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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FEHACK of INTP & ADHD/ADHD 관련 끄적

번아웃 의심과 약 증량

1. 번아웃

ADHD로 진단을 받은 후 갑자기 내가 ADHD가 아니라 번아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됐다.

뭐,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수순인 것 같다. 

처음 ADHD에 대해 듣고는, '어 나도 그런 것 같아'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과거 행적을 조용한 ADHD에 끼워맞춘 후, 의사에게도 그런 방향으로 상담/검진을 하고는, 

막상 검사결과가 나온 후엔 '내가 사실 ADHD를 너무 의심해서 내 과걸 끼워 맞춘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게다가 콘서타라는 ADHD 약을 먹고 나서 첫날은 어마어마하게 좋았지만, 그 다음부턴 딱히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콘서타를 먹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면 고양감이 오고 의욕이 솟았지만, 그건 원래 커피가 그런 성격을 갖고 있어서인 것 같았다. 물론 콘서타를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그냥 커피만 마시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콘서타가 여하튼 내 뇌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잠이 잘 안 오는 것도 뭔가 작용한다는 증거겠지. 그래도 눈에 띄는 효과가 없단 것이 내가 ADHD가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그래서 의사와 상담했음.

    "님 저 ADHD 아니고 번아웃 아닌가요? 저 어린 시절에 특별한 문제 없던거 같은데, 제가 그때 과거를 끼워맞춰서 말한거 같네염?ㅋ"

     (또 그 얘기냐라는 표정) "요즘은 어릴 때 멀쩡하다가 성인돼서 발견하는 케이스가 급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사결과가... (뒤적뒤적 살펴보더니 3초간 침묵).... ADHD네요"

     ()

     "근데 약은 잘 들음?"

     "네 뭐 잠은 겁나 안 오는거 보니 약효가 있나보네요.


2. 콘서타의 효과

그래서 의사에게 말해줬다. 일단 나는 약을 보조개념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약의 도움으로 일상 생활 패턴부터 제대로 바로잡으려 노력 중이라고. 그래서 일정한 시간에 특정 장소에 가서 일하려고 노오오오력하는 중인데, 그러다 보니 약먹기 전보다는 분명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긍정적이라고. 그리고 약 먹은데다 커피까지 한 잔 마시면 몰입감 쩐다고 나의 상태를 침착하게 설명해주었다.


막상 말하고나니 가슴속이 웅장해졌다. 아니 나녀석 너무나 어른스럽잖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이해하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그래서 이게 약때문인지 새로운 환경이 괜찮아선지 헷갈리긴 하지만, 뭐 약효가 있으니까 일단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음"

    "?"

    "약이 전혀 안 듣는 것 같네요."



의사는 약 용량을 올려서 처방해 주었다.



    "뭣이? 아니 내가 왜? 으아니?"


3. 증량

콘서타의 가장 기본 용량인 18mg에서 27mg으로 올려 처방받았다.

의사가 내게 약이 안 듣는다고 말한 이유는, ADHD 진단을 받고나서 약을 먹으면 대부분 이전과 확연히 다름을 느끼게 되는데, 나처럼 긴가민가 하는 경우엔 약효가 없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나에겐 지금 약간의 부작용만 있고 약효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커피 마시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렸다. 

사실은 '아니 뭐 콘서타도 기본은 각성제잖아. 이게 100퍼 안 듣는데, 뭐 약을 더 먹기보단 순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낫지 않아?' 하고 제멋대로 판단하여, 거의 매일 커피를 마셨음.ㅋ 이걸 자랑스럽게 얘기했더니 금지령 내림.


사실 나는 약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부작용을 많이 겪는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약 용량을 올린다니 조금 무서워졌다. 이러다 약 의존성 높아지고 중독자같이 되면 어떡하지? 낮은 용량으로 다시는 못 돌아가는 것 아닐까?


        "아. 그렇지 않으니까 일단 부작용 없으면 쭉 적응해보세요. 그런데 님은 부작용에 예민하니까 심하면 그냥 중단하시고요"

    "그렇다면 참기 어려운 부작용이 동일한 성격으로 연속 3일 지속될 때 투약을 중단합니다 삐빗"

        "아니(...) 그렇게 기계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고()"


하여 약을 올려서 먹게 되었는데 사실 조금 무섭군. 

일단 겪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