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졸라와 잡생각
피아졸라는 어떻게 보면 탱고음악의 '급'을 올려주었지만, 실제 탱고 춤에 쓰이는 음악은 훨씬 단순한 선율과 박자를 갖고 있다.
탱고가 그냥 대중적인 춤이었으니 당연하지. 피아졸라 음악은 그냥 맞춰서 즉흥적으로 춤 추기엔 어렵다. 관념과 현실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통사람과 대중과 민중은 다르다.
그렇지만, 같은 대상의 다른 속성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항상 혼돈을 겪는다. 내 마음은 엘리트주의(딱히 계급적 차이라기보다는, 보통과 다름)를 지향하지만, 내 머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며 나무란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부터는 우민을 믿지 못한다. 특히 보수의 도구로 쓰이기 쉬운 상태의 우민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나 스스로 또한 우민이 아니었는가. 어떤 면에서는 나는 손나니 멍청해서 보통 사람의 1/10도 안 되는 주제에, 우민이라고 대중인지 민중인지 뭔지를 무시할 자격이 있는가...
라고 내 대가리가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 귀찮고, 아무튼 듣는 음악으로서의 피아졸라는 좋구나.
딱히 바쁘지 않을 때 술이 취해서 들어야 베슷흐다.
술이 취해야 산만한 정신을 멍하게 만들 수 있다.
역시 탱고를 배우고 싶다.
동작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삶의 굴곡과 의미. 표현 수단 하나가 늘어난다는데 느껴지는 희열. 물론 보통의 경우, 동작의 의미따위 신경도 안 쓴다해도. 뭐 나도 실제로 추게 되면 그런거 신경 안 쓰겠지. 그래도 어떤 의미를 담아낼 것인지, 완전히 포기는 못 하겠지만.
그러나 실제로 탱고를 배우기 위해 겪어야 하는 집단주의 인간관계가 좀 귀찮고 소모적이야. 에너지가 많은 시기에야 이것도 해 줄수는 있는데, 지금은 땡기진 않네.
그래서 역시 관두겠습니다.... 뭐 언제 정말 궁금하면 배우겠지. 아바나라도 가버릴지도.
꿈이지만.
이럴 때면 정말 리셋하고 싶다. 귀찮아서. 아 술이나 더 마시자. 행복한 기분을 연장하기 위해.
아무래도 오늘 쓴 글들은 다음날 보면 지워버리고 싶을 것 같은데, 참아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