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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FEHACK of INTP & ADHD/INTP의 시간관리 도전기

[공유오피스 주관적 탐색기] (0) 내가 원하는 업무 공간

1. 

공유오피스라고 하는 것이 유행이다. 

말 그대로 업무공간을 나눠 쓰는 건데, 아파트로 치면, 방 한 칸씩 각기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공용공간인 부엌 화장실 거실 정도를 공유하는 것과도 같다. 

사실 공유오피스 - 코워킹스페이스 - 공유공간 등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가 필요한 재능을 가진 사람과 쉽게 만나 함께 작업을 한다거나, 우연한 만남에서 창조를 이끌어내는 등의 네트워킹이 강조되는 곳이긴 한데,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 나한테는 이게 별로 필요가 없으며 그냥 업무공간일 뿐이라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여하튼 이왕 일을 할 거면 힙하고 좋은 공간에서 기분 좋게 하는 것이 좋잖음? 그래서 인테리어도 호텔 로비 후려칠 정도로 빡시고 예쁘게 꾸미고 고급 편의시설들도 갖춰 놓고 같이 시너지도 내자면서 안에서 네트워킹 행사도 하고 그러는데, 

돈을 나눠서 부담하는 것이라서 혼자 저런 걸 할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위워크라는 회사가 이 고급형 공유오피스로 매우 잘 알려져 있다. 고정된 좌석/사무실이 아니라 공용공간 라운지만 이용하면 더 저렴해진다. 


보통은 이제 막 창업한 사람들 혹은 자기 일이 있는 사람들이 공유오피스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나는 개인 사업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ㅋ 원래 잉여스럽게 태어난지라 꼭 카페 같은 곳에 쳐나가서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분위기를 느껴야 뭘 할 수 있다.


카페에 맨날 쏟아붓는 돈과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육체적 피로를 생각할 때, 

차라리 공유오피스를 계약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어, 여러 공유오피스를 전전하고 방문하고 찾아보고 그래왔었지.

그런데 정보가 너무 없더라고. 그래서 혹시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공유오피스를 찾을 때 참고도 됐으면 좋겠고, 나 스스로도 까먹을 때쯤 다시 참고하게끔

각 공유오피스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을 여기에 가끔 남길 예정이다. 





2.

일단은 내가 어떤 환경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써보겠다.



[전반적으로]

- 익명으로 군중 속에 존재해야 일을 함

대체로 팀웍보다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함. 비슷한 일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일하는 것도 일이 잘 되긴 하는데, 그건 가끔이어야 함. 너무 오랫동안 같이 일하면 다시 얼른 혼자 있고 싶어짐. 

그런데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어야 함. 

왜냐하면 외딴 곳에 쳐박아 두면 아무 것도 안 하기 때문이지ㅋ. 집을 아무리 잘 꾸며도 절대 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닝겐임 (물론 너무 급한 마음이 들 때는 옆에서 폭탄 터져도 집중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왜냐하면 유유자적, 게으름이 디폴트라서 자극이 없으면 마음은 괴로울지언정 항상 혼자 나자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닝겐들의 활발한 에네르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어야 일을 좀 한단 거다. 


[닝겐의 퀄리티]

비록 내가 모임을 통해 타인과 교류할 생각은 없고 나 혼자 쳐박혀서 걍 내 할일만 할 건데도, 장소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닝겐의 퀄리티가 참 중요하다. 이게 의외로 공간 분위기에 있어서 갱쟝히 중요한 요소거든. 구체적으로,


- 애매하게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안됨

내가 얼마나 병신인지 털어놓자면, 애매하게 아는 사람과 어디서 마주치면 당분간 그 장소에 안 간다. 

그 사람이 싫은 것도 아닌데 그냥 애매하게 아는 사람이랑 급작스럽게 마주쳐서 애매하게 인사를 하는 스트레스를 받기 싫음. 그리고 웬지 한 공간에 있어서 계속 신경은 쓰이는데 뭘 하는 것도 아닌 그 상태가 너무 싫음. 내가 소셜댄스 안 추는 이유랑 동일함. 그냥 익명으로 군중 속에 존재하고 싶음.


- 너무 독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건 싫음

그 뭐냐 조금 소리내면 포스트잇 붙는 도서관이나 독서실 이런데는 또 싫어함. 모두가 독기어린 눈으로 우다다다 일하는 환경도 싫음. 일단 그런 환경에 있으면 한 순간은 동조해서 열심히 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예 가기 싫어짐. 왜냐하면 또 그런 피곤한 환경은 싫거든. 내가 뭔가 작은 행동을 할 때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매우 싫은 거.


- 그렇다고 조증환자들만 있는 것도 싫음

활기차게 대화하고 일하는 건 좋아함. 바로 내 주변에서 막 술먹으면서 "으햐햐햐 파이ㄴ팅 캐ㅑ캐캬캬컄" 거리는 것은 싫음. 너무 활기가 넘쳐서 나에게 말을 걸 위험성이 오는 것도 별로임. 좀 재미있는 인간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냥 네트워킹에 세뇌돼서 인맥인맥거리면서 접근하는 종류의 사람들은 특히 더 싫음.


- 남한테 관심 많은 사람도 싫음

여기서 관심 많다는 의미는 다른 사람 구경하면서 저 사람 저거 봐 / 저 사람 뭐하는 거냐 이렇게 씹는 사람들을 의미함. 그런 대화가 들리기만 해도 토나옴. 


[공간의 퀄리티]

- 넓은 공간이 좋음

이거 아마 외향직관(Ne) 때문인 것 같은데, 외향직관 강하게 쓰는 사람들은 외부 세계의 변화를 통해서 에너지도 얻고 그걸 뜬금없이 연결시켜서 뭔가 만들어내곤 하거든? 환경을 통해 뭘 창조할 생각은 1도 없지만, 여하튼 다양성 있게 잘 꾸며진 공간을 선호함. 넓은 공간이 좋은 이유는 자리가 질리면 자리를 바꿔서 환경을 바꿔줘야 되니까.


- 자리가 너무 트인 것은 별로.

내 뒤에서 내 모니터를 누가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함. 고개 들었는데 앞 사람과 눈 마주치는 것도 싫음. 그렇다고 물론 완전 막힌 곳도 싫으니 어느정도 분리형으로 돼 있지만 오픈스페이스에 존재하는 그런 곳이 좋음. 그런데 사실 뭐 이건 내 앞에 사람이 없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간격이 넓다는 가정하에 큰 테이블도 괜찮음. (테이블은 또 크면 조타능)


- 전기 사용

이건 필수니까 뭐 말할 필요도 없고


- 테이블은 앞뒤로 넓으며 사각이어야 함. 기본적으로 나무테이블이 좋음. 

앞뒤로 넓어야 키보드를 치면서 노트도 펼 수 있음. 물론 테이블과 의자의 높이도 편안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나무를 사랑해서 나무테이블이면 좋겠다. 핳핳


- 24시간 운영이어야 함

아무때나 내가 가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어야 함. 늦게 일어나서 업무시간이 얼마 안 남으면 그냥 포기해버려서 말이지. 24시간까지 아니더라도 밤늦게까지 하는 곳이 좋아.


- 전반적으로 가고 싶게 쾌적한 공간이어야 함

나새끼 진짜 노답인게 하기 싫은 걸 억지로 못함. 그러니까 장소가 마음에 안 들면 나가기 싫어서 안 감. 일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아무데도 안 나가면 그냥 일을 안 함. 그러니까 가고 싶은 공간이어야 함.  

직사광선은 싫은데 전체적으로 밝은 곳이 좋음. 이상한 냄새 나는 것도 싫고 디퓨저 너무 강해서 냄새나는 것도 싫음. 

공간에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런 제약이 많은 것도 싫음. 

음악이 흘러야 하지만 음악이 너무 커도 싫고 작아도 싫고 후져도 싫고 힙흉내 내는 것도 싫고 맨날 반복하는 것도 싫고 

디자인이 구려도 싫고 너무 딱딱한 것도 싫고 블라블라블라...




아니 씨발 진짜



쓰다 보니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싶다. 워낙 한량으로 타고났는데 억지로 뭘 시키려니 이지랄임. 

오피스 탐색기는 곧 다시 재개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