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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과장 or 축소하는 말버릇.

*

키가 179.5cm일 때,

1. "키 180이야"

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2. "키 179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

또한,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두학기 동안 인턴 큐레이터로 일했을 때,

"나 구겐하임 큐레이터로 일했어"

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모 미술관에서 아주 잠깐 인턴으로 있었어"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

연봉이 1억 원이지만, 세후 6천만 원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나 억대 연봉"

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월 5백 정도 받나"

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게지.

 

 

****

학교라면 수업 하나를 듣고

"아 그래 나 그거 알아. 배웠어"

라고 말하는 사람과

 

"그 분야 수업 딱 한 번 몇 년 전에 들은 적이 있어"

라는 사람으로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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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대부분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가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뭐 평소에야 아 나랑 다르게 표현할 수도... 하고 넘어가면서도

아주 가끔은 '아 너무하는데, 저렇게 과장해도 되나'라는, 저거 사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깜짝 놀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똑같은 경험을 각기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전자는, 후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과장하는 종자고

후자는, 전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축소하는 종자.

뭐 둘 다 자기가 가장 정확한 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확실한 건 전자 타입의 사람들이 더 긍정적이고 인간적이고 유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

 

 

2.

가끔 전자타입의 사람들이 후자타입의 사람들에게 '너무 겸손하다'고 하는데,

이건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함에도 일부러 스스로를 낮춰 상대를 높이는 식의' 겸손함이 절대 아니다.

일단, 1) 있는 그대로를 과장없이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그렇게 묘사한 것뿐이고,

        2) 베이스에 깔려 있는 감정을 일부러 들춰보자면, 스스로를 일부러 낮춘게 아니라 정말로 딱 그 정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후자타입의 사람들이 이 기준을 자기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적용하게 되면, 대번에,

'잘난척하고 이기적이고 남 까는데만 연연하는 까다로운 인간'이 돼 버리니까.

 

 

3.

다행히도 난 타인은 쉽사리 판단하려 들지 않는 성향이 있어서 (대부분 타인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니까)

대체로 좋게좋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해주는 편이긴 한데,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심리적)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그들에게는 저 위의 '과장하지 않으려는' 기준을 적용시켜버리기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더 ''잘난척하고 이기적이고 남 까는데만 연연하는 까다로운 인간'이 돼 버리는 것이다.

 

 

 

4.

한마디로 그냥 밖에선 잘 하다가, 집에서는 폭군이 되는 타입인 것이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속을 털어놓거나 가까워지면 피곤한 닝겐인 것입니다.

원래 피곤한 종자라면 공to the멸ㅋ하겠고.

 

 

 

 

%^&*(

아 결론은 역시 또 스스로를 까게 되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대상이 나 자신이니까, 나만 계속 까게 되는 듯. ㅇㅇ

문제는 '깐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냥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