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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외마디

배신에 대응하는 법 고민

내가 한 노력의 대가를 도둑맞았다.


굉장히 바보같은 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걸 알았다. 진척이 왜 안 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발견해버렸다. 아, 그랬었구나.


내가 한 일이 그대로 다른 사람이 한 일로 둔갑했던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조금도 안 바꾸고 그대로 가져가서 알기 쉽더라고.




혼란스럽다.


솔직히 많이 놀라진 않았다. 사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감지했었다.


단지 구체적으로 이렇게 나타났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을 뿐이다.


내가 혼란스러운 것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좋은지 모르겠어서다.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 그냥 마음이 무겁다. 


사실 솔직히, 왜 하필 나에게 이렇게 귀찮은 일이 벌어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과는 더 얽히고 싶지 않아!' 하며 화를 내고 연을 끊을까.


아니, 그러면 안 된다. 그렇게 모든 걸 버리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하다.


세상엔 그런 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온통 청정한 곳인줄 알았나. 내가 그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일이 생길 수 있음을 인지 해야한다. 


절대로, 그대로 대응하지 않고 도망가는 건 안 된다. 


화를 내고 연을 끊는 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도망가는 것이다.





맞서야 한다. 


그러니까, 이것도 내게 있어서는 하나의 사회화 대응 훈련인 것이다. 


이대로 물러서서 모른척한다면, 상대의 행태를 묵인하며, '나는 밟혀도 되는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를 해 주게 되는 것이다. 


그건 장기적으로 정말 나쁜 대응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정말 도태돼도 괜찮다는 동의를 하는 셈이니까.


몇 번 찌질거리지 않았나. 나라는 인간은 도태각이라고.


그걸 알면 다르게 움직여라.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일단 지금 당장 심한 충돌로 대응하기가 힘들다. 


그런 짓을 한 당사자와 내가 다른 것들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렇다. 이런 일은 많은 일이 함께 얽혀있는 사람들에게 발생하니까. 


여하튼 하던 일은 하던 거니까 그건 끝까지 해야지.




일종의 트레이드를 제안해야하나? 


내 기여가 별로 없는 일에 기여도를 높여 보상을 달라고 해?


그건 그거대로 같은 종류의 사람이 되는 느낌이다. 그럼 내가 썩는 기분이니까 기분이 나빠서 싫다.


그리고 분명 나는 정당한 기분을 얻고 싶어서 미친듯이 더 기여를 하려고 오버할 것이다. 


그러면 일만 존나게 하고 그 더러움에 동참하는 꼴이 돼서 더 기분이 더러울 것이다.




그러지 말라고 훈계만 하고 빠질까? 


아, 이게 바로 도망가는 것 아닌가.




지난 고마웠던 일을 어케든 생각해내서, 그 빚을 갚은 셈 칠테니까 이번 건 무마한다고 할까? 


그러면 그동안의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그 분의 머릿속에서는 '트레이드해도 되는 건'으로 정당화해서 다른 불공정한 일을 자행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거, 아무리 봐도 심정적으로는 그냥 더 관계하고 싶지 않다.


물론 더 얽히는 일은 웬만하면 줄일 건데, 


그런데 지금 사안에서 이대로 물러서면 안 된다는 내 에고가 있어서 힘들구나.


여하튼 이거 이러면 안 된다고 지랄은 할 것이다. 


지랄을 해야되는데 화가 안나서 걱정이다.




여하튼 솔직한 내 심정은, 


위에 썼듯이 그냥 귀찮을 뿐이다.


아무래도 공격성이 너무 없는 것 같으니 생활습관을 바꿔볼까 봐.


맨날 뼈달린 만화고기나 뜯고 근육운동이나 하고 그러면 공격성이 증가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