일들을 배치하라고 권장하고는 있다.그런데 사명, 큰 계획...을 별도 공간에 적어봤자, 나한텐 무용지물임. 왜냐하면 한눈에 안보이거든ㅋ. '그게 뭐 어때서?'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나한텐 한눈에 세부와 큰그림이 자동으로 쫙 보이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임. 게을러서 어차피 펴보지도 않는다곸ㅋㅋㅋ.



(2) 

또한, 디지털로 big picture를 그리기 자체도 쉽지 않음. 마인드맵 앱? 그림 그리는 앱? 사명서? 전부 펜으로 종이에 자유롭게 쓰고 그리는 것보다 불편하기도 하고, 화면 크기도 작아서 답답하고, 형식상 제약도 있어서 손이 잘 가지 않음. 내가 그린 그림을 나중에 확대해서 봐야하는 형태라면 더더욱 에러임. 매번 '그림을 확대하는 행동'이라는 그 귀찮은 행동을 극복하며 확인할까요? 난 안함.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이전에 완전한 디지털화를 꿈꾸며, 스마트패드나 폰을 이용해 손필기를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손으로 종이에 쓰는 것만큼 기억에 남지 않았음. 이게 한두번 하고 만 게 아니라, 3-4개월씩 실험해본 것. (그리고 그 실험한 3-4개월 인생이 폭망했습니다)  실제로 학술적인 실험에서도, 디지털로 필기하는 것과 실제 아날로그 필기 간에 인지능력 차이가 나타난다고 하더라. 






아무튼 이런 이유로, 디지털을 이용해 빅픽쳐를 만드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음. 

그리고, 빅픽쳐와 소일거리가 연결돼서 한눈에 들어와야 만족한다는 내 뇌의 병신구조 특성상, 스케줄을 디지털로 관리하는 게 힘들 것 같음.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처럼 스마트폰으로 소일거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삶 전체를 생각하지 못한 채, 지금 눈 앞 일들에만 허덕이며, 그 나머지 시간은 무념무상쓰레기짓만 하는 노예가 될 것 같음. 그냥 내가 주도하지 않는, 나를 위한 시간이 없는, 노예라이프를 거부하겠다는 것. 

물론 이건 앱이나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겨먹었기에 나타나는 문제임을 다시 강조함.



결국, 지금 생각은, 디지탈을 포기하고,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혹은 시간 알람같은 기능만 간단히 이용할 수 있지만 이건 아날로그 방식이 손에 완전히 습관이 된 후에 나중에 보조적인 기능으로 사용해야 할 듯) 


휴........ 그러니까 다시 아날로그 다이어리로 컴백하는 걸로. 돌고 돌아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네. 

이제 나에게 맞는 아날로그 툴 (다이어리 ㅠㅠ)을 어떤 걸 쓰느냐를 결정해야 하는데, 아오 그냥 종이 큰거 여러 장 펀치 뚫어서 자유롭게 순서 바꿀 수 있게 한 다음, 두루마리로 갖고 다니면 딱 좋겠구만 ㅗㅗㅗ 그리고 한 장에 모든 걸 적는 식으로.

아....... 물론 그러면 잊어버리고 안 가지고 다니겠지. 기록하기도 귀찮아서 안 쓸거고. 암튼 이건 다음 글에서 고민하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