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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남들도'/'나만이런지' 라는 글자만 봐도 경기 일으킴

1.

한국의 문제점(특히 가치관에 관련된 것. 예를 들어 여성문제)을 지적한 글이나 뉴스가 올라올 때마다


1) '이 정도면 좋은 나라지, 미국/유럽/동남아 등등 봐라', '지금도 많이 발전한건데 그게 다 누구덕인지 모르냐?'

2) '아니 그 정도가 무슨 문제냐. 여기 댓글 추천수 보면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 안 한다'

3) '이 나라가 싫으면 북한으로 가세요'


이딴 좃병신같은 댓글이 흘러넘친다.


단지 지금 우리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자고 제시하는 글에서,

1) 왜 꼭 다른 나라와, 혹은 천만년 전 과거와 비교를 하는지, 

2) 문제가 맞는지 여부를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인증받으려 하는지,

3) 혹은 지금 우리나라 까는 거냐며 부들부들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현 한국의 문제가 과거보다/ 다른 나라보다 덜 심각하면 그건 문제가 아닌 것인가?

단순히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현명하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인터넷에는 참 병신들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2.

생각해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자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불합리하다.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면 

1) '솔직히 너 정도면 괜찮은거지. 그 정도도 안 되는 사람들이 흘러넘치는데 무슨?' 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거나,

2) '다른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 누가 그게 문제라고 하나.'라는 식으로 타인의 인증을 받으려 하거나,

3) '싫으면 다 때려쳐. 누가 그거 하래?'라며 문제해결 차원이 아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3)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후자가 안좋은 대응방식이라고는 많이들 동의하는데 (즉석에서 기분이 나쁘니),

1)과 2)의 '남과 비교' 사고방식이 깝깝하다고는 잘 생각들을 안 하는 듯해서 불만이다. 



2.1.

1)과 2)의 '남과 비교' 사고방식이 맘에 안 드는 이유를 풀어 쓰면,


1) 근본적으로 잘못돼서 궁극적으로는 사라져야 하는 문제에 대해 '남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라며 더 이상의 문제 해결 노력을 차단하는 것은 그냥 원칙적으로 헛소리임. 주로 사회가치문제를 이야기할 때 많이 나타남.


예) A: 왜 명절에는 꼭 아무도 안 쳐먹는 제삿상을 녀자 손으로 차려야 되냐? 존나 돈낭비네.

    B: 너네집 정도면 되게 편한 거지. 하나하나 손으로 다 차리는 여자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데.

       (*주: 이 비교 화법을 사용하는 다수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많이 씀)


--> '명절에 아무도 안 쳐먹는 제삿상을 차리는 것' 자체가 일방적 불공정 노동착취, 돈낭비 등 이미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없앨 문젠데,이 잘못된 제도를 유지한 채 남들과 비교하면서 중간타협을 하려고 하는 잘못된 접근을 쓰고 있음. 다수가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와 상관 없이 원래 오류는 오류인 것임.



     A: 미쿡의 동성애 결혼합법화에 찬성하니?

     B: 심정은 이해가 되는데, 문제가 많지 않아? 안될 것 같아.


--> 비슷한 오류 문제로, 동성애결혼합법화에 대해 찬반여부를 가리는 논쟁이 있음. 동성애자결혼이 합법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근거 없는 제도적 차별에서 기인한 오류이므로, 합법화를 '반대'하는 것이 애초에 근본적으로 잘못됨. 여기에 대해 찬반여부를 논쟁하려 하는 오류.




2) 내가 정의한 내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인증을 받는다는 병신같은 발상.

예) 부인: 나는 요즘 매우 바쁜데 집에서 일을 할 수 없으므로, 화수목은 밖에서 밤새 일하고 아침에 들어오겠음.

    남편: 남들한테 다 물어봐. 어떤 여자가 그러는지.


    남편: 나 사회생활 안 맞는 것 같아. 네가 돈 많이 버니까 네가 벌고 내가 아가 잘 보겠음.

    부인: 남들한테 다 물어봐. 어떤 남자가 그러는지.


--> 내 고유의 상황과 행동을 남과 비슷한 방법으로 행해야만 한다는 병신같은 발상. 남들이 하는대로 해야하는 내추럴본 좀비라고 하겠음. 둘이서 결정할 문제를 '남들한테 물어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고력 마비임.



와 쓰고나니 얘네들한테 나 되게 독선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넼ㅋ. 근데 '내 고유'의 문제와 '논리적으로 근거없는 차별'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



3.

아무튼 이런 좀비같은 집단씨족주의 비교사고에 반발을 느끼다 보니, 최근에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나만 이런지?" 라며 동의를 구하는 글을 보면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글: "남친이 ㅇㅇ해서 제가 화가났어요. 나만 이런지?"

나: 그냥 화가 나면 난 거지, 너만 그렇지 않으면 어쩔거냐. 


물론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머 진짜 화났겠어요.'라는 타인의 공감을 얻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성을 잃은 게 아닐까, 타인을 통해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하고픈 건강한 심리도 있었겠지.

혹은, 남친이 ㅇㅇ할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나에 대한 여러가지 해결책들을 댓글로 얻고 싶어 저렇게 썼을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의도에서 '나만 이러냐'라는 식의 글들을 씀. 유형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저 INTP인데 ㅇㅇㅇ해요. 다른 INTP도 이런가요?'라는 식으로)


그런데 위에 쓴 것과 같은 남들과의 비교화법에 워낙 물려 살다 보니, 게시판 등에서 가볍게 쓴 '나만 이런지?'를 보면, 일단 자기 주관 없이 남의 기준에 내 행동을 끼워 맞추려는 좀비사고방식으로 보여 일단 깝깝해진다.



아 오늘도 잉여력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