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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새드데이

엄마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오늘은 새드데이야. 하필이면 이런 새드데이에..."

모처럼 놀러온 이 곳, 당신의 아들이 잡아둔 싸구려 홀리데이인 호텔 방 안에서 엄마는 날 앞에 두고 그렇게 흐느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지 못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만, 어쩐지 이런 날에는 비가 어울렸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건물은 어두운 분위기에 어울리게,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고, 두 건물을 연결하는 외부통로가 있었는데, 그 통로가 다소 엉뚱한 위치에 있었던데다, 임시계단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어 나중에 다시 방을 찾아갈 때 꽤나 고생 좀 하겠다... 생각했다.

 

계단에는 커다란 회색 거미줄들이 쫙쫙 쳐져있었다. 비가 와도 전혀 굴하지 않는 먼지낀 회색의 튼튼한 거미줄이다.

이미 거미는 오래 전 이 곳을 떠난 걸까. 커다란 거미줄에는 희뿌연 먼지 외 아무 생명체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거미줄을 시원하게 걷어내며 계단을 올랐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뜻밖에 축구장. 여기서 축구경기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예약해 둔 곳은 약간은 특별석이라서, 자리에 캐빈형의 간이 오두막을 설치해주게 될 것이고, 그 간이식 오두막 안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하게 돼 있었다. 누워서 볼 수도 있었고, 무언가를 간단히 먹을 수도 있었고... 아무튼 아주 좁은 공간이지만 캠핑카처럼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우리 자리에 어떤 아저씨가 긴 비치의자를 놓고, 빨간 수건을 덮고 누워있었다. 우리가 안 올 줄 알았나. 비켜달라고 말하고, 캐빈을 설치하러 잠시 어딘가 다녀왔다. 어쩐지 야구응원보다 축구응원이 더 시끄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시 자리를 찾으러 가려 하자 조금 헷갈렸지만, 아까 기억해둔 'ㄴㅎ마크'와 '두번째 줄 우측에서 세번째'라는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다행히도 잘 찾아갔고, 친구 H군은 이런 나를 보며 참 잘 찾는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렇게 새드데이는 약간은 럭셔리한 축구 응원 준비로 마무리하는 듯했다.

 

 

 

당연히 꿈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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