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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기(책,만화)

[과학동아] 고전글 펌. 통일장이론계보.

1997년 7월호 과학동아에 실린 물리학법칙 계보. 병신문과충에게 도움이 된 좋은 글인데 언젠가 사라질까봐 저장해두고 싶어서 글을 퍼옴. 출처 밝히면 퍼가도 되는 것 같아서 퍼왔스므니다.1997년 글이라서 지금은 또 많이 다르겠지만서도.

언젠가 썼지만 문과충으로서 고딩때 그냥 기초 물리학을 배울 때, 분명히 지금 배우는 힘의 법칙들이 다 연결돼 있을 것 같은데 내 지식 수준에서는 그게 연결이 안돼서 갑갑했던 기억이 난다. 뭐랄까, 비단 물리학뿐 아니라, 여러가지 법칙들을 꿰뚫는 하나의 통일된 설명을 원하는 건, 뭔가를 분석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걸 퍼온 이유는, 아래의 논리가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막연하기 때문에 쓰지 않겠음.


출처: 과학동아 1997년 7월호 (http://dlibrary.dongascience.com/article/articleView/S199707N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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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물의 법칙이 등장하기까지

뉴턴으로부터 추적한 통일장이론의 계보 1997년 07월호

우주에는 만물의 법칙(theory of everything)이 존재할까.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을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ㅇ르까. 뉴턴 이후 물리학자의 최대의 꿈인 통일장이론의 계보를 따져보면서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은 무엇인가? 우주는 어떻게 생성돼 오늘에 이르러 생각할 줄 아는 물질을 만들게 되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이러한 의문을 잊고 지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물리학자들은 아직 '덜 자란 어른'인 셈이다. 그들은 일생을 통해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니까. 원자들을 일렬종대로 세우고,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논의가 가능해진 현대물리학은 과연 이에 대한 해답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자연의 힘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

일상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이란 말을 쓸때는 다분히 파괴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연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입자들을 조화롭게 구성하여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를 이루는, 아주 건설적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힘을 통일한 선구자 뉴턴

현대적인 의미의 물리학이 시작된 것은 뉴턴(1642-1727)부터라고 말한다. 그는 자연의 힘에 대한 원리를 하나의 통합된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을 처음 시도했기 때문이다. 뉴턴 이전에는 지구주위를 도는 것이 한 가지 기본 힘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몰랐다. 뉴턴은 이 두가지 현상이 하나의 힘, 즉 중력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통찰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했다는 뉴턴의 일화는 이런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뉴턴의 시도는 현재 물리학자들이 통일장이론을 통해 자연의 힘을 통합하려는 노력과 똑같은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자연계의 모든 힘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신념은 알렉산더나 칭기즈칸과 같은 영웅이 전세계를 통일해 하나의 제국을 건설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뉴턴 이후 힘의 통일은 1870년대에 이르러 맥스웰(1831-1879)에 의해 다시 한번 전기를 맞는다. 항상 남북을 가르켜 항해사들을 도운 나침반의 원리인 자기현상과, 번갯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하늘에 대한 두려움을 주는 전기현상이 하나의 이론에 의해서 설명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전류를 시간에 따라 변화시키면 자기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반대로 자석을 움직이면 근처의 도선에 전기가 흐른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맥스웰은 몇개의 간단한 방정식으로 이들 현상을 모두 설명했다. 이 방정식은 이들 현상을 모두 설명했다. 이 방정식은 '맥스웰 방정식'이라 불리며, 현대 문명의 요체가 되고 있다. 전기력과 자기력이 전자기력이라는 하나의 힘으로 통합된 것이다.

힘은 장으로 표현된다

'장'(field)이라는 개념은 우주의 전 공간에 펼쳐 있는 양으로, 국소적인 공간에만 존재하는 '입자'(particle)라는 개념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추운 겨울날 난로가 있는 방에 들어서면 곧바로 온기를 느낀다. 난로가 방 한가운데 있을지라도 난로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방안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온도의 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힘도 장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접촉에 의해서 힘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공을 벽에 던지면 반사되어 다시 튀어나오는 경우나, 손바닥을 맞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접촉을 통해서 힘을 느낀다. 그러나 접촉에 의하지 않고 힘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두 마리의 사나운 맹수가 만나면 보통은 서로 마주보며 눈싸움을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접촉에 의한 싸움없이 한쪽이 눈싸움에 져서 도망간다. 또 중국의 어느 옛 시에 "술은 입으로 마시며, 사람은 눈으로 마신다"는 구절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눈빛만으로 서로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일 게다. 만약 공이 벽에 부딪힐 때 원자들을 하나하나 볼 수 있는 현미경으로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원자와 원자 사이의 충돌, 즉 직접 접촉에 의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자연계의 모든 힘은 이런 원격작용에 의해 전달된다.

전자가 하나 있다고 하자, 거리가 멀어지면 약해지겠지만 전기장이라는 장을 이 전자는 우주의 모든 곳에 만들어낸다. 여기에 또 다른 전자가 들어온다면 즉시 힘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장에 의한 힘의 개념이다.

만약 장을 만든 전자가 움직이면 장의 모양도 변한다. 이 장의 변화를 다른 전자는 바로 느낄 수 있을까? 전자의 움직임에 의한 장의 변화는 바로 전자기파이다. 이는 빛(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전체 전자기파 영역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의 속도로 전파된다. 그러므로 전자의 움직임에 의한 장의 변화를 느끼는 데는 거리에 따른 시간 지연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은 힘이 거리에 상관없이 순간적으로 전달된다는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중요한 결과다. 물론 거리가 매우 가깝다면 그 지연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TV수신기는 방송국 송신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전자기장의 변화)에 따라 전자가 움직이는 것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화면에 뿌려준다.
 

(그림)4가지 힘의 분리^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 빅뱅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리됐다.

[(그림)4가지 힘의 분리]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 빅뱅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리됐다.


아인슈타인, 중력과 전자기력 통합 실패

현대물리학은 장의 개념을 더욱 확장해 장의 양자화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빛이 파동이라는 개념은 빛의 여러가지 현상을 통해 이미 자연스럽게 확립됐다. 1900년대 초에 플랑크(1858-1947)에 의해 도입된 빛 에너지의 양자가설로부터 출발해, 빛은 많은 광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아인슈타인(1879-1955)의 광량자설로 정착된다. 이것은 빛이 파동으로도 입자로도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모든 입자들도 파동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양자역학의 모태가 됐다. 이러한 빛의 양면성, 즉 파동성과 입자성은 바로 장의 양자화 개념으로 무리없이 이해됐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두개의 입자사이에 광자를 주고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갑돌이와 갑순이'를 생각해 보자. 갑순이 부모는 두 사람의 결혼을 막기 위해 갑순이를 집안에 가두어 놓았다. 둘이 볼 수 없으면 사랑도 식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갑돌이는 갑순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돌멩이에 편지를 달아서 갑순이 방 창문으로 던져 넣었다. 갑순이는 이 편지를 보고 갑돌이가 아직도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편지를 돌에 달아 밖으로 던져 보냈다. 이런 연락이 계속돼면서 갑순이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깊어가기만 했다. 이 돌멩이가 바로 광자에 해당된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중력을 시공간과 연결해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1919년 에딩턴(1882-1944)은 개기일식을 관측함으로써 태양 주변의 공간이 휘어짐으로 인해 빛이 휘어져 온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을 확인해 주었다. 이 결과 일반상대성이론은 확고한 중력이론으로 자리잡았다. 그 후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는 통일장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노력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나온 많은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에 의해 발전됐다.

특히 독일 수학자인 칼루자(1885-1945)는 5차원 시공간의 개념을 도입해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이러한 다차원의 개념은 현재의 통일장 이론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찌됐든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한쪽에서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방향에서 힘의 통합이 일어났다.
 

(그림)아인슈타인의 광량자설^아인슈타인은 빛이 금속판을 때리면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사실에서 빛이 입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그림)아인슈타인의 광량자설] 아인슈타인은 빛이 금속판을 때리면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사실에서 빛이 입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일

소립자들 사이에는 중력과 전자기력말고도 원자핵 내부의 작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힘이 있다. 원자핵의 붕괴를 일어나게 하는 약력과, 양성자와 양성자 또는 중성자들 사이에 작용해 원자핵을 이루게 하는 강력이 바로 그것이다. 강력은 양성자와 양성자 사이의 전자기력(전하가 서로 같기 때문에 밀어내는 힘)을 이기고 핵을 결합시킬 만큼 강하다. 약력은 전자기력보다 매우 작다.

이 힘들은 매우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므로 처음에는 접촉력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의 이론물리학자 유카와(1907-1981)가 파이(π)중간자를 도입해 강력이 단거리에만 작용한다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전자기력과 같은 원리로 이해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강력은 전자기력과 마찬가지로 핵자와 핵자 사이에서 파이중간자라는 입자를 주고 받음으로써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나 이 파이중간자는 광자와 달리 양성자의 8분의 1정도 되는 큰 질량을 가지고 있다. 질량이 있음로 인해 힘이 미치는 거리가 줄어든 것이다. 만약 갑돌이가 작은 돌멩이를 구할 수 없어 큰 바위돌을 이용해야 했다면, 갑돌이는 갑순이 방의 창문 바로 바깥(가까운 거리)에서 던져야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약력도 같은 방법으로 기술하려고 했다. 약력이 미치는 범위는 강한 힘(강력)보다 훨씬 더 짧아 이를 설명하려면 매우 질량이 큰 입자(양성자의 약80배)를 주고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입자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미국 물리학자인 와인버그(1933-)와 파키스탄 출신의 살람(1926-)은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들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두 힘이 같은 힘이지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대칭성이 깨지며 전자기 힘과 약한 힘(약력)으로 나뉘는 것을 보여줬다. 이 결과 약한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질량을 가진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들의 질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 입자들은 1984년 가속기 실험에서 발견돼 '전자기약력이론'이라는 통합이론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그 이후의 모든 실험 결과는 이 이론에 매우 잘 맞고 있다. 맥스웰이 전자기력을 통합한지 1백년만에 다시 전자기약력으로 통합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에서 도입됐던 '힉스'라는 새로운 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차세대의 입자가속기 실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 힉스입자를 찾는 것이다. 이 이론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테스트는 K-중간자라는 입자의 실험에서 관측된바 있는 CP대칭성(입자와 반입자 사이의 대칭성으로, 이 대칭성이 깨지는 현상은 현재 우주가 왜 반물질이 없이 물질들로만 이루어져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 깨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를 위해 현재 B-준간자 공장이라고 불리는 가속기들이 건설되고 있다. 매우 많은 B-중간자를 생성시켜 그 붕괴를 측정함으로써 전자기약력이 예측하는 정도의 CP비대칭성을 관측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실험들은 1999년부터 시작된다. 또한 이 이론에는 실험적으로 결정해야 되는 파라미터가 많고, 그 파라미터들을 근원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물리학자들에게 다시 한번 힘을 통합하는 이론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그림)쿼크가족과 경입자가족

(그림)쿼크가족과 경입자가족


강력과 전자기약력을 통합하는 대통일장이론의 등장

1960년대에 이르러 입자가속기의 발전으로 핵자의 내부에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결과 강력은 새로운 변화를 맞는다. 강력은 쿼크와 쿼크 사이에 글루온이라는 입자가 매개하는 힘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강력은 아주 이상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이 강해져서 두 쿼크를 떼어낼 방법이 없는것이다. 이런 이유로 혼자 떨어져 있는 쿼크를 볼 수 없다. 이를 '쿼크의 유폐'라고 부른다.

또한 거리를 아주 가깝게 해 놓으면 쿼크들은 서로 전혀 관계없는 양 독립적으로 행동한다. 이를 '점근적 자유'라고 부른다. 갑돌이와 갑순이를 떨어뜨리려고 애쓰다가 포기하고 결혼을 시켜 혼방을 차려주었더니 방안에서 서로 떨어져 앉아 새침을 떠는 꼴이다.

어찌됐던 강력, 약력, 전자기력 등 세가지 힘은 이제 비슷한 수학적 형태로 기술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게이지이론'이라 부른다. 게이지이론은 어떤 종류의 전하(전자기력의 경우는 전기전하, 약력의 경우는 약한 전하, 강력의 경우는 색소라고 부른다)를 띠고 있는 입자 사이에 게이지입자(전자기력의 경우는 광자, 약력의 경우에는 W,Z보존들, 강력의 경우에는 글루온들)들이 매개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전자기력과 약력은 하나로 통일됐으며, 강력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으니, 강력을 전자기약력과 통합하고자 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당연한 희망이다. 이것이 대통일장이론(grand unified theories)이다.

대통일장이론은 입자들이 일정 거리 이하로 가까워지면(또는 에너지가 얼마 이상커지면),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 세힘이 하나의 힘으로 기술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 세힘이 통합되는 거리는 1029cm 또는 그보다 작은 거리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이론에 따르면 가장 안정된 입자인 양성자가 붕괴해야 한다.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는 양성자가 붕괴한다니 큰일 났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양성자의 평균수명은 약 1030년 정도로 우주의 나이(1010년)보다 훨씬 길다. 그래서 실험적으로 양성자의 붕괴를 확인하려면 매우 많은 수의 양성자를 붙잡아놓고 기다려야 한다.(어떠헥 우주의 나이보다 긴 평균수명을 가진 입자가 붕괴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70세라고 할때 모든 사람이 70세에 죽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더 일찍 죽을 수도 있고 더 늦게 죽을 수도 있다. 같은 방법으로 충분히 많은 양성자를 모아놓으면 그 중에 붕괴하는 것이 나타날 확률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성자의 붕괴는 측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 양성자의 붕괴수명은 1031년보다 길다는 것이 알려졌다. 현재 가장 큰 양성자 붕괴 검출기는 일본의 가미오카 광산에 있다. 금년에 가동하기 시작한 이 실험장치는 5만t에 이르는 물을 저장해 그 안에서 붕괴하는 양성자를 탐색하고 있다.
 

(그림)힘의 전달

(그림)힘의 전달


화두는 초대칭성입자
 

(그림)에너지로 본 힘의 통일

(그림)에너지로 본 힘의 통일


물질을 이루고 있는 소립자들, 쿼크와 경입자(전자와같은입자들)같은 모두 스핀이 반정수배이다. 이러한 입자들을 페르미온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은 모두 정수배의 스핀을 갖고 있으며 보존이라고 부른다. 페르미온과 보존 사이의 대칭성이 초대칭성이다. 초대칭이론을 사용하면 대통일장이론에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초대칭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입자들은 대응되는 초대칭입자를 가진다. 예를 들어 전자에 대한 초대칭 입자는 스칼라전자라고 불리는 스핀이 0인 입자이다. 초대칭 입자가 존재하면 우주의 소립자 수가 졸지에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찾아야 될 입자가 두배로 늘어났으니 실험학자들은 더욱 바빠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초대칭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건설될 대형 하드론충돌가속기(LHC) 실험에서 초대칭입자의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모두 통일했지만 물리학자들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아인슈타인이 시도했던 중력과의 통일이 아직 나아 있기 때문이다. 1033cm 정도의 거리가 되면 중력의 크기도 다른 힘들과 대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다른 모든 힘의 이론들이 양자역학과 잘 접목이 되는데 반해, 중력을 양자화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대칭이론의 대칭성을 국소적인 영역에서 적용하면 중력과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된다. 이를 물리학자들은 초중력이론이라 부른다. 초중력이론을 통해 중력과 양자역학의 결합을 위한 길이 열렸다. 그러나 완전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자들은 입자가 하나의 점이 아니라, 약간의 크기(1033cm 정도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의미의 크기는 아님)를 갖는 끈으로 생각함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이를 끈이론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초대칭성을 포함시킨 것이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아직 초끈이론의 성공여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들이 발전해 결국 자연의 힘을 하나로 통일하고, 하나의 법칙(Theory of Everything)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물리학자들은 믿고 있다.
 

(그림)양성자의 붕괴^양성자가 붕괴하면 파이온과 양전자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미지의 X입자가 필요하다.

[(그림)양성자의 붕괴] 양성자가 붕괴하면 파이온과 양전자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미지의 X입자가 필요하다.


 

 

[글] 김선기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