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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영화] 캐리, 브라이언드팔마 (1976)


한참 추억팔이 하는 김에, 한때 내 인생 최고의 공포영화였던 캐리...를 회상해 봄.
언제 봤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손나게 풋풋했던 십대 시절 봤던 것 같음.

스티븐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영화로, 학교에서는 애들한테 이지메당하고 집에서는 광신도 애미한테 순수함을 강요당하던 주인공 캐리가, 학교 프롬 파티를 계기로 각 to the 성 하여 복수의 살육을 저지른다는 내용.

상상력이 유난히 풍부한 청소년기에 이 영화를 보고는 엄청 충격을 받았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이 디테일까지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서, 밤새 나를 괴롭혔음. 억눌린 듯 겁에 질린 듯 커다란 캐리의 눈동자, 악행으로 오르가즘 느끼는 듯한 파티퀸의 표정, 돼지피를 뒤집어 쓴 캐리의 모습, 짐짓 성스럽게 촛불이 밝혀져 있는 가운데 자신의 딸을 맞아들이는 광신도 어머니, 십자가에 못박혀 평화로운 표정을 짓는 광신도 모친의 모습 등등... 
암튼 장면연출이 갑이었음. 당시엔 마침 나 자신이 청소년이었던데다 기독교계 상징에 잠깐 관심갖던 때라 더욱 몰입하면서 봤을 수도.

그러나 감탄은 잠시뿐, 일주일 동안 뇌리에 박힌 이미지들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음 ㅠㅠ
원래 나란 인간이, 영화 보는 순간에는 동요하지 않는데, 나중에 밤이 되면 영화에서 본 잔상들이 나름대로 이상하게 진화하여 -_- 괴롭히는 바람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에...ㅠㅠ (다른 사람과 공포를 느끼는 포인트가 조금 달랐을 수도)


이 영화 다음엔 '링'을 보고 그 꼴이 났었음.
(일주일 후 누구나 예외없이 뒈지는 부분이나, 사다코 튀어나오는 부분이 아니라, 책에서 글자 텨나와서 떠다니는 애매한 환상 부분이나 끼익대는 그네 소리...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중에 상상 속에서 증폭되어 잠 못잠ㅋ)
아 난 옛날엔 참 피곤하게 살았구나 -_-;



아무튼 한때는 그래서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브라이언드팔머의 이름을 말하고 다닌 적도 있었으나, 그 후로 공포영화를 안 만드는 것 같더라. 상당히 안타깝다. 그래서 잊고 살았음. 뭐 그 후로 영화 자체를 별로 안 보기도 했었고. 요즘은 뭐 하나 궁금하네.


아... 그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몇 장면이 다시 떠오르는구나. 지금이야 더이상 무섭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