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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남 탓 하기 '거기서 내가 작업하려고 했는데 왜 네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거야?' 라고 말하며 짜증 지랄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는데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이 비이성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표현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감정을 잘 참는 타입은 아니라서 어떻게든 분출은 해야 했기에, 뒤돌아서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왜 이러지?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익숙한 경험이야. 워낙 오랜만이어서 그렇지. 사춘기때 내내 나는 저지랄을 품고 살았다. 괜히 만만한 타인에게 분노를 투사. 과정은 이렇다. 뭔가 하고 싶고 해야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니,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지면서 개짜증이 솟구친다. 그러면 주변 만만한 사람에게 그 짜증이 전가된다. 고등학교 시절 몇 년간을 온전히 사회와 나 자신, 주변 모든 것에 대해 분노하며 살았지만 할 .. 더보기
반대의 길 옛날 옛적 머리에 피도 안마른 주제에 싸가지는 더럽게 없던 질풍노도의 시기. 당시의 친구가, 불합리한 것을 강압하던 수업 시간 중간에 센세가 보는 앞에서 당당히 나갔다. 하필 내 손을 이끌고.나도 그다지 순종파는 아니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수업은 자발적으로는 듣지 않는다는 주의이긴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당당히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패기는 없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은 옳지 않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버버에데데 병신같이 어찌할바를 모른 채 쩔쩔매면서 그 애를 따라 끌려 나갔었다. 수없는 눈길에 뒷목이 간질거렸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친구는 식물갤러가 되어 유연하게 조직생활을 성공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3단어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반복되던 욕 라임도 완전히 사.. 더보기
'주부' 앞에는 항상 '평범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미디어에서 전업주부를 묘사할 때는 '평범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평범한 주부'가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돼 버렸다.평범한 주부는 대체로 현재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기혼여성이자 전업주부를 일컫는 말로 쓰이곤 한다.그리고 평범한 주부에는 대체로 사회문화의 동향을 잘 모름, 현재 돈을 받는 일을 하지 않고 있음, 아이를 키움,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음, 선량한 소시민, 가정관리가 최우선, 가족의 건강과 안위가 최우선인 희생적인 엄마와 아내 등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유사어로는 '아줌마'가 있다. 저 이미지에서 빗나가면 '평범한 주부'가 되지 않는다.예를 들어, - 집안일을 하고 있지만 직장에 나가고 있으면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아줌마토크'에 관심이 없으며 사회문화 현상 분석에 관심이 많으면 평.. 더보기
알맹이의 얄팍함을 마주할 용기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것 하나씩은 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잘 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이 있다. 0. 나는 운이 좋았다. 잘 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했고, 음악에 대해서는 감수성이 풍부했으며, 음감을 갖고 태어났다. 집에 음악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음악을 접한 것이 자연스럽기도 했다. 지금 와서 깨달은 것인데, 사실 음감은 유리한 능력이긴 하지만, 훈련하면 후천적으로 습득 가능한 것이라서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냥 걸음마를 좀 더 일찍 하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정도. 단지 그땐 사람들이 그런 걸 몰랐으니까 각광을 받았다. 부모는 나를 자랑하기 위해서 어딜 갈때마다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음계로 노래해 보라고 시켰다. "솔솔솔b미-파파파레-.." "오, 얘 대단하네. 그래서 음악 시킬 건.. 더보기
편두통과 문학 예술사 ; 이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다.http://intpland.tistory.com/245 편두통 특유의 감각을 갖고 그걸 반영해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짐작. 그런데 http://blog.naver.com/shim1224/10028911162 이런 글이 올라왔네 ㅋ피카소, 하이든, 도스토옙스키가 공통적으로 편두통환자였다고 하고, 작품에 그 성향이 드러난다는...?사실 딱히 이들 작품에서 편두통러라는게 눈에 띄는지까진 잘 모르겠지만;; 뭐 그렇다고 함. 눈깔 시려서 두통 정보 찾아보다가 갑자기 눈에 띄어서 읽어봄. 더보기
허례허식을 참기 힘들다 컨디션에 따라 평소 관조하(려고 노력하)던 것들이 끔찍히 싫어지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알고 있다. 삶의 많은 풍성함은 잉여가치에 나온다는 것을. 쓸 데 없고 잉여로운 것들이 문화를 만든다는 것을. 생존에 필요하고 남는 자원과 시간이 문화로 직결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자발적인 즐거움이 아닌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 허례허식 문화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특히 개한민국의 관혼상제 문화에서 보이는 쓰잘데기 없는 허례허식, 내가 이만큼 받았으니 너도 저만큼만 받으라는 트레이드.본인의 진실된 욕구 따위는 조또 찾아볼 수 없으면서 단지 '남들도 이만큼은' 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천박한 행위들.그러면서도 자기자신은 결코 깨닫지 못하지. 진지한 자기성찰 따위 좃까고 그냥 조또 남보기에 좋아서 하는 행위라는 것.. 더보기
집단주의 이전에, 여성 앞에서 남성들이 군대얘기를 하는 것이 금기시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군대라는 것이 많은 경우 여성은 가지 않고 남성만이 (끌려) 가는 곳이기에, 남성들간의 동료의식을 강화하여 결과적으로 여성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게 된다는 논리였겠죠.였겠죠, 라고 남의 일 말하듯이 쓰는 이유는, 저는 의도나 맥락 따위 개무시하고 '무조건 ㅇㅇㅇ해야 해'라는 식의 말을 좋아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냥 어떤 군필남성이 여자 앞에서 군대 얘기를 꺼내는 순간 교양없는 미친놈으로 만들어버리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어설프게 배운 여자 중 운동권 시절의 마지막 잔재가 아스라히 남아있던 분들 중 저런 격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좀 계셨죠. 어느 날, 어떤 남자 사람이 군대에서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떤 나이 많은 여자 사.. 더보기
너희들의 레이스 0. 머리를 비우고 가만히 멈춰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하늘이 맑았다. 바람은 청명했다. 지나가는 사람은 그냥 지나갔다. 모두가 그냥 하나의 배경이다. 나와 하늘과 바람과 땅만 존재하고 있었다.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때문에 괴로워하는 건가.고작 게임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뭐가뭔지 알 수 없어졌어.아니, 알고는 있지만 내치지 못할뿐이겠지. 1. 아주 어릴 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진지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내가 진지하게 반응해주지 않으면 나를 이상하게 취급했다.'아 그래. 이게 화 내야 하는 상황이구나. 그리고 이건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공감가지 않아 당혹스러웠지만, 사람들을 관찰하고 행동양식을 배워나갔다.소유욕도 없었고 이기려는 마음도 없었지만, 그들이 진지하게 임하.. 더보기
어떤 기억. 1. 정말 세상에 필요한 것은, 진실을 파헤치겠다며 의심하고 뒤틀어보고 지랄하는 인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헛될지언정 용기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허상에 빠지지 않고 현실, 이면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그거야 말로 사람을 한계짓는 망상일지도 모른다.냉정한 현실이든 이면이든 이런 것이야말로 오히려 또 하나의 허상일지도 모르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도리어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을지도. 2. 오늘 갑자기, 내가 그렇게 시니컬하게 대하던 '한낱' 자기계발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3.그때 나는 뿌리까지 지쳐 있었다.이대로라면, 당장 말라 비틀어져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살아가는 건 그냥 좀비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더보기
거부 뭔가를 열심히 하면 "그 정성으로 ㅇㅇㅇ를 해라"라는 충고를 듣는다.무엇을 하든 항상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자 "너 정도의 시간 혹은 노력 투자라면 차라리 ㅇㅇㅇ 를 해내는 게 효율적이니까."라는 답을 들었다. 효율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애초에 목적/지향점이 같다는 의미다.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그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좀 더 단축시키는 것을 효율이라고 한다. 그러나 너와 나의 지향점이 같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거냐.대체 넌 무엇을 위한 효율을 말하는 거지? 돈? (타인과 비교해 우위에 서며 얻는 심리적) 권력?제대로 된, 진실한 노력이란 오직 남들보다 월등한 사회적인 성공을 위한 것이어야만 하는 것인가?내가 뭔가를 하는 것이 모두 사회적 성공을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