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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분홍 코끼리 분홍 코끼리와 함께 세상은 멸망을 향한 첫 걸음을 디뎠다. 커다란 도로는 광장이 돼 있었다. 도로의 전후좌우를 막아두어 마치 광장처럼 보였다. 광장 안에는 사람들이 서로 밟고 밟히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쓰러진 사람들은 죽어있었다. 피를 뒤집어 쓰고 울부짖는 사람들도 이미 감염된 기색이 역력했다. 도로 앞에는 커다란 분홍 코끼리가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습기 많은 남쪽 어디선가 올라온 듯한 이 코끼리는 고개를 휘두르며 '푸슈루루' 피를 뿜었다. 벽돌색 액체가 사람들의 몸에 튀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들이 도망가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저 피를 맞은 사람들은 이미 감염됐어. 그래서 도로의 전후좌우를 이렇게 막아둔거야.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군인들이 코끼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더보기
피자, 엘리베이터. 1. 어떤 수업에 들어갔는데, 수업이 끝날 때쯤 사람들 먹으라고 피자를 줄 예정이었다. 관중석에 섞여 앉아있는 교수님과 그렇게 눈신호를 주고받았다. 아.. 물론 꿈 속이니까 텔레파시로ㅋ. 빈자리가 하나 있어, 그 의자 위에 잘게 잘린 피자를 올려두었는데, 갑자기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어? 점심이면 피자 먹는 사람도 있고 안 먹는 사람도 있겠네? 피자 쓸데없이 사온거 아닌가 싶었다만. 정신을 차려보니 의자 옆 배수구에 색색가지로 예쁘게 잘린 무조각이 쏟아져있었다. 피자가 무로 변한건지, 그냥 원래 무였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깨끗하긴 하지만 이거 그냥 버릴까 싶었는데, 어떤 사람이 옆에서 '이 무 어떡할거냐'고 물어봤다. '씻어서 갖다놓죠 뭐'라고 답한 후 뒤에 있는 싱크대로 가서 고무장갑을 끼려고 했는데 .. 더보기
THE HOURS 1. 거대함선내가 서 있는 이 곳은 거대함선. 함선은 빅토리아조의 느낌이었다. 화려하고 거대하고 복잡한 미로와 같았다. 인류가 영원히 발전하고 번영할 것 같은 희망을 불러일으켜 주는 거대 함선. 거대한 함선에 물이 새고 있었다. 나는 중년의 남자 어른과 여자 몇 명과 함께 안전한 곳에 서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웃고 있었어. 그는 나를 보며 친절하게 말했다. "여기 가만히 있으면 안전하다고. 그러니까 침착하게 있어요.""...아 그런데..!" 나는 누군가 안에 있다는 걸 불현듯 깨닫고 중년의 남자를 돌아봤다. 그는 다른 여자들과 뭔가 어른의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더 이상 나를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이제 이 정도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줬으면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어른의 냉정한 합리가 느껴졌다. 나.. 더보기
다시 미소년과의 조우. 워크샵인지 강의같은 걸 듣고 있었는데 어떤 소년이 나를 반갑게 잡아 끌었다.얼굴은 달랐지만, 알 수 있었다. 지난 번 꿈에서 영혼을 조우했던 그 소년이라는 것을.나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맑은 얼굴과 손짓에 마음이 설렜다. 역시, 마음을 따라야겠어. 강의실이 분주한 틈을 타서, 잠시 밖으로 나왔다. 나가는 길에 누군가 날 쳐다봤지만, 볼일이 있다고 했다.S양이 어느새 동행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가면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을거야, 라고 말하는 S양의 목소리에서 즐거운 기색이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빛도 없이 어두운 골목이다.나의 소년은 사라져 있었다.노란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십여개의 돌계단이 놓여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시멘트로 된 작은 마당이 있다. 마당.. 더보기
영혼의 조우 내 눈꺼풀에는 검은색 철실이 꿰매져있었다. 레이스업 부츠처럼 성기게 교차된 철실의 튼튼함에 맞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어.이렇게 육체의 감각을 차단해야, 정말 마음을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캄캄한 가운데 따뜻한 느낌이 들고, 마음이 맑아졌다.그냥 옷처럼 육신을 벗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어떤 귀여운 아이가 앉아있었다. 친구와 함께. 꽤 미소년이네. 그의 영혼은 참 어리구나. 치기가 느껴졌다. 약간 붉은 빛을 띈 갈색 염색머리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와있었다. 내 영혼은 그냥 내 나이 그대로이거나 좀 더 많은 느낌이었다. 거의 1.5배의 나이차이가 느껴져. 역시 어디선가 검은색 철실로 시력이 차단됐을 그의 육신 역시 이렇게 어릴까? 이렇게 육신의 껍데기를 벗은 상.. 더보기
중세영주 A와 내가 주고받던 이야기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미 내용은 너나 나나 신경쓰지 않고 있었지.A이 동공이 확장된 검은 눈동자와 크게 뜨여진 눈이 시선에 들어왔다.그의 얼굴이 조금은 더 가까워진 듯했다. 잔인함이란 표현 양식일뿐이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배에서 구불구불 내장이 길게 튀어나왔다.그렇지만 튀어나온 내장은 표현의 하나일 뿐이다. 웬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구나. 너는 해체된 내장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말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나란히 앉았다.A의 어깨와 나의 어깨가 부딪쳤지만, 둘다 피하지 않았다.우리가 입은 사슬갑옷의 두께때문에 서로의 어깨가 어떤느낌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어깨를 맞댄채 그대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더보기
날았다 언제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공기의 밀도가 높은 그 세계에 있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냥 슥 떠올랐다. 2-3미터 가량만 떠오르면 어느정도 고도 유지는 가능하다. 여기까진 깊은 숨 한 번 몰아쉬는 정도로 쉽게 떠오를 수 있다. 물론 이 높이에서는 기류를 이용하는 것이 좀체 힘들어서,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래서 얼마 후면 바닥에 발이 닿아버리고 만다. 아니, 그 전에 땅개들에게 내 발을 잡혀버리고 만다. 좀 더, 그들의 천박한 손아귀가 닿을 수 없는 높이까지 날아 올라야 한다. 공중이 아닌 '하늘'에 있다고 느낄만큼 높게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숨을 잠깐 참는 정도의 짧은 에너지로 그곳까지 온전히 올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각각의 높이에 따른 .. 더보기
잉어 1.연못가에 발을 디디고 있었는데 팔뚝만한 잉어가 다가와 내 오른발을 물었다. 별 특이한 점 없는 그냥 보통의 커다란 생선-_-이었다.'닥터피쉬같은건가?'하고 생각하며, 독이라도 치료해주려나보다 싶어,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간질간질하게 물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놈의 잉어가 꿈의 특권을 이용하여 -_-ㅋ 순간이동하여 왼발을 물고 있었다.오른발을 물 때와는 달리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아프진 않았지만, 잉어가 내 발을 빨아들이는 힘이 너무 강해서,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과연 발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가볍게. 뭐 사혈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귀찮아. 나는 오른손으로 잉어를 잡고 힘껏 발에서 떼냈다.어... 너무 세게 물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악력이 가해졌고, 그만 잉어의 머.. 더보기
옛 동료.. 꿈의 전후는 이미 흐릿한데...어쨌든 꿈의 A신과 B신을 잇는 브릿지 장면쯤에서 이 옛 동료가 등장해서줄줄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해댔다. 그의 지능은 7-8세밖에 돼 보이지 않았으나 외모는 어느덧 오십이 넘은 듯 푹 삭았다.주름지고 거친 그의 얼굴은 끈끈하고 투명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뇌혈관이 막힌 이후로 이렇게 됐단다. 옆의 다른 동료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아 참 ㅇㅇㅇ는 요즘 이런다니까 누구만 보면 이렇게 울어대"그의 마음 속에 어떤 일이 오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보채는 여섯살 어린아이를 보듯 나의 옛 동료를 대하고 있었다. 더보기
도둑 도둑이 들었다. 그렇게 엄마가 말해줬다. 언제 도둑이 들었냐고 묻자 꽤 오래전부터 여기 살고 있는 것 같단다; 없어진 물건은 특별히 말하진 않았다. 나는 엄마가 말하는 동안 가구의 먼지를 살짝 닦았다. 꽤 많이 쌓였네.. 라고 생각했다. 도둑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에서 사람을 나오게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갑자기 애완견(으로 등장한 동물)이 내 다리를 물었다. 경고의 표시다. 아프거나 상처나지 않게 살짝 물고 그 아이는 그대로 있었다. 전혀 아프거나 두려운 느낌따위 없었다.'응? 도둑있는거 맞구나? 고마워' 방에 들어가니 거울이 있었다. 보자마자 나는 꿈 특유의 전지적작가시점으로 이 상황을 단번에 알아채 버렸다. '너 거울 뒤에 있구나?' 거울을 바라보았다. 난 지금 거울을 바라볼뿐이지만 사실은 거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