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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FEHACK of INTP & ADHD/INTP의 시간관리 도전기

[리뷰]INTP용 플래너 찾기 대장정 (2) InnerGuide Planner


이 회사랑 아무 상관 없고 그냥 내 돈 썼던 기록임.

0. 동기부여가 필요
조직의 나사로 일할 때는 시스템 플래너가 편했다.
그러나 안 맞는 조직에 있었더니 병자가 돼 버려서, 셀프 콘트롤을 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음.
내가 자발적으로 삶을 계획하고 살아야하며 강제력이 덜 한 상황이 되자 시스템플래너가 소용이 없더라고.

많은 인팁들이 그런 것 같은데, 나새끼 기분 맞추기가 정말 너무너무 어렵거든?


기분이 영 아님 -> 아무것도 안 하고 무기력하게 누워있음
-> 인생 썩는 느낌에 기분이 더 나빠짐 ->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함
-> 기분이 더 나빠짐...


의 무한루프에 빠져버려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
이렇게 무기력한 상태에서 '오늘의 목표, 나의 사명' 이런 목록을 보고 있으면 더 기분이 나빠지기 쉽다.


그래서, 허무주의와 무기력이 바닥에 깔려있으며,
억지로는 뭘 못하고 할 기분이 나야만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는
까다로운 나를 북돋아 줄 뭔가가 필요해졌던 것이다.






1.이너가이드 플래너
그래서 국내의 각종 플래너들을 헤집고 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해외에서 플래너를 구매했다.
그것은,
이너가이드 플래너(InnerGuide Planner): The Life coach in a book (90일분)

그림 못 줄이나 ㄷㄷㄷ미쿡산답게 투박하다.jpg

이 플래너는 얭키 감성에 맞게 꽤 크다. '나만의 작은 노트♥' 이런 긔척 못함.
그리고 보다시피 디자인 헬임. 그나마 이게 좀 나은 편이다.
종류는 스프링버전과 떡제본버전 두 가지가 있다. 그건 취향껏 선택하면 되는데, 그냥 최악을 피해서 선택하자. 어차피 이 플래너에서 중요한 건 내용이다.


구성을 보면,
맨 앞에 30여 페이지가 '나를 돌아보기' 가이드 섹션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는 1일 2페이지 데일리 섹션으로 구성됐다. 90일 동안 뭔가 해보라고 만들어진 플래너다.


근데,
종이가 그냥 투박한 A4복사용지에 대충 인쇄한 질감임ㅋ. 안에 내지 디자인도 어딘가 허술하다.
아무래도 그냥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 대충 갈겨 만든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었음.
쌀국 특유의 투박한 실용 정서로 크기도 큼지막하고 안에 쓰는 칸도 큼지막하거든.

뭔가 상당히 막 만든 것 같은 쌀국생산 내지.jpg

그런데, 연 열몇권씩 노트 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내가,
이 플래너는 끝까지 알차게 썼다.




2. 장점

그래서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강추드림.



1] 삶에서 방향성을 잃어버린 느낌이어서 자기탐색 및 코칭이 필요하지만 훈계는 극혐하는 반항아.
코칭기능이 붙은 플래너는 한국에서도 몇 개 봤다. 내용이야 거의 비슷하지. 자기 탐색을 통해 삶의 버킷리스트나 사명 탐색하고 그 거대목표에 맞춰 매일의 태스크를 우선순위에 맞게 쓰도록 만드는 것. 그런데 그 코칭기능을 수행하다 보면,
'네 삶의 목표는 이거지? 넌 지금부터 그 목표에 맞게 눈 돌리지 말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는 식의 훈계ㅋ를 받는 기분이더라고.

말년갑의 소중한 짤.jpg

뭐, 그래. 좀 도전적이고 목표 달성에서 뿌듯함을 얻는 사람이라면 그런 플래너가 좋을 거다.
그런데 난 훈계를 받으면 자동으로 반항심이 솟는 중이병자거든.
그리고 무기력 정점을 찍은 유리멘탈 시점에서는, 그런 훈계 한마디 듣는 것도 알게 모르게 마음에 짐이 되더라고ㅋ.

그런 점에서 이너가이드 플래너가 매우 유용했다.
이너가이드 플래너의 코칭은 뭔가 좀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보통 비전이나 버킷 리스트 적을 때, 온통 "네가 이룩하고 싶은 일"을 적게 하잖아? 그런데 이너가이드에서는 그런 외부적 목표와 함께 내부적인 성장 계획도 적게 돼 있더라고.
물론 그거 한 번 적는다고 해서 매일 들춰보여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 이 플래너는 나의 영혼을 매만져주는구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주더라.
유리멘탈러에겐 좋은 착각이다.

그리고 온통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듦.
그런 기분좋은 경험들을 쓰다 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할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기도 하고.


종합적으로 말해, 사실 내용 자체는 기존 라이프 코칭과 엄청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접근방법 면에서 다독이는 느낌을 주고, 뭔가 상냥하고,
"이럴 땐 이렇게!"라는 식의 실용적인 팁들도 많아서 머리에 잘 들어왔음.


확실히 잘 썼음. 가이드만도 따로 팔았으면 좋겠음.

근데 어쩌면 이게 친숙한 한국어가 아니라서 ㅋㅋㅋ거부감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2] 자기가 쓴 가이드 내용 일부를 매일 돌아보게 돼 있음.
데일리 페이지에 'ㅇㅇ페이지를 보세요' 이런식의 메모가 있음.
그 페이지를 보면 내가 가이드를 통해 도출한 비전 혹은 목표가 적혀있어서 매일 '아 나 이거 하고 싶댔지' 하는 걸 리마인드 할 수 있음.
그리고 그 목표도 '나는 반드시 이것을 한다'는 부담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원하는 게 완성됐을 때의 자기 모습이나 기분을 묘사'해 놓게 돼 있어서 기분도 좋고 동기부여도 된다. 유리멘탈일 때는 훈계받으면 그냥 '야 난 쓰레기니까 그냥 이번생은 망했어ㅋ'가 되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됨. 엉엉.

그리고 뭔가 나쁜 습관에 대한 원인이나 해결책을 자기 스스로 적어보게 함.
그리고 그 페이지를 매일 돌아보도록 데일리 페이지에 지시문이 적혀 있음.
이것은 자기가 스스로 발견하여 적은 해결책이기 때문에, 애초에 솔직하게 잘 적어놨다면, 무엇보다 좋은 해결책이다. 보면 뼈 때린다.

보통은 이런 가이드는 단 한 번 쓰고 일년간 그 결심을 잊게 되는데ㅋ, 이런 구성이 상당히 좋았음.




3] 1년짜리 플래너 다 못 쓰는 사람
나같은 사람은 다이어리든 플래너든 뭔가 사면, 처음에는 대차게 시작하다가 잘 쓰지도 못하고 뭔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질려서 새걸 사고 버리고 돈지랄을 함.
근데 이건 90일 분으로 돼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ㅋ 그리고 90일간 매일 아래에 격려 메시지같은게 바뀌어서 나옴. 그 메시지도 훈계가 아니라서 나름 괜찮았음.


4] 일반 플래너를 쓰면 영혼이 고자되는 느낌을 받는 사람
오늘의 할일 리스트만 쓰게 돼 있는 게 아니라, 생각, 아이디어, 기분체크하는 란도 있음.
무기력병자가 되면 할 일 적거나 보는 것도 부담이 되거든.
그래서 멘탈 다독다독 하면서 그냥 자기 기분 쭉 적다가 할일들 적을 기분이 되면 그때 적어도 된다.


5] 막 만들어서 부담이 없음.
이거 좀 웃긴데, 이 플래너가 워낙 대충 워드에 글자 쳐서 인쇄한 후 A4 대충 잘라 막 만든 것처럼 생겼거든?
그래서 오히려 쓰는데 부담이 없다.
플래너가 너무나 고오오오급스러우면 기분은 황송한데, 뭔가 잘 써야 할 것 같고 아까워서 결국 잘 쓰지 못하고 버리기 쉽거든. 그런데 이건 너무 막만든 티가 나서 그냥 부담없이 팍팍 잘 갈겨 쓰게 되더라고.
그러다 보니 줄, 칸, 섹션 무시하고 내가 쓰고 싶은거 막 갈겨 쓰곤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게 창의력 돋고 좋았다.



6] 마음만 다독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게 만듦
가끔 '당신은 너무나 솢중해요 나를 위해 돈을 써봐염' 이런 메시지들을 보는데, 물론 그런 정신승리도 좋지만, 플래너를 살 때 궁극적인 목표는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PLANner인 것이잖아?

이 플래너는 분명 유리멘탈용 치유플래너긴 한데, 너무 치유일색으로 빠지지 않고 좀 살가운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가 정한 비전이든 목표든 사명이든을 위해 뭔가 할 기분이 나게 만들었음.

적어도 나는 단기목표를 위해 실제로 이 플래너를 90일간 쓰고, 그걸 이뤄내기도 했다.




3. 아쉬운 점

- 영어다.
앞에 가이드도 전부 영어임. 그거 불편하면 그냥 gg각.

- 정보정리같은 건 기대하지 말자. 업무 등 본격적 용도는 앞뒤 바꿔 쓸 수 있는 시스템플래너류를 쓰거나 에버노트, 개인위키 등 다른 것 쓰세요. 이건 힐링ㅋ플래너임.

- 무겁고 크고 투박하다.
그런데 내 경우엔 이게 시원시원하고 막 쓰기 좋아서 장점이었음.

- 가이드 쓰는게 시간이 은근 많이 걸린다.
하루 종일 다 잡아먹는다고 보면 된다. 이틀 내내 걸릴 수도 있다.
가이드에 부담 느끼지 말고, 어차피 내지 질감이나 디자인이 병신같으니까 그냥 가볍게 낙서하며 쓰도록 하자.




종합적으로는, 유리멘탈 됐을 때 마음을 다독이며 단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좋은 플래너로 강추함.
적어도 내가 경험한 플래너들 중, 가이드가 달린 것으로는 이게 제일 좋았음.


앞에서도 썼지만, 나는 이 회사와 무관하며 내 돈 지랄을하여 구입한 것임을 밝힘.
구입은 아마존 가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