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큐슈에 있는 후쿠오카까지 가서 공유오피스를 이용한 후기다.

0. 
왜 이런 짓을 하냐 하면, 나는 여행을 가서 그냥 일상생활을 하는게 좋기 때문이다. 짧게나마 거기서 살아보는 것. 그리고 후쿠오카는 공기도 물도 분위기도 부드럽고 너무 크지도 않고 적당히 도시라 정말 살기 좋은 곳이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해 보고 싶었다.

이 전까지 후쿠오카에 가게 되면 주로 사람이 없는 스타벅스를 찾아내 거기서 일을 했다. 이런저런 카페들을 뒤져봤는데 스타벅스만한 데가 없더라고. 물론 번화가에 관광객 많이 올 것 같은 스타벅스는 제외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했었다. 이건 전에 썼던것 같은데 뎅겡카페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전기를 제공해주는 커피숍을 근처에서 찾아 들어가면 된다. 나중에 포스트를 쓰던지 하겠다(과연 언제). 


1. 
그러다가 후쿠오카에서도 공유오피스를 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나서 공유오피스를 찾아보게 됐다. 궁금했던 곳들은 꽤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가기로 한 곳은 더 컴퍼니라는 곳의 하카타 지점. 더 컴퍼니는 후쿠오카에 두 개 지점을 두고 있는데, 하나가 텐진 파르코백화점 안, 하나는 이번에 내가 방문한 하카타 지점이다. 하카타 점은 사실상 캐널시티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캐널시티를 헤매고 있던 내게 가장 가까워서; 여길 선택했다. 그리고 일본인들의 평도 좋더라고. 웬지 일이 잘 된다고.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찾아갔다. 구글맵 보고 찾아가면 된다. 

* 더컴퍼니 웹사이트thecompany.jp/en/

* 후쿠오카 하카타지점 상세 안내: http://thecompany.jp/multi-location_en/hakata/

* 운영시간: 월-금 9시-21시. 

* 가격(1일 이용시): 1시간에 500엔+tax, 하루 종일은 1500엔+tax. 음료 무한으로 마시는 것을 추가하려면 200엔을 더 내면 된다.

* 기타: 후쿠오카 외 다른 지점은 필리핀 세부, 미국 하와이 호놀루루, 태국 방콕에 있다(?). 호놀루루에 2개씩이나 있는 걸 보아, 일본인 노마드를 위한 곳인가 봄. 


2. 

아래가 입구. 건물에 입구가 두 개 있는데, 1일 이용객은 반드시 아래의 계단으로 가야 함. 다른 입구는 고정오피스 이용고갱님 출입구임. 

(이미 잘못 가서 찍은 사진)


아래의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리셉션이 나온다. 


리셉션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신분증을 보여주고, 카드 키를 받고, 카드 키에 대한 1천엔 보증금을 맡긴 후에(당연히 집에 갈 때 되돌려 줌) 입장하면 된다. 카드키는 목에 걸고 다니면서 자유롭게 출입하면 됨. 밖에 나갔다 들어오고 이런거 아무 상관 없음. 락커는 없는데 나는 원래 경계심이 별로 없는 성격이라서 그냥 피씨 다 내버려두고 왔다갔다 했음. (공간 안에 다들 신분확인 된 사람들이 들어와 있어서 딱히 조심할 필요가 없어보이는 것 같긴 하더라)


대략 이런 느낌의 공간이다. 솔직히 위워크니 스페이시즈니 하는 새로 빡세게 만든 공유오피스들 이용하다가 여기 보면, 그냥 좀 허름한 느낌이 남. 갖다 놓은 가구들도 빈티지 느낌이 난다.


많이 흔들렸는데 아래 사진이 무한리필 드링크바. 200엔에 이용할 수 있고, 아이스커피, 뜨거운커피, 우롱차, 녹차가 있다. 옆에 종이컵에 담아 먹으면 된다. 음식물도 가져와서 안에서 먹어도 됨. 전자렌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함. 

드링크바 너머에도 공간이 있는데, 거긴 강연장이나 행사장으로도 쓰이는 느낌이고, 평소에는 그냥 테이블 놓고 일하는 장소로 쓰는 것 같았다.



사진에는 안 나와있는데, 혼자 일하는 후쿠오카 일본인들은 저 벽을 보고 있는 자리를 매우 좋아해서, 거기부터 차곡차곡 차더라. 


정기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자기공간을 이용하나 보던데 너무 작아서 깜짝 놀랐다. 안에 개인 책상이 있는 것 같더라고. 검은색 박스는 메일박스-우체통이다. 


인쇄물디자인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거대한 기계가 보인다. 플로터인지 재단기인지는 자세히 안 봤다.


그냥 설치만 한 게 아니라, 누군가 진짜로 작업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일본스러운 가구를 발견했다. "집 속의 집" 가구인데, 안에 숨숨집처럼 들어가 잠시 쉴 수 있다.


안에 들어가니, 심지어 양쪽에 스피커도 있고 (블루투스로 기기와 연결 가능) 선반도 있다. 뒤에는 옷걸이도 있었고, 의자 아래는 서랍장으로 돼 있다. 앞에 경첩으로 연결된 창문을 여닫을 수도 있더라. 개좋던데.

소파에서 미묘하게 쉰냄새가 나서 그냥 얼른 나갔다.




오후 2시 이후부터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해서 저녁 5-6시에 제일 바글바글했던 것 같다. 

느낌상 이날 외국인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고, (나중에 한국어로 전화했더니 시선이 파박 꽂힘) 다양한 목적의 사람들이 오갔다. 검은색 정장입은 회사원 무리들이 회의장소 찾아서 오기도 했고, 조근조근 얘기하면서 공동작업하는 사람도 있고, 미팅룸에서는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그냥 견적 미팅하러도 오고 그랬음.

내 옆에 담배 쩐 냄새나는 아저씨와 그냥 보통 아저씨가 잠깐 앉았다. 처음에는 역한 담배냄새에 약간 눈살을 찌푸렸으나, 이윽고 둘이 뭔가의 견적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걸 알게 됐어. 보통 아저씨가 잠깐 자리를 비우자 담배에 쩐 아저씨가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뭔가 단가표 같은 것을 들여다보더라고. 그걸 보니 웬지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내 자리ㅋ. 내 소지품은 가려뒀다. 내 앞쪽에는 개발자 냄새 나는 두 사람이 모니터를 들고 와선 서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을 했다. 어차피 말을 못 알아 듣는데다 나나나노노노- 하는 조근조근한 말소리가 거슬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편하게 오가며 머무르다가 영업이 끝날 때 나갔다. 7-8시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사라지더라고. 



3. 

그래서, 여기가 왜 좋은 평을 받고 있는지 알 것 같았음. 

- 공간 구성을 잘 해놔서 서로 의도치 않게 모니터를 염탐하거나 시선을 부딪치는 사고가 없게 돼 있음. 혹은 서로 의도치 않게 가깝게 앉아서 어딘가 바디존을 침해당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게 돼 있음. 그리고 공간이 적당히 허름하니까 편하게 움직이게 되더라고. 

- 무엇보다 좋은 건, 여기 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다는 것. 어느 공간을 가도 결국 거기 오는 사람들의 특성이 중요한데, 이날 이 공간을 이용하러 오는 사람들은 뭔가 의식하거나 힘이 들어가 있는게 아니라 딱 일만 하러 오더라고.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편했다.

참고로 뭔가 의식하거나 힘이 들어가는 상황은 네트워킹을 스펙쌓듯이 하는 네트워킹충에게 나타나는데 그들의 비중이 너무 높은 곳에선 내가 좀 불편함을 느낀다. 그냥 다른 종잔거 같다.

- 전반적으로 가구들이 허름한 듯 했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 편하게 있었음. 후쿠오카 자체가 나랑 잘 맞는 도시라 그런지, 아니면 이 오피스가 좋아서 그런지, 오래 앉아있었는데도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설은 겉보기에는 좀 허름할 수 있지만, 종일 편하게 머물렀던 곳이라서 

후쿠오카에서 정말 그냥 하루 종일 편하게 작업하겠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화려한 것을 찾는다면 비추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나는 이 곳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다. 

Posted by intp 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