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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작은 뭉클함

새벽 4시 반, 꾀죄죄한 모습으로 맥도날드에 들어가 아침메뉴를 주문했다. 중년의 점원이 매장 의자를 모두 들어올린 채 열심히 바닥 청소 중이었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엄청난 양을 주문하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일본 남녀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밤을 샌 관광객들인가, 하고 옆을 봤더니

아까 주문받고 청소하던 중년의 맥도날드 남자점원이 유창하게 일본 중년 여성 두 명과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투가 일본인 같았다. 대화하던 일본 여성들도 "아니 일본어 진짜 잘하시네~" 이러면서 나를 홀긋 홀긋 보며 내 앞 테이블에 앉는다.

"카와이~"
라고 말하길래 둘 간의 대화구나, 하고 고개를 숙였다. 두 여성은 다시 거침없이 한국어로 "안녕"이라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도 "안녕" 하고 답해줬다.

여성들은 계속 카와이데스네~를 연발한다. 밤새서 거지꼴이라 카와이할 일은 없었기에 외교적 코멘트인 걸 알고 있었으나, 그런 격의 없는 친근함에 기분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일본어로)
"에에 여기도 일본어 하시네" "일본어 공부하고 있어요?"
"아 한때... 엄청 오래전에 했었어요. 여행중이신가요?"
"네 여행왔어요."
"자, 그럼 편안히."

우리는 서로에게 한국어로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보였다.

스쳐가는 낯선 사람들과 조우하는 짧은 순간이 도리어 인간적으로 가장 순수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기에 정말 사람대 사람으로만 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엔 낯선 사람이 친하게 다가오면, 무슨 목적이 있는 거지, 하고 경계부터 하게 됐었다.

 오랜만에 낯선사람과 격의 없이 인사하고도 "무슨 목적이 있어서 나한테 이러는거야?"하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분명 별 것 아닌데, 어딘가 뭉클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