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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공연] 한국 엘리자벳, 일단 두대 맞고 시작하자 -_- (2)

http://intpland.tistory.com/52 
여기서 이어지는 글.


너무 몰아쳐서 깠더니 힘들다. 게다가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해서...
사실 이 횽이 애정이 있어서 까는거지, 뭐 별거 있겠나. 죽음 씨를 내 맘에 안 맞게 그렸다는 점이 가슴에 비수가 됐지만, 다른 부분은 맘에 드는 곳들도 있었다. 마리오넷 연출도 좋았고 루체니도 매끄럽게 진행했고 등등등....


하지만 애정이 있으니 다시 까기를 시작하겠다(쿨럭..)



2. 엘리자벳의 캐릭터

아아... 한국 엘리자벳에서는 게르만 버전에서의 그 당찬 기상이 사라져버렸다.
게르만 버전에서의 엘리자벳은, 비록 본의 아니게 현실의 벽에 갇혀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이고 호기심도 많고 당당하고 발랄하다. 게다가 시모 소피나 남편 황제에게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의견을 피력하며 대드는 당찬 캐릭터다.

따라서 죽음 씨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고 호기심/매력/애정으로 다가간다. 그리하여 둘의 불꽃 튀는 러브러브가 진행된다.

여기서 '불꽃튀는 러브러브'라는 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죽음 씨와 엘리자벳이 서로 이끌려 동등하게, 스스로의 선택으로 다가가 마주한다는 것을 의미하거든. 그리하여 둘이 대놓고 '밀당'질을 한다.

오리지날 버전의 동영상들.. 라스트댄스(엘리자벳의 결혼식에 죽음 씨가 나타났을 때의 춤), 내가 춤추고 싶을 때(주제곡)... 이거 두 곡을 보면, 엘리자벳의 몸짓이나 표정 등이 당차고 여유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영상은 앞 글에 붙여넣었다.)




- 일단 색기넘치는 올렉 아저씨와 마이케 여사의 버전부터.

일단 표정부터 보자. 엘리자벳의 저 즐기는 표정, 그리고 죽음의 '가소롭지만 귀엽다'는 듯한 표정.jpg







라스트댄스.. 부분을 보면 죽음 씨가 엘리자벳을 막 집어던지고 괴롭히는 것 같은데, 엘리자벳은 주눅들지않음.jpg







왜냐하면, 서로 매력을 느껴 탐하는(...) 것 다 알거든, 이거 밀당이거든.jpg






오오미 저 격한 애정표현 보소.jpg






-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우베 아저씨의 버전

역시 엘리자벳이 사신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린다는 느낌이 아닌, 서로 이끌리고, 유혹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미-묘데스!!



이렇게 게르만 버전에서 둘은 명백한 밀당 썸을 타는 관계로 설정이 되는데....





이번에 본 한국 버전에서 옥주현 씨가 연기한 엘리자벳에는... 원작 엘리의 패기가 사라졌다 -_-

따라서, 죽음과 저런 밀당 썸 타는 관계, 전혀 아니다. 죽음을 거부하려고 평생 노력하는 그녀는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여 휘둘리는 미약한 인간일 뿐이다. 거의 언제나 한국판 엘리자벳은 죽음이 나타나면 벌벌 떨며 손 끝도 안 마주치려고 한다. 손 끝만 스쳐도 죽는 것처럼 민감하게 군다;;; 게르만 버전에서처럼 당차게 미청년 죽음 씨를 유혹하고 도발하는 모습따위 전혀 볼 수 없다. 그냥 전통적 개념의 저승사자...에 대항하는 유약한 인간의 몸부림만을 볼 수 있을 뿐.

같은 맥락으로, 한국 엘리자벳은, 게르만 엘리자벳보다 훨씬 자기 목소리도 못 내고 주변 환경에 억눌린 캐릭터로 설정돼 있더라. 그 당당하게 시매미한테 대드는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을 억누르는 환경을 향해 나약하게 울부짖으며 고뇌하는 모습이 주로 나타나는 것을 보니, 너무 한국화된 그 모습에 깝깝함이 느껴졌다. 물론, 죽음 씨에게도 대들긴 커녕 그냥 울먹거리고 벌벌 떨면서 휘둘리자나.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여성화된 캐릭터라 그런 듯.

솔직히 그렇게 불쌍한 모습을 강조하여 설정하는게 한국에선 욕 안쳐먹고 더 친근하기에 이해는 가지만 (엘리자벳을 패기넘치게 그렸으면 99.9999%의 확률로 된장녀라고 욕처먹었을 듯).... 원작의 생생당당한 엘리자벳 캐릭터를, 전형적인 '한국판 구박받는 며느리'로 단순화 시켜 버려서 슬픕니다 연출자님.






3. 그래도 한국판 엘리자벳에서 훌륭한 점이 있었다면...

옥주현 씨 하나만 믿고 가자


아 목소리가 참 예쁘고 노래, 춤, 연기 모두 꽤 잘 하더라.
뭐, 그래 솔직히 가창력이 Pia급정도 되는 건 아니긴 한데... Pia가 A+면 옥주현 여사는 B+ 정도 급...
그래도 확실히 타고난 가창력이나 기교면이나 모두 훌륭하고,
특히 감정표현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물론 내가 원하던 엘리자벳 캐릭은 아니었어도, 핍박받는 며느리 엘리자벳 캐릭은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솔직히 옥주현 씨 없었으면 진짜 욕하고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옥주현 씨 덕분에 작품이 완전 살아난 것 같다.
안티들은 대체 뭘 보고 씹는거냐. 이러다 팬 될 기세다.



나머지는 다 중박이라 그냥 할 말이 없고....
결론적으로는 볼만함.
뭐 그냥 까고 싶었던 건 죽음 씨 캐릭터 및 배우의 미스캐스팅/ 엘리자벳 캐릭터.. 두개임. 그걸 이렇게 길게 주절거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