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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밀어내기

land 2013. 2. 20. 02:00

1. 어른놀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나는 대단히 밝고 리더십이 넘치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상황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 몸으로 때우며 좌충우돌하는 역할을 해야, 함께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으니까, 경박 오지라퍼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할 뿐이다. 그 상황이 지나면 나는 역할극을 마치고 원래의 게으르고 무심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일'이 끝났으니까.

 

 

2. 다가오기

그러나, 때때로 나의 역할극을 진심으로 믿은 사람이 내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의 그는 뭔가 같이 해 보자며 내게 말을 걸었다.

나더러, 사람을 끌어 모으고 네트워킹하는 걸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그 점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함께 해 보면 좋을거예요'

 

 

3. 하늘빛꿈

나는 그가 두루뭉실하게 그려내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에 귀를 기울였다.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힘이 느껴졌다. 성공이 보이진 않았지만,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투명하고, 풍성했다.

모처럼, 머리와 감각이 아닌 가슴과 직관으로 하는 일을 만났다.

나는 실패할 것이 뻔한 그 일이, 마음에 들었다.

 

 

4. 밀어내기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전 사실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게으르고 폐쇄적인 사람이거든요'

 

 

 

...

미안.

하지만 자칫하면 마음에 들 것 같은 일이어서 역할극은 거부하려고.

 

 

p. 가끔은 오지라퍼가 아닌 딴지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가끔은 눈치없는 병신, 가끔은 콘트롤프리크...

그냥 남들이 안 맡는 역할을 맡으며 균형맞추기를 하는게 내가 하는 짓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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