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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mbti] intp의 본성으로 퇴행중.

어느 INTP는 그의 배우자가 그의 논리적이고 비인격적인 코멘트인 '불고기가 탔다'를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놀랐다. 그는 단지 잘못된 결과에 주의를 주려는 것이었으며 원인을 알아내는 것을 돕고 싶었을 뿐이다.

 

 

 

어릴 때, 즉 아주 예전엔 이 말을 실감할 때가 많았다.

내 관점에서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자 하는 의도 따위 전혀 없는, 그저 당연한 현상이자 진실이지만,

자기비하와 의문품기가 습관이 된 나란 인간의 눈에 비친 진실 따위는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음울하거나 거칠거나 심술궂게 보이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내 눈에 비친 진실 따위를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는 실례가 되거나 산통깨는 것일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예)

     상대 : 하아아 별빛이 참 아름답네. 외계인이 나에게 윙크라도 하고 있을까.

     나 : 그래, 물론 저건 이미 몇 억 년전에 내뿜은 빛이라서 이미 죽어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 : 이럴 땐 좀 안따지면 안되냐? 하여튼 성격은 더러워서.

 

 

이딴 식인 것이다.

사실 난 절대로 딴지를 걸거나 반항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나로서는 몇 억년이나 지난, 이미 죽은 탄소 찌꺼기가 더욱 신비롭고 낭만적이기에 나의 벅찬 기분을 표현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상대는 나와 엄연히 다른 감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몇 억년 전에 뒈진 별빛 따위에 전혀 낭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했던 표현 자체가 감탄과는 전혀 거리가 멀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쉬운 것이다.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몇 억 년 전에 내뿜은 빛에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별빛의 아름다움에 나도 너처럼 공감한다는 의도의 언급이라도 해 줘야 할텐데 어쩐지 그런 감성적 표현을 하는 게 약간 돋기도 하고 과장된 것 같아서 제정신으로 잘 못 하는 편이었던 것이지.

 

 

 

그렇지만 그딴식으로 말해서는 남녀노소, 특히 사회성 뛰어나며 감성이 풍부한 종류의 여성들에게 의도치 않은 미움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인지했기에

어쨌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상황에 맞게 긍정적 감성으로 감응하도록 훈련됐고?!, 그게 어느덧 성격적으로 체화됐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사교모임을 좀 안하다 보니, 이 후천적인 버릇이 자꾸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전 버릇으로 돌아가 그냥 내키는대로 입밖으로 진실을 내뱉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군.

그러니까, 이게 본성이라는 거지?

 

퇴행중.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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