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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질문

어떤 사람은 질문의 질과 그 날카로운 정도로 사람을 평가하는 모양이지만,

나의 경우 대부분 질문은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내가 궁금한 것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내 질문이 좀 엉성하고 바보같아 보이는 것은 상관 없으며,

꼭 내가 모르는 것을 직접적으로 '이게 이거냐'라고 물어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구구절절 상대에게 내 질문의 의도와 배경을 설명하기가 당황스럽고(오랜시간 혼자 말하는 건 당황스럽다) 귀찮고

무엇보다 내 머릿속에서 언어를 끄집어내는 것이 힘든 작업이니까, 가능하면 최소한의 언어를 사용해서 내가 궁금한 것만 알아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각도로 다른 질문을 해서 나의 궁금한 점을 확인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뭐가 궁금한지 상대에게 꼭 인지시키지는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한 것을 내 의도와 내 생각이라고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확실히 의견을 표명한 것이 아닌 이상은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현상들 중 하나를 말했을 뿐이니까.

 

 

내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이런 종류의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거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한다고 해서, 그 질문의 형식과 내용 액면 그대로를 가지고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점.

편리한 경향성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고.

 

그런 의미에서, 평소엔 슈퍼대인배인 나지만, 조금 날카롭거나 가라앉은 기분일 때는

그런 좁은 기준으로 타인에게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에게

나도 잣대를 들이댄다.

똑같은 놈이지,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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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의미에서 말을 하는 중에 궁금한 것이 해결되었을 때가 제일 난감하다.

혹은 그냥 말을 던졌는데, 말 하는 중에 이미 더이상 말하기 싫어졌을 때.

이미 궁금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론이 뻔한 말을 끝까지 내 입으로, 중단하지 않고 비교적 말이 되게 지껄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견디기 힘든 것이다.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