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각종 테스트 & me

INTP들의 일코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묘사하고 분류해보자.jpg






예전에 우연한 계기로 같은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도 말이 없었고 그 분도 말이 없어서 대화는 거의 해 보지 않았지만, 그 분이나 나나 맨 뒤 문가 자리를 선호해서 항상 비슷한 자리에 앉았던 것 같다.


당시 내 삶이 너무 팍팍해서 강의 도중에 맨날 졸고 제정신이 아닌 채로 들락날락거렸던 듯한데, 그 분은 그 와중에도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겼다.


굉장히 날카롭고 똑똑해 보이긴 했는데, 그 와중에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도 들고. 앞에서 발표하는 걸 보니, 똑똑해보이는 것에 비해서는 어딘가 결과물이 허술한 것 같기도 하고. 


므브티 깔때기인 내 눈에는 웬지 INTP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 


근데 그런건 함부로 추정하는 게 아니고 아무 근거도 없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고 있었다. 


여튼 유형이 뭐든 다른 사람들보다는 재미있어 보이긴 했다. (이 사람 빼고 나머진 아예 기억에 없다)





어느날 내가 전달받지 못한 공지사항 전달을 위해 그 분과 이메일을 주고 받게 됐다. 


그리고 그 분이 내 이메일과 연결된 SNS계정을 팔로하시더라고. 


물론 내 계정엔 아무 것도 없었지만ㅋ, 그 분의 SNS 계정은 아아주 여러 사람들이 연결돼 있었다. 


거긴 꽤나 최신 트렌드 이야기가 가득하더라고. 무슨 기술 컨퍼런스니, TED 영상이니 그런 것들.


, 재미있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내가 틀렸네, 그냥 흔한 SNS충이구나 싶었다. 


정말로 그런 최신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물론 많이 있지만, 


그런게 아니라 진짜 아는지, 관심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트렌디한 미래기술류 전부 태그하고 뭔 컨퍼런스나 행사 있으면 다 태그 체크하고 주변 아는 사람들 전부 자기 친구로 연결해서 숫자 늘리는 류의 허세 부리는 사람들 있쟈늠. 


여튼 므브티 유형을 떠나 그냥 네트워킹 강박충이거나 좀 얄팍하게 보여서 관심을 끊었다.





그 후로도 계속 맨 뒤 문가 자리에서 자주 봤으나, 그때까지와 마찬가지로 딱히 대화같은 건 없던 듯하고, 그렇게 그 강의는 끝났다.ㅋ 


그 후 굉장히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그 분이 생각나더라고. 


예전에 연결한 그 SNS 계정으로 들어가 보니 이름이 생각났다. 


그 뒤 별 SNS 활동은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SNS질은 모두 관뒀구나 싶었는데, 


어랏? 포스팅 중에 다른 아이디 비슷한 게 언급돼 있더라고. 그래서 그걸 구글링했더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계정이 나오는 거다. 


계정 첫 포스팅이 


'휴 역시 아는 사람과는 SNS를 하는 게 아니야'.


였던 걸로 봐서 그 많은 SNS들은 실험이거나 쓸고퀄페이크였던 것 같다.ㄷㄷㄷ







근데, 이 숨은 계정의 말투가 평소 모습이랑 완전히 다르더라고.


니코니코니? 키랏★빛나는거야?


이...이봐, 너무 철저히 숨겼잖아;;;


그리고 온라인 말투가 너무 발랄하다. 그 페이크SNS라던가 현실에서의 조금 딱딱한 듯한 모습과 매치가 전혀 안되잖아.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좋아하는 영화에 그래비티가, 좋아하는 드라마에는 셜록이 언급돼 있네? 음악 취향도 나랑 겹쳤다. 심지어 나처럼 탈덕한 야빠였어.


학교도 딴짓하느라 (혹은 게으름 피우느라) 대충 오래 다니다 졸업한 듯한 모습도 뭔가 비슷했고, 꾸준히 항상 자기 전공이 아닌 다른 (쓸데 없는) 곳에 관심 갖고 있는 것도 비슷했다.


그리고 별로 꾸준하고 크게 이룬게 없어 보이는 것도 비...비슷(...)





뭔가 안타까웠다. 


오프라인에서 모처럼 비슷한 구석이 있는 인간을 주변에 두고, 말 한마디 섞지 않았구나. 


서로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생각해서 말이지.


굉장히 재미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사실 나도 당시에 SNS는 완전 비워두고,


그 분과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도 그냥 내 성별/연령대에서 많이 쓸 법한 말투를 사용해주었더라고.


강의 중에는 언제나 다른 업무에 시달리다 잠도 못 자고 온 모습을 보였고.


아마 그 분은 당시 나를 잠도 아껴가며 열심히 살지만 밝은, 그런 모범적인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고 보면 그 분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그렇게 숨기려는 것치고는 좀 허술하긴 하더라. 


심지어 본문에 언급되는 아이디라니. 


그냥 대놓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노출하긴 어색해서, 


누군가 이렇게도 재미있는 자신을 우연히 발견해주기를 바란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도 재미있는 그 사람을 우연히 발견했지만,


지금 와서 굳이 아는 척을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아쉽지만 이대로 다른 곳에서 잘 살기를 기원하며 


글을 쓰고 있다.






안녕, 현실에서 마주쳤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은 ANOTHER 추정 INTP씨.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