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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창의력 테스트의 어이없음

예전에도 어딘가 써갈긴 것 같고, 종종 불만을 표현하는 것 중 하난데, 

흔한 창의력 테스트들.

예를 들어, 널빤지 그림을 주고 '이것의 용도를 써라'라는 미션을 준 후, 

'건축자재'라고 쓴 사람들에게 '넌 창의력 없는 놈이넹. 널빤지는 널뛰기, 시소, 뗏목, 태권도 격파자재, 블럭쌓기 장난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판넬, 옷갈아입을 때 쓰는 가림막, 노숙자가 비 피할때 쓰는 임시지붕 등 다양한 용도가 있는데 넌 창의력 빵점임' 이딴 식으로 비판을 하며, 유딩보다 뒤떨어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능력을 통탄하며 외쿡을 찬양하는 얄팍한 비판이 어이없다.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는 것과, 맥락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서 가장 적합한 한 가지를 결정해 제시하는 문제해결력은 서로 다르다. 사람은 어느 순간 가장 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전자의 경우처럼 무작정 다양한 것들을 같은 비중으로 제시해서야 영 힘들어질테니까.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적 규범이란, 효율성을 위주로 하기에, 일견 상황에 맞지 않아도 다양한 것을 떠오르는 대로 제시하고 전혀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며,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규범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적응해내고,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에 맞게 답을 내놓은 피험자에게 창의력이 없다느니 하면서 비판하는 것은 단지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왜 자기네들이 완장질해놓고, 이에 가장 잘 적응하는, 어떻게 보면 현명하기까지 한, 죄없는 애들한테 ㅈㄹ이야?' 라는 느낌이랄까.


또한, 다수의 학생들이 충분히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창의력을 이미 갖추고 있지만, 단지 답변시에만 저렇게 '정답 하나'만을 든 것일 수도 있음.

그러니까 실제로 애들은 저렇게 여러가지 생각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좀 더 편한 환경이 주어지면 잘 할 수 있으면서도, '공식적인 시험' 환경에선 그냥 관습에 따라 하나로만 답했을 수도 있자늠. 즉, 애초에 실험 환경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임.




역으로 저런류의 테스트에 강하지만, 현실에서 병신인 나같은 인간이 있습죠. 내가 보기엔 창의력은 개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치와 현실성결여, 그로 인한 결정장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테스트일뿐이다.


뭐, MBTI의 P와 J를 가려내는데 유용할 듯. 

만약에 백번 양보해서 레알로 이런 능력을 창의력이라고 부른다면 창의력은 결정장애를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병신력일뿐이라고 알아먹겠다.





............그냥 자아비판이었음. 결단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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