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들2018.05.30 05:19
지금까지, 어려움은 혼자 감당하고 책임지려 해 왔다.
그러나 그건 좋은 태도가 아니다.

사람은 온전히 고립돼서는 살아갈 수 없다. 
누구에게나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감정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누군가에게 심히 의존하고픈 때가 찾아온다.


게다가 이젠 더 이상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네트워크 사회라고 부르든 뭐든간에. 

개인적으로 그 '네트워킹' 혹은 '인맥'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용례나 여러 상황들을 불편해 하지만, 
내가 싫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부정할 수야 없지.

분명 이제는 혼자 묵묵히 노오오력하고 감당하는 것보다는, 
도움을 외치고 협력해 나가는 것이 보다 현명하고 효율적이며 즐겁다고 하는 세상이다. 
패러다임은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고 앞으로 더 그럴 거고.
그런 협력이 편하도록 점점 산업구조들이 바뀌어 가는 것도 맞아. 


그런데 난 지금까지 모든 걸 혼자 묵묵히 해나가는데 익숙해졌기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잘 해나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겠다.
효과적으로 내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는 법도 모르겠어.


내 감정을 전달, 아니 폭발시킬 시점이면 온통 격앙돼서 차분하게 전달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이 상황을 이해 못 한채 '저 미친새끼'라고 간주하게 마련이지.

그리고 도움을 어떻게 요청해야하는지에 대한 요령도 없어서, 
도움을 요청할 준비를 하다 보면 그 도움 요청 준비 과정 자체에 지쳐버린다. 
그래서 결국 '아 c8?ㅋ 혼자 하고 말지' 하며 그냥 혼자 감당해버리게 된다.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도
이런 걸 잘 하는 방법을 교육해 달라고.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거라고? 아 의외로 이게 하나도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까. 

병신같지만 책으로라도 배워야 될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8.01.23 22:52

오랜만에 소녀혁명 우테나라는 애니를 정주행했다. 


아래는 일단 약간의 스포일러니까, 앞으로 볼 계획이 있는 사람은 패스ㅋ


더보기


사실 난 이 애니를 보는 동안에 안시년만 나오면 갑갑해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 


아오썅 저기서 왜 쳐맞고 있으며,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왜 저러고 있는 건지 당췌 이해도 안되고 말이지. 공격이라고 하는 건 수동공격밖에 없고. 그리고 마지막에 자기 구하러 온 우테나 통수친 것도 그렇고 말임. 싫으면 싫다고 똑바로 말을 하던가 존나 쳐가만히 있다가 마지막에 개지랄 떠는게 얼마나 비겁해보이던지. 물론 이 스토리의 진행상 또한 여러가지 설정상 당연히도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건 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떠올리며, 안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말투도 수동공격적 대응방식도. 그리고 자신의 여성성이랄까, 그걸 이용하여 살아남으려는 노력도. 물론 그 여성성이란 건 남성중심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학습된 생존방식을 의미함.

 


근데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니, 

내가 안시였다.


이제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6.07.27 11:19

*

몇 달 동안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

사실 조금 정신 없이 바쁘기도 했었고, 그게 끝난 다음에는 차분히 앉아있기보다는 밖으로 나다니는 시간이 많았기에 블로그에 손이 가지 않았달까.

여하튼 그냥 써 봄.


**

오늘 꿈에 오래전에 죽은 애완동물이 나왔다. 몇 명의 연예인인지 연예인 지망생인지와 함께 어떤 계단을 내려가니 그 애가 있었다.

그 앤 이미 다른 사람의 소유였다. 아 그렇구나. 이제 다른 주인이 있구나. 자연스러웠다.

반짝거리지는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하겠지.











***

오늘 불현듯 나와 같은 날 태어난 A군이 생각났다. 그 앤 어릴 때 나와 같은 반이었다.

운명을 점치는 각종 기술들에 따르면 A군과 나의 성격이 조금은 비슷해야했지만, 태어난 시간차를 감안하더라도 우린 너무 달랐다.

남에게 관심 없고 글줄이나 쳐 읽기 좋아하던 히키코모리 성향의 나와는 달리, 그 애는 무척 활달하고 약간의 폭력적인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휘어잡는 타입이었다. 반에서 가장 싸움을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실제로 싸우는 걸 본 적은 없어서 사실여부는 잘 모르겠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도, 대외적으로는 그냥 대충 모범답안을 말하며 속으로는 부유한 백수를 꿈꾸던 나와는 달리, 그 애의 꿈은 당차고 확실하게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본인이 더 잘 알겠지.




당시 소극+내향의 정점을 달렸던 내 성향탓에, 내 주변에는 내가 선택한 아이들보다는 나를 선택해서 모여든 아이들이 있었다. 

유치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난 내 관심사나 성향이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괴로운 자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읽고 생각한 것을 또래와 나눌 수 없었다. 어른과 이야기 하기엔, 어른들은 나를 평가하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또래와 노는 것이 조금 낫긴 했지만, 일상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게 평범한, 사회에서 인정받는 행동인지 불확실했다. 언제나 나는 스스로를 밝히기보다는 주변을 관찰하고 반응을 살펴, 어떤 행동이 '일반적인 사람의 행동'인지를 귀납법으로 결론내려 그걸 연습하는 식으로 사회에 적응해나갔다.

자연스럽게 애들이랑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말을 잘 안 했더니 의도치 않게 신비주의 콘셉트가 형성됐다. 그 아우라를 제멋대로 동경한 (착각한) 애들이 모여들었다. 여하튼 무리가 형성돼서 같이 놀았다. 처음에는 나를 선택하여 모여든 아이들이었지만, 나는 일코 히키코모리꾼이니께ㅋ 곧 자기들끼리 관계가 새롭게 형성됐다.




같은 날 태어났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A군도 나와 함께 어울렸다. 그리고 A군은 우리 무리에 있는 B군을 웬지 매우 미워했다.

같이 떠들고 웃다가도 갑자기 A군은 웃음을 멈추고 B군에게 따져 물었다.

"너 지금 그 말이 뭐야?" 

"너 지금 나 비웃는 거야? 왜 그따위로 웃냐?"

라며 시비를 걸곤 했다.

보다 못해 처음엔 몇몇 아이들이 몰래 B군에게 말했다. 

"A군 사실 말만 저렇지 싸움 잘 못해. 몇 대 치면 그냥 바로 운대."

그렇지만 A군을 몇 대 치는 아이는 없었다.

B군은 점점 침울해졌다. B군과 어울려다니는 아이들도 점점 줄었다.




B군이 나에게 오면, 나는 B군과 함께 어울렸다. 그렇지만 B군이 내게 오지 않을 때 나는 그에게 일부러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B군이 나와 어울리는 횟수도 좀 줄었다. 내향적인 나는 원래 누구에게도 손을 먼저 내밀지 않는 애였지만, B군은 그걸, 내가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증거로 봤을 수도 있다. 웬지 모르게 A가 불공정하다고 느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항하지도 않았다.




지금 보면 존나 병신같지만, 나는 모든 게 불확실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군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평범하게 웃는 B군에게 "너 지금 그 말이 뭐야?"라고 시비를 걸면, A군이 개새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일코하느라 바빴던 나에겐 그것조차 그냥 '데이터'였다. 나는 'A군이 한 "너 지금 그 말이 뭐야?"라는 말의 의미는 뭘까', 'B군의 어떤 행동이 사람들에게 거슬리는 걸까'를 해석해서 그걸 '일반적인 사람의 행동' 법칙으로 귀납하기에 바빴다. 여기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기엔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내 판단이란 그저 세상에서 통용되지 않는 히키코모리 일코쟁이ㅋ의 판타지일 뿐이니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는 A군이 B군에게 한 행동이 일종의 왕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깨달았다기보다는 결론내렸다는 표현이 더 맞다. 

당시에 나도 이미 A군의 태도가 '불공정하다'고 느꼈으니까.







항상 남과 다르다고 느꼈지만 온전히 혼자가 되기는 싫어 보통 사람의 행동을 흉내라도 내려 했던, 불확실한 어린 시절이라고 해서,

나의 태도가 과연 용납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보다는 오천만 배 사회화됐다고 생각하는 내가, 실상 그 때와 달라지긴 했을까.

여전히 나는 가치판단을 뒤로 미루려하고, 모든 상황을 일단 지켜보려 한다. 어떤 상황을 듣고 보자마자 뭔가 '옳지 않아' 하고 치밀어 오를 때가 있지만, 곧 상황을 온전히 아는 것이 아니니까 좀 더 내버려두자는 식으로 발을 빼고 관찰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내가 순간적으로 옳지 않다고 느꼈던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 후에도 옳지 않다고 결론내리게 된다. 현실데이터를 수집하지만, 결론 내리는 논리주체는 결국 세상의 법칙이 아닌 내가 된다.

단지, 내가 결론을 내릴 때 쯤이면, 옳지 않다고 느꼈던 그 상황은 이미 저 멀리 지나간 후다. 지나간 상황은 돌이켜 바꿀 수 없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었으면서 (아니, 내가 어떤 결론을 내릴 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으면서)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흘려 보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나 자신을 좀 더 믿어보는 게 어떨까.

적어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려면.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6.02.18 01:17

그러하다. 웬만하면 책 소장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책은 빌려서 보고 있고 사는 경우는 충동구매 혹은 오래 읽을 듯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소장하는 것들도 결국엔 별로 들춰보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다 헛된 욕심이다.
조금 아낀다고, 혹은 언젠가는 들춰볼 것 같아서 갖고 있을 필요 없다. 갖고 있으면 내가 마치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잘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지는데,
그냥 집착이자 판타지다ㅋ.
눈으로 제목만 훑으면 뭐 흡수가 쏙쏙 되는 것도 아닌데ㅋ.
이제 중고매장이든 쓰레기통이든 갖다 버리려고.
정말 보고싶어지면 도서관이든 어디든 가서 복습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들든 안들든 책 처분 전에는 한 줄이라도 감상을 써 보려고. 눈에 안 보이면 더 빨리 잊는 게 사실이긴 하니까.


근데 딱히 새로운 결심도 아닌 것이, 원래 갑자기 미친 것처럼 책들 다 갖다 버리곤 한다.
그 시기가 왔을 뿐이다.ㅋ.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5.12.21 20:48

1. 

한때 INTP/ ENTP를 헤매던 내가 조낸 ENTP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가 있다.

내가 스쳐온 ENTP를 표방하는 닝겐들이 존내 한 번쯤은 불타는 경쟁심이라던가, 일등해야겠다는 의지랄까 그런 정열을 보여줬는데,

(물론 그 의지를 보이는 분야는 다양하겠지만 ㅋㅋㅋ)

나는 존내 그런게 부족한거다.


아니 뭐 내가 짱 먹었다고 하면 당연히 기분이야 좋을 것 같다.

물론 좋을 것 '같다'고 표현하는 건 별로 짱 먹는 일이 많지 않아서 잘 기억이 안나므로 그렇게 썼다.

"어머 뭐시여? 내가 쨩이라고? 우아아아앙?!?"

응 그러네. 상상해보니 신나긴 하네 ㅇㅇ.



그런데 남한테 관심을 가져야 남을 제끼고 일등을 하겠다는 마음이 들텐데, 나는 남한테 큰 관심이 없고

일등을 한 후 올 관심이나 기대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일등을 매기는 주체가 뭔지, 또 남이 수여한 일등이 뭔 의미인지, 아니 다 비슷한데 여기에 일등 매겨서 머할건지 등등을 쓸 데 없이 의심하는 등

한마디로 그냥 게으르고 존나 성격 자체가 꼬여있다 보니, 

일단 내가 일등이 되면 기분이 좋을 것 같긴 해도 그걸 굳이 지금부터 존나 노력해서 하고 싶단 생각은 안 드는 것이다.

일등보다는 그냥 아예 남하고 존나 차별화된 유일한 존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경쟁 자체가 무의미한. 후후후후훟 = 지구정복?!



2.

여하튼 그러다보니 평소에 뭘 존나 잘하겠다는 의지도 없고 에너지도 좀 부족해서

존나 재밌는(=쓸 데 없는) 일이나, 급히 해야할 일이 눈 앞에 바로 있지 않으면, 

대부분 그냥 무의미 무기력 모드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나를 위한 무수한 생활양식을 찾아봤음에도 

(INTP의 시간관리 도전기 카테고리를 보자. 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고 있는게 없다. 눈물이 흐른다.)


아니, 남들이 일등 줘도 의심크리 날리는 내가 

그딴 도구 따위로 속겠냐고 

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존망.




3. 

그래서 그냥 이 무기력을 극복하고 함께 이겨낼 무기력 클럽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냥 인생 자체가 무의미하고 무기력해서, 남들이 보기엔 어이없이 쉬운 일상생활 미션도 왜 해야되는지 고뇌하는 사람으로 구성하자.

웬지 멤버들 중 상당수가 INTP와 INFP가 될 것 같다는 거슨... 그...그거슨 그냥 내 드립이다.

그리고 에네르기파 넘치는 성님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존나 쉬운 미션을 주고 Habitica 앱같은거 같이 하는 거지.

(미션의 예: 이불 밖으로 다리 한 짝을 뺀다/ 휴일 해가 지기 전에 밖으로 나가본다)



                     위 그림은 나에게 한 달 정도 동력을 주었던 habitica 앱. (구 habit rpg). 

                     내가 귀찮아서 더 이상 안 속는다는 것이 함정.

                     그러나 INTP 성님들은 인생에 한 번쯤 꼭 시도해볼 앱이라고 할 수 있다.png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클럽 멤버들이 그냥 다 같이 동조하며 멸망할 것 같다.

그래서 안 함.


 

- 끗 - 




p.s. '아늬 우리 INTP, INFP 애긔들이 어때서 그래욧! 난 안그래욧!' 같은 독해력 떨어지는 반응은 설마 없으리라 생각. 아 근데 이 유형들이 아마 저런 반응을 보이기가 쵸큼 힘들겠구나(...). 안 그런 사람들은 복받았다고 생각하면 됨.


p.s.2. 근데 갑자기 생각해보니 존내 병신같은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일등먹는 건 좋을거 같음. 그냥 일등된 놈이 웃기고 대단하긴 한데 딱히 부러운 건 아닌. 


p.s.3. 아, 그러니까 짱 먹는 건 좋은데 그로 인해 감지될 조금의 갈등도 싫은 건가.


p.s.4. 그게 아니라 역시 에너지가 부조쿠함. 매일 아침 산삼뿌리를 먹을까ㅋ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5.08.20 16:00

1.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들


불편하다기보다는, 감수성이 너무 깊이 치밀어 올라서 일상생활이 힘든 정도의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나 책이나 장면이 마음 속 무언가를 건드려 복잡한 감수성이 치밀어오르게 되고, 그 감정 상태가 꽤 오래가서 그동안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되니까.


언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영화/책의 스토리라인이나 주인공 설정에 감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합리한 세상에서 정신적으로 좀체 적응하지 못하다가 홀연히 어딘가 떠나가는 사람에게 자주 감응한다. 현대물일 경우엔 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나 소설/영화 '세월(the hours)'. 고전물의 경우 Sir Thomas Malory 버전의 아서왕의 죽음. 성배라는 뜬구름(혹은 진리)을 찾기 위해 모험하던 아서왕이 죽기 전 엑스칼리버를 호수에 반납ㅋ하고 배에 실려 떠나가는 장면을 상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일상에서 만나는 어떤 상황의 분위기나 특정 순간일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조용한 밤에 별을 봤을 때라던가, 노을 보고 찡한 것. 싸구려 전구의 반짝임이나 흐드러진 벚꽃을 보고 경외심을 느끼는 것. 

문화물이든 일상의 한 순간이든,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면, 일상은 거짓이고 주인공이 떠나가는 보이지 않는 그 곳이 영원함/진짜인 그 무엇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순간 신의 현신을 느꼈다고 말할 것이다. 속세에서 성스러운 영원함을 느끼는 순간.  



그래서, 그동안, '나는 참 감수성이 예민하구나' 하고 단순하게 생각해 왔다.



2. 감수성이란 핑계, 진짜 내가 타고난 - 그러나 포기하기 힘들어 때로 의식으로 치고 올라올 정도의 강렬한 - 욕구란 무엇일까


그런데 이 감수성이란 것도 교묘한 도피의 핑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도 이루지 못한 것, 이룰 수 없는 것, 상처로 남은 것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거나 생각하기 괴로워서 내버려 둔 것들이다. 이미 내 손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문제이기에, 나는 이 상처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고, 덮어 놓고 도피하려 한다. 


그러나 어떤 영화를 보거나 장면을 보다가, 이렇게 덮어둔 상흔을 건드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동안 속에서 썩고 문드러진 상처가 풍부한 감수성ㅋ으로 포장되어 드러나는 것이지.

그러므로 당연히 이 감수성이란 도피심리와 연결돼 있을 것 같다.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 도망가겠다는 심리. 그래서 저 위에 내가 감응한다고 쓴 내용들이 다 속세를 떠나 어딘가로 (좁게는 그냥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 혹은 아예 차원을 이동한 영원의 순간) 김도망한다는 내용인 거다.



... 쓰고 나니 그건 아니다. 도피 자체가 내 마음 속 억눌린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타고난 욕구 자체가 '어디론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것이라 도피스토리에 감응한다는 거다. 실제로 내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것들은 거의 상상월드나 신비의 보물섬, 고딕월드를 찾아가는 내용들이었다. 아무데나 그냥 막연히 먹고 살기 좋다고 알려진 곳으로 떠나는 게 아니라, 삶의 본질(뭔가 돋지만 계속 써보자)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고싶은 욕구다. 삶의 본질을 느낄 수 있는 곳이란, 'ㅇㅇ인 척'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행동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며, 심지어 추상적인 의미의 깊이 있는 자아찾기를 권장하는 그런 곳이다. 나 자신, 있는 그대로가 바로 삶의 본질을 보여주니까.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는 또한,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을 통해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고 싶어한다.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내가 반응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러니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욕구 자체는 결국 내 삶을 관통하는 본질, 진리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발견하고 싶다는 욕구와 연결된다.



3. 그래서 어떡해야할까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슴 속 깊이 아쉬움이나 상처로 남은 것들이 삶을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예술가라면 아마 저런 상처를 도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 물질이 발효되면 굉장히 풍성한 맛을 낸다.

그렇지만 나는 예술가가 아니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그냥 보통의 닝ㅋ겐ㅋ일뿐이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살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것을 찾고 싶고, 그래서 스스로를 속이는 짓은 하기 싫다.



이런 것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상흔을 마주하고 내 진짜 욕구가 뭔지 정확히 찾아내는 것, 그리고 현실의 장애가 무엇이든 맞서서 하고픈대로 해버리는 것이겠지. 

여기저기로 떠남 자체가 내 욕구라면 정말로 어딘가 떠나버리면 되겠다.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을 통한 삶의 본질 발견이 내 욕구라면, 일상에서라도 삶을 관통하는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아.. 그런데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본질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근본적인 욕구는 후자다.


경험상, 의미를 주지 못하는 여행은,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 함께 가는 여행에서는 그냥 유명 관광지 찾아다니고, 다른 사람들이 현지에서, 혹은 다른 여행자가 자기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느낄 수 없었기 떄문에,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결국 내게 있어서 여행은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원리를 발견하기 위한 하나의 (강력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지의 삶을 가장 잘 체험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장기간 머물러야겠지. 사람들 속에 충분히 섞여서. 물론 그걸 못하니까 결국 쌓이고 쌓이는 것이겠지만, 못한다고 선언하고 묻어두는 것 역시 핑계인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가 더 명확히 보일 것이다. 

명확하다는 게 구체적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상관 없어.

아무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찾아내자.

삶에 잡음이 너무 많아. 

엄밀한 의미의 정신적 독립이 쉽지 않다.






p.s. 일상에서 내가 무의미해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들도 다 저 도피심리로 설명된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헤매는 것이나 뭔가 하겠다고 낯선 장소로 짐싸들고 다니는 것들. 심지어 지속적으로 꾸는 꿈들도 모두 연결돼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도피심리가 깔려있다고 무작정 물리적으로 어디론가 떠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니. 도피를 해서 내가 찾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언제나 기분 좋은 놀라움을 느끼는 것? 삶의 새로운 면을 계속 발견하는 것? 과연 삶을 관통하는 진리같은 걸 발견하는게 내가 원하는 게 맞을까? 



p.s.2. 지금은 죽은 심리학자인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암튼 그 사람이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은 하강하는 과정이라고. 

점점 아래로 내려가, 온전한 현실을 맞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책에서 할리우드의 유명인사들을 예로 들었는데, 한 명은 화려하게 할리우드의 환상 속에서 살다가 그 환상속에 머무르려는 마음 속 도피심리로 인해 약쟁이가 되고 복잡불행하게 살았으며, 다른 한 명은 사회문제에 개입하게돼서 가장 밑바닥 타인을 돕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그러니까 전자는 하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며, 후자는 제대로 온전히 현실의 가장 밑바닥에 땅을 디딘 것이라고.

이전에도 썼지만, 내가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냥 삶은 결국 어디에, 어떻게 착지하는가가 관건인 것 같다.



p.s.3. 내 도피심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였고, 전혀 새롭지 않다만, 결국 이렇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새삼 생각해보니 참... 내가 하잘것 없는 인간인 듯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간이란 하잘 것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거다.



p.s.4. 그러고 보면 감수성 때문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생산적인 활동이란 궁극적으로는 내가 원하지 않지만 하고 있는 일인 거다. 이걸 '어쩔 수 없다'라며 외면해야할까? 결국 성장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는 있다만.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5.08.18 08:55

수정중 넋두리임

아날로그 다이어리 없이 살아갈 계획을 세워보자. 

지금까지 아날로그 다이어리가 담당했던 역할은



일단 내게 필요한 기능을 정리해 보면, 

1. 업무 관련 (Action에 해당)

1.1. 일 개요도: 일의 구성은 어떻게 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하고, 이 일을 하는데 뭐가 필요하고, 시간은 언제 배분하고 등을 낙서할 수 있는 구조. 말이 개요도지, 사실 한 페이지에 모든 걸 적자는 것. 

1.2. 캘린더

1.2.1. 시간별 할일 (매일/매주): 개요도에서 나온 할일들 적기. 트리구조로.

1.2.2. 이벤트: 해당 시간에 꼭 해야하는 일(약속 등)

1.2.3. 기념일(종일)

1.2.4. 기간: 일자가 정해져있지 않지만 대충 이떄쯤 뭔가 하자는 큰 그림을 떠올릴 리마인더 (1.1의 일 개요도와도 연관)

1.3. 업무관련 DB (2.와 연결됨)

1.3.1. 업무프로세스 기록(자체적 기록)

1.3.2. 회의록 기록


2. 지식DB: 장기적 기록이 필요한 것

2.1. 구조도: 트리구조로.

2.2. 소스

2.2.1. 내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지식 (내 지식, 비번이나 중요 메모 등)

2.2.2. 근거가 되는, 참고가 되는 외부링크 등 소스: annotated pdf, 워드파일 등 원본 저장


3. Motivator : 1과 2의 결합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모티베이터


4. 기타

4.1. 꿈 일기

4.2. 가끔 번개 잡소리 쓸 곳

4.3. 취미관련 단순 메모

4.4..... 아ㅆㅂ 더 쓰기 귀찮고 (무엇보다 이것 쓰는 것 자체가 핵노잼) 

이렇게 위에서부터 아래로 넘버링해가면서 순차적으로 쓰려니까 역시 시발 나랑 존나 안맞아서 개힘들다. 

시발 큰 종이에다 막 대각선으로 대충 그림이랑 표로 쫙쫙 그리고 쓰면 쓰는게 재미도 있고 한눈에 확 간파되고 얼마나 좋아ㅏㅏㅏㅏㅏㅏㅏ 펜 잡고 싶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갑갑해죽을거같은기분


마인드맵이 웬지 나랑 잘 맞을 것 같았는데, 눈에 오히려 잘 안 들어오고 (그리는데 정성이 필요해서 그런건가) 온라인으로 이걸 할 자신은 더더욱 없고 


그러고보니 다이어리 비슷한 노트를 마련하고 거기에 이것저것 적는 것 역시, 아주 약간이지만 예술활동 비슷한 충족감을 주는 것 같음. 이렇게 1.1.2. 같은 노잼노위트 넘버링이나 하고 있으니 그냥 재미없고 갑갑하고 기계된 것 같아서 돌아버릴거 같음. 




-----------------------------------------------------------

남들 잘 못알아보는 거지같은 내 글씨랑 낙서하는게 핵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다시 생각해보자. (생각 바뀌는대로 수정하자)


1. 업무 관련 (Action에 해당)

1.1. 일 개요도: 일의 구성은 어떻게 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하고, 이 일을 하는데 뭐가 필요하고, 시간은 언제 배분하고 등을 낙서할 수 있는 구조. 말이 개요도지, 사실 한 페이지에 모든 걸 적자는 것. 

           --> 1) WorkFlowy 고려. 2) 손낙서가 필요하면 일단 큰 종이노트에 낙서, 자기 전에 온라인으로 옮기기. 

1.2. 캘린더 

           --> 1) 보기는 썬라이즈캘린더. 2) 기록, 할일 등을 정리하는 건 어썸노트 말고 다른 앱 (플랜비?). 4-5년 전부터 어썸노트 쓰고 있었는데 썬라이즈 캘린더랑 싱크가 힘든데다, 에버노트랑 싱크가 뭔가 좀 불완전하기도 해서 교체 고려. 

1.2.1. 시간별 할일 (매일/매주): 개요도에서 나온 할일들 적기. 트리구조로. 

            --> 뭐씨발 숲을 만들 것도 아닌데 여기도 트리냐. 큰 단위는 WorkFLowy를 고려. (문제는 WorkFlowy에선 이미 한 일은 검색이 안된다고 함)

1.2.2. 이벤트: 해당 시간에 꼭 해야하는 일(약속 등) --> 썬라이즈, 근데 이거 제대로 작동되는 알람있던가?

1.2.3. 기념일(종일) --> 썬라이즈, 근데 이거 제대로 작동되는 알람있던가?

1.2.4. 기간: 일자가 정해져있지 않지만 대충 이떄쯤 뭔가 하자는 큰 그림을 떠올릴 리마인더 (1.1의 일 개요도와도 연관)

            --> 1.1의 일 개요도를 보자

1.3. 업무관련 DB (2.와 연결됨)

1.3.1. 업무프로세스 기록(자체적 기록) --> WorkFlowy & Evernote? Tiddly Wiki? 고민

1.3.2. 회의록 기록 --> WorkFlowy & Evernote? Tiddly Wiki? 고민


2. 지식DB: 장기적 기록이 필요한 것

2.1. 구조도: 트리구조로.--> WorkFlowy? Tiddly Wiki?

2.2. 소스

2.2.1. 내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지식--> WorkFlowy & Evernote? Tiddly Wiki?

2.2.2. 근거가 되는, 참고가 되는 외부링크 등 소스: annotated pdf, 워드파일 등 원본 저장 --> Evernote


3. Motivator : 1과 2의 결합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모티베이터 --> Habitica


4. 기타

4.1. 꿈 일기 -> 블로그, 다이어리앱

4.2. 가끔 번개 잡소리 쓸 곳 -> 블로그, 다이어리앱

4.3. 취미관련 단순 메모 ->다이어리앱

4.4. 여행계획 등 -> 다이어리앱


-----------------------------


아 잠깐 이거 너무 앱이 많아. 지금 이름 나온 것만도 선라이즈, 어썸노트, 플랜비/ 에버노트, 워크플로위, 티들리위키 / 해비티카. 

에버노트를 잘 쓴다면 뭘 해도 에버노트로 연동하는게 가장 좋긴 한데, 결정적으로 티들리위키를 너무 잘 쓰고 있어서 에버노트를 접목하는게 조금 쉽지 않다. 해비티카는 에버노트랑 연동이니 뭐니 이런건 안 되니까 그냥 게임성의 모티베이터로 따로 남겨둬야할 듯.


일단 소스는 에버노트에 저장하는 걸로 정하자. 그리고 에버노트에서 링크 따서 티들리든 workflowy든 링크 시키는 걸로. 

그러므로 다이어리도 에버노트랑 연동되는 걸로 해야겠고, 에버노트에서 링크까지 따올 수 있으면 더 좋고.

맵/캘린더 및 다이어리/ 지식디비 / 모티베이터가 따로 작동할 계획인데, 모티베이터는 합치는 게 안 되니 캘린더다이어리-지식디비라도 합치면 좋겠군. 가능하면 맵 기능 하는 것도 뭔가 나한테 잘 맞는게 있어야할텐데. 




아무리봐도 서서히 에버노트로 이동하는걸 피하기 힘들 듯. 에버노트에 workflowy를 같이 쓰면되니까 좀 불편하긴 하지만 단점도 어느정도는 보완될 듯. 그렇지만 티들리를 버릴 수 있을까.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5.07.17 18:33

1.

한국의 문제점(특히 가치관에 관련된 것. 예를 들어 여성문제)을 지적한 글이나 뉴스가 올라올 때마다


1) '이 정도면 좋은 나라지, 미국/유럽/동남아 등등 봐라', '지금도 많이 발전한건데 그게 다 누구덕인지 모르냐?'

2) '아니 그 정도가 무슨 문제냐. 여기 댓글 추천수 보면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 안 한다'

3) '이 나라가 싫으면 북한으로 가세요'


이딴 좃병신같은 댓글이 흘러넘친다.


단지 지금 우리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자고 제시하는 글에서,

1) 왜 꼭 다른 나라와, 혹은 천만년 전 과거와 비교를 하는지, 

2) 문제가 맞는지 여부를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인증받으려 하는지,

3) 혹은 지금 우리나라 까는 거냐며 부들부들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현 한국의 문제가 과거보다/ 다른 나라보다 덜 심각하면 그건 문제가 아닌 것인가?

단순히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현명하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인터넷에는 참 병신들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2.

생각해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자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불합리하다.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면 

1) '솔직히 너 정도면 괜찮은거지. 그 정도도 안 되는 사람들이 흘러넘치는데 무슨?' 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거나,

2) '다른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 누가 그게 문제라고 하나.'라는 식으로 타인의 인증을 받으려 하거나,

3) '싫으면 다 때려쳐. 누가 그거 하래?'라며 문제해결 차원이 아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3)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후자가 안좋은 대응방식이라고는 많이들 동의하는데 (즉석에서 기분이 나쁘니),

1)과 2)의 '남과 비교' 사고방식이 깝깝하다고는 잘 생각들을 안 하는 듯해서 불만이다. 



2.1.

1)과 2)의 '남과 비교' 사고방식이 맘에 안 드는 이유를 풀어 쓰면,


1) 근본적으로 잘못돼서 궁극적으로는 사라져야 하는 문제에 대해 '남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라며 더 이상의 문제 해결 노력을 차단하는 것은 그냥 원칙적으로 헛소리임. 주로 사회가치문제를 이야기할 때 많이 나타남.


예) A: 왜 명절에는 꼭 아무도 안 쳐먹는 제삿상을 녀자 손으로 차려야 되냐? 존나 돈낭비네.

    B: 너네집 정도면 되게 편한 거지. 하나하나 손으로 다 차리는 여자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데.

       (*주: 이 비교 화법을 사용하는 다수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많이 씀)


--> '명절에 아무도 안 쳐먹는 제삿상을 차리는 것' 자체가 일방적 불공정 노동착취, 돈낭비 등 이미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없앨 문젠데,이 잘못된 제도를 유지한 채 남들과 비교하면서 중간타협을 하려고 하는 잘못된 접근을 쓰고 있음. 다수가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와 상관 없이 원래 오류는 오류인 것임.



     A: 미쿡의 동성애 결혼합법화에 찬성하니?

     B: 심정은 이해가 되는데, 문제가 많지 않아? 안될 것 같아.


--> 비슷한 오류 문제로, 동성애결혼합법화에 대해 찬반여부를 가리는 논쟁이 있음. 동성애자결혼이 합법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근거 없는 제도적 차별에서 기인한 오류이므로, 합법화를 '반대'하는 것이 애초에 근본적으로 잘못됨. 여기에 대해 찬반여부를 논쟁하려 하는 오류.




2) 내가 정의한 내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인증을 받는다는 병신같은 발상.

예) 부인: 나는 요즘 매우 바쁜데 집에서 일을 할 수 없으므로, 화수목은 밖에서 밤새 일하고 아침에 들어오겠음.

    남편: 남들한테 다 물어봐. 어떤 여자가 그러는지.


    남편: 나 사회생활 안 맞는 것 같아. 네가 돈 많이 버니까 네가 벌고 내가 아가 잘 보겠음.

    부인: 남들한테 다 물어봐. 어떤 남자가 그러는지.


--> 내 고유의 상황과 행동을 남과 비슷한 방법으로 행해야만 한다는 병신같은 발상. 남들이 하는대로 해야하는 내추럴본 좀비라고 하겠음. 둘이서 결정할 문제를 '남들한테 물어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고력 마비임.



와 쓰고나니 얘네들한테 나 되게 독선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넼ㅋ. 근데 '내 고유'의 문제와 '논리적으로 근거없는 차별'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



3.

아무튼 이런 좀비같은 집단씨족주의 비교사고에 반발을 느끼다 보니, 최근에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나만 이런지?" 라며 동의를 구하는 글을 보면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글: "남친이 ㅇㅇ해서 제가 화가났어요. 나만 이런지?"

나: 그냥 화가 나면 난 거지, 너만 그렇지 않으면 어쩔거냐. 


물론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머 진짜 화났겠어요.'라는 타인의 공감을 얻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성을 잃은 게 아닐까, 타인을 통해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하고픈 건강한 심리도 있었겠지.

혹은, 남친이 ㅇㅇ할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나에 대한 여러가지 해결책들을 댓글로 얻고 싶어 저렇게 썼을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의도에서 '나만 이러냐'라는 식의 글들을 씀. 유형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저 INTP인데 ㅇㅇㅇ해요. 다른 INTP도 이런가요?'라는 식으로)


그런데 위에 쓴 것과 같은 남들과의 비교화법에 워낙 물려 살다 보니, 게시판 등에서 가볍게 쓴 '나만 이런지?'를 보면, 일단 자기 주관 없이 남의 기준에 내 행동을 끼워 맞추려는 좀비사고방식으로 보여 일단 깝깝해진다.



아 오늘도 잉여력발산.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5.01.29 02:42

옛날 옛적 머리에 피도 안마른 주제에 싸가지는 더럽게 없던 질풍노도의 시기.


당시의 친구가, 불합리한 것을 강압하던 수업 시간 중간에 센세가 보는 앞에서 당당히 나갔다. 하필 내 손을 이끌고.

나도 그다지 순종파는 아니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수업은 자발적으로는 듣지 않는다는 주의이긴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당당히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패기는 없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은 옳지 않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버버에데데 병신같이 어찌할바를 모른 채 쩔쩔매면서 그 애를 따라 끌려 나갔었다. 수없는 눈길에 뒷목이 간질거렸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친구는 식물갤러가 되어 유연하게 조직생활을 성공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3단어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반복되던 욕 라임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심지어 그 아이는 조직 내에서 평화, 화합의 상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땐 욕 한마디 하지 못했던 나는 프로야갤러가 되어 글을 쓰든 말을 하든 더러운 단어를 쓰지 않으면 손과 입술이 떨린다고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

잘 지내고 있으려나.


Posted by intp land
잡생각들2015.01.28 16:08

미디어에서 전업주부를 묘사할 때는 '평범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평범한 주부'가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돼 버렸다.

평범한 주부는 대체로 현재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기혼여성이자 전업주부를 일컫는 말로 쓰이곤 한다.

그리고 평범한 주부에는 대체로 

사회문화의 동향을 잘 모름, 현재 돈을 받는 일을 하지 않고 있음, 아이를 키움,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음, 선량한 소시민, 가정관리가 최우선, 가족의 건강과 안위가 최우선인 희생적인 엄마와 아내 등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유사어로는 '아줌마'가 있다.



저 이미지에서 빗나가면 '평범한 주부'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 집안일을 하고 있지만 직장에 나가고 있으면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 '아줌마토크'에 관심이 없으며 사회문화 현상 분석에 관심이 많으면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 일정 나이가 지났는데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역시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 집꾸미기나 살림살이 절약에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인습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 평범한 주부의 대사는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린넨 커튼이 드리워진 테이블에 앉아 차 한잔을 곁들인 채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보네요'이지,

'가족들 다 해치웠군. 자, 스카치위스키나 한 잔 할까.'가 아니다.

- 가정관리가 최우선이 아니며 여행을 자주 나가거나 어딘가 나돌아다닌다면 역시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 가족구성원들이 자신보다 우선하지 않는, 희생적이지 않은 마인드의 소유자는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 그리고 남성 주부도 평범한 주부가 아니다.


주부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가는 안주인'이다.

그러나 사전적인 의미를 충족하더라도 저 위의 이미지를 충족하지 않으면 '평범한 주부'가 될 수 없다.



'평범한 주부'라는 말의 효용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주부'에 담긴 이미지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주부라는 집단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비쳐지는지, 그 특징을 잘 드러내준다.

곧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이 어떤지 쉽게 알 수 있는 간편한 자료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의 일반 인식일뿐이며, 개인차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사회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우도 존재한다. 세상은 빨리 변하지만 사람 머릿속 인식은 그와 같은 속도로 바뀌는 건 아니니까.


이미 좀 젊은 사람들이라면 '평범한 주부'라는 말에 담긴 저 다양한 이미지 중 어떤 것들은 이미 낯설게 받아들이기 쉽다. 

예를 들어 요즘의 어려운 경제상황상,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젊은) 주부는 도리어 2015년 1월의 현실로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어떤 경우에는, 사회활동에 치이며 육아 및 가사활동에 치이는 기혼여성을 평범한 주부로 일컫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평범한 주부라고 하면 사회활동을 하지않는 기혼여성을 떠올리는 것이 아직은 일반적이다. 그만큼 사람 머릿속 인식은 현실이 변하는 속도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지금처럼 인식이 더 느린 경우도, 아니면 오지 않은 현실을 이미 온 것처럼 더 빨리 인식하는 경우도 있겠지.


일반적 인식을 알려주는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주부라는 이 숙어는 주부란 어때야 한다..는 당위성을 심어주기 쉽다. 

왜? because 니미살고 있는 지금이순간여기는 빌빌거리며 남눈치보기가 쨩먹는 월드오브눈치랜드라서ㅋ. 




왜 '평범한 주부'라는 말의 이미지 따위가 당위성을 주는 걸까.

타인과 비슷하게 돼야 한다는 심리때문이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평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이다.

주부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남과 비슷해지며, 따라서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룰이 '평범한 주부' 이미지 속에 압축돼 들어있다.


그렇게 안하면? 

여자는 김치ssang년이 된다. 남자라면 식물캐 젓호구새키가된다.

사실 평범한 주부라는 말의 탄생 자체가 이미 당위성을 염두에 두고 탄생한 측면도 있다.




사실은 꼭 개한민쿡 탓할 건 아니고 사회정체성같은 건 일반적 현상이니까 어쩔. 

뭐 이 나라가 좀 더 심하긴 하지만.ㅋ





p.s.1. 비슷하게 하나의 숙어처럼 사용되는 말들로, 평범한 가장 (뼈빠지게 고생하는 슈퍼파파), 평범한 직장인 (사무직으로 야근은 당연하며 하라는건 다 하는 호구노예) 등이 있다. 

사실 대부분의 숙어가 이런 분석을 해낼 수 있는 자료들이다.




p.s.2. 

혹시라도 '평범한 주부'라는 단어는 성평등에 어긋나느니 하며 써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지 말자.

원리주의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일 중에, 'ㅇㅇ'는 xx라는 의미로 쓰이니까 'ㅇㅇ'를 쓰지 말자는 주장이 있는데 어휴......

그러니까, 여기선 눈치보면서 평범해지려는 모난돌 때려박기 심리가 근본적 문제인 거다. 남들과 비슷하게 행동하려는/그렇게 만들려는 심리가 문제인거지, 이미 존재하고 사용되는 말을 쓰지 말자느니 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거다.


말은 단지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아 이 단어를 쓰는 사람들이 나쁘게 쓰고 있구나...하는 환기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거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써서는 안 되는 단어가 너무 많아져서 에브리데이 개빡친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을 돌이켜보며, 왜 그랬어야 하나를 생각해 보면, 시발 가끔은 슴가 깊쑤키 용암이 끓는다. 존나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 쳐다보며 매직아이질 하는 꼬라지로 형성된 것들이 개많아서, 깝깝하니까.


머 이런저런 부수효과들을 생각하면 어쨌든 안 쓰는게 좋겠지만, 의도를 가지고 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몰려가서 마녀사냥하는 것은 좀 자제하자는 얘기임. 현상반영과 그 안에 깔린 근본 문제는 좀 다르게 인식하자.



아시발 이성적인 척 하고 얌전하게 글 쓰다가 결국은 욕으로 끝나네ㅋ 내 클라스ㅋㅋㅋ







한줄요약 : 기승전욕질



Posted by intp 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