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존 카메론 미첼이 서울에서 공연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10월 5일, 6일, 7일 단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래서 당일 예매하고 바로 뛰쳐갔다.

공연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이제 다른 공연은 못 볼 것 같다. 그 이유는 저 아래에. 이건 사람마다 의견이 엄청 갈릴 것이다.


공연장 밖 모니터를 찍어서 화질 더러움.jpg



1. 일단 할인정보부터.

놀랍게도 매진이 안 됐더라고. VIP나 R석은 좋은 자리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 이외 좌석들은 많이 남아있었다.

내일 일요일 4시가 막공이다. 이거라도 보려면, 

아래 링크하는 세종문화회관 공식블로그 통해서 S석이나 A석 구매하면, 33% 할인된다. (다른 좌석은 안 됨)

S석은 9만원 -> 6만원으로, A석은 6만원 -> 4만원으로.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ejongnanum&logNo=221366337662

이게 세종문화회관 유료회원이 아니어도 유료회원 특혜로 예매할 수 있게 하는 프로모션인 것 같다.

참고로, 저 블로그 통해 예매할 때, 세종문화회관 앱을 미리 깔아두고 예매를 시작하자. 안그러면 헤맨다.

앱을 먼저 깔고, 저 블로그에서 설명한대로 프로모션코드 입력하고 PP몰로 넘어가 휴대폰 본인인증을 마치면 ,세종문화회관 앱을 통해 존카메론미첼 내한콘서트 구매화면으로 쨘 연결됨. 앱을 미리 안 깔면 뭔가 중간에 약간 헤맬 수도 있음. 

좌석 선택하고 (S나 A선택해야 결제가 됨) 대극장 1층에서 표 찾으면 된다.


참고로 난 이거 S석에 앉아서 관람했는데, 솔직히 S석도 충분하다.

이 공연흐름상 어차피 존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확대한 아래 화면에 미디어아트를 결합해서 보여주는 씬들이 많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연 내내 대부분 저 화면을 쳐다보고 있게 된다. 


가운데 장수하늘소 같은 물체가 존카메론미첼이고 뒤에 대문짝 화면이 있음.jpg


2층 내 자리에서 저 화면 개잘보이거등? 그래서 공연 흐름에는 거의 전혀 지장 없고 매우 괜찮았음. 

게다가 내 뒤에 사람이 없어서 ㅋㅋㅋ 뒷사람 신경 안쓰고 몸 막 앞으로 기울이고 몸 흔들고 하는 짓들을 할 수 있었다.


물론 1층 가장자리에 앉으면 존이 막 뛰어다니면서 손잡아주고 가까이서 늙은 걸 관찰할 수 있고 그러니 생생하겠지만 

그건 알아서 선택하면 됨. 블럭 안쪽에 앉으면 어차피 손은 못잡아. 그럴려면 싸게 뒤에 앉겠다고ㅂㄷㅂㄷ (정신승리)



2. 공연 감상

공연은 존카메론미첼이 헤드윅 각 곡들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또 만들면서 빠진 넘버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최근 만든 곡들과 지금 뮤지컬로 나올 곡들 등은 뭐가 있는지 토크와 미디어아트를 곁들여서 쭉 소개하면서 노래도 하고 그런 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영화 DVD에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있는 제작노트영상 느낌이다. 제작자 인터뷰나 각 씬에 얽힌 이야기들 늘어놓는거. 그런 형식으로 콘서트를 구성해서 음악들이 짜임새 있게 연결됐다.


여기까지 보면, 아 진성 헤드윅 팬 말고는 이 콘서트 갈 필요 있냐ㅋ 싶긴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잘 만든 작품 자체는 그것대로 감상하면 충분하지, 굳이 뒤에 제작노트니 뭐니 하는 이야깃거리까지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사실 내가 그래. 그런 DVD클립영상 이런건 아예 안 보거든.  그냥 자기들끼리 노는 것 같고 말이지.


그런데 이 경우는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헤드윅은 원래부터 존카메론미첼이 직접 감독하고 연기하고 노래했잖아. 

사실 헤드윅 자체가 존카메론미첼 인생 자체를 녹여 만든 작품이었거든. 

그 점이 이 콘서트를 통해 진솔하게 밝혀진다.

헤드윅 넘버를 듣고 있어도 결국 존의 노래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생도 그럭저럭 제도권에서 살아온 것이 아니라, 

경계선에 서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오랜 세월 고민해 온 인생이니까,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듣는데, 울림의 깊이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더라.




그래서 그런지, 미첼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담담하게, 때로는 폭발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마음을 많이 건드렸다.

미첼은 이제 나이가 꽤 들어서 탱탱하지 않고ㅋ, 노래나 춤 모두 소위 완벽이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그게, 가상으로 누군가에게 이입하여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해서 완벽하게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더라고. 

자기 얘기니까.



누구나 살면서 힘든 일을 겪게 된다. 

그 힘든 일을 온 몸으로 부딪쳐 바닥을 찍고 일어나 이겨내고 

나아가 그걸 인생의 한 부분으로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단계까지 오면,

더이상 감정을 격하게 표현할 수 없게 된다.

담담하고 가볍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도 표현하지만, 가슴에 울림을 준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는 진짜니까.

감정에 빠져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인생을 갈아 고민하고 넘어서서 만든, 진짜니까.

이 콘서트는, 그 진짜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상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줬다.



또 하나 이 공연이 좋은 점은, 즉흥성. 

기계처럼 완벽함을 추구하며 연습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삑사리가 나든 트름이 올라오든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표현해나간다.

마지막에는 관객으로 구경온 오만석 씨를 끌어내서, 극구 사양하는 그와 함께 즉흥적으로 노래를 같이 하는데, 

그런 생생한 자유분방함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전날과 같은 퍼포먼스를 해도 이상하게 어색하지가 않더라고 이 사람은 -ㅅ- 그건 좀 타고난 것 같음. 부럽ㅋ젠장ㅋ)



잘 짜여지고 노동력과 자본이 투입된 티가 팍팍 나는 한 편의 웰메이드공연을 기대하고 가면 

노잼 노실력 미첼 노망 이러면서 나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대극장에서 이렇게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고상하게 보여주는 씬을 당분간 찾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당분간 '잘 짜여지고 노동력과 자본이 투입된 티가 팍팍 나는' 뮤지컬 등의 공연을 보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게 너무 가짜로 보일 것 같아서.



그정도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자리였다.




p.s. 물론 그럼에도 이 콘서트도 자본이 투입돼 만들어진 공연이다 ㅋㅋㅋㅋㅋ


p.s.2. 공연장 안에서는 형식주의기독교에 반하는 형태로서의 그노시스를 이야기하고, 각종 성별 경계를 넘어선 인정과 사랑,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그노시스트들의 '소피아'와 기독교의 지쟈스 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밖에서는 조센국기와 성조기를 쌍으로 든 분들이 집회를 하고 계시더라.

특히나 공연장 바로 앞에 무대가 설치되고, 누군지 모를 가수가 '도옹후웨에에물과 붸엑두우사아늬' 하고  애국가를 뽕+김치발라드삘 좀 섞어서 소몰이꺾기 창법으로 부르던데,

와 이거 진짜 완벽한 아이러니라서 그 자체가 행위예술이었다.

뭐 그들도 그런 소수자니까. 어떻게 보면.


p.s3. 헤드윅 영화에서 보이던 새침한 듯한 표정은, 그냥 존카메론미첼의 원래 표정이었다.

p.s.4. 한국어로 한국노래를 한다. 요즘 유행하는 그런 노래 말고, 전통 노래. 그런데 뭔가 평소에도 웬지 심상치않다고 느껴온 쓸쓸한 노래를 딱 선택해서 가져왔더라고. 참 아름답게 불렀다.


p.s.4. 감동이 안 꺼진다.


Posted by intp 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