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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영화] 워낭소리


 
2009. 2월 술처먹고 쓴 글.



워낭소리.

분명 이 영화는 농촌의 현실적인 색채를 그대로 잡아내었고,

적당히 감동을 줄 만한 부분에서 소리라던가 색채라던가.. 암튼 다양한 /적절한 편집요소를 잘 끼워넣었습니다.

죄송해요. 근데 전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너그러운 취급당한 노예한테 애정을 쏟아주는 주인님의 아름다운 마음, 그리고 노예의 지고지순함에 감동해야하는 거였죠?

노인이 소를 대하는 방법은 또래집단(나이드신 어른들..)에 비해 대단히 너그러운 정도..에 불과했을 뿐,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사실 저같이 도시적인 딱딱한 사람이 보기엔 '늙어죽을때까지 소새끼 실컷 부려먹고 뒈지기 전 쵸큼 잘해주면서 아쉬워함?'정도의 감정으로 보일 수 있었죠.

그러고보니 비슷한 문학작품 하나가 생각나는군요. 남아공 작가의 소설인데, 백인 아버지가 여성노예와 으쌰으쌰하여 낳은 흑인 딸을 향해 '내가 사실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느냐'며 기존 인종차별적 관점을 그대로 견지한 채 외쳐대는 공허한 메아리를 담은 소설이었더랩쇼.

뭐 비슷한 맥락이겠지만, 전 시종일관 할머니의 투정에 공감했을 뿐입니다. 소(그것도 주인 영감이 평생 노예로 부려먹은)와 주인 영감과의 공감에 생각없는 잔소리 / 방해요소 or 양념정도로 첨가된 할머니의 투정. 뭐 진부하기 이를데없는 가부장제라던가 일방적 희생 등등의 낱말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분위기 깬다고 욕할 수도 있겠네염

할머니 투정이 '귀엽다'고 평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당신의 낭만은 그들의 현실이긴 합니다.

사실 전 농촌생활을 경험해본 일이 없어서 조심스럽습니다. 특히나 '동물을 하위 일꾼으로 대하되 동시에 정을 쌓아가는 방법'은 겪어보진 못했거든요.

사실 소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떨어질 땐 그냥 정치적인 모든 생각을 떠나 코끝이 찡했어요. ㅜㅜ (단순) 그러나, 그러다가도 문득 엉클톰스캐빈.. 의 인물을 이 영화에 그대로 대입시켜보았을 때의 씁쓸함이란. 뭐 그 외에도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혀서, 결국 내가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리더군요.

대충 알코올 성령의 힘으로 샤워한 나는 이만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