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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기타 일상 잡것들 리뷰

패기넘치는 조퇴사유? 의도적 오보인가? 레알 낚였나?

방금 그냥 네이버를 들어가봤더니 검색 순위에 '패기 넘치는 조퇴사유'라는 키워드가 있어서 클릭해봤음.

 

 

훔...

'기분이 안 좋아서 조퇴했다'는 이 멘트를 '패기넘치는 조퇴사유'라고 각종 인터넷뉴스에서 보도하고 있군.

그런데, 일본어 조금만 알아도, 아니, 애니메이션이나 일드 좀 많이 본 사람이라고 해도 아마 이 표현이 원래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기분(気分)이란 한자어가 일본어에선 감정적인 '기분' 상태를 의미할 때도 있지만, 몸상태라는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에, 気分が悪い는 몸상태가 나쁘다는 의미이기 때문.

 

즉, 한일 양국 한자어의 쓰임새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직역하면, 일본어에선 '몸이 안 좋아'였던 표현이 한국어에선 '기분이 나빠'라고 오역될 수 있기때문에 위의 애니 캡처도 그런 의미일 듯한데,

뭐 처음에 저거 번역하고 캡쳐떠서 패기넘친다고 낄낄거리던 사람들은 아마 이 표현이 실제로 일본어에선 어떤 표현일지 짐작하면서도 그냥 언어유희에 병맛돋아서 낄낄거리며 즐겼을 것 같은데...

 

급하게 기사를 써서 얼른 조회수/클릭수를 올려야 하는 언론사들은 앞뒤 생각없이 보이는 그대로 기사를 써서 배포해버리고..

평소 일본어와 친하지 않거나 애니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저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진짜 패기넘친다' '일본인은 기분을 소중히한다?!' 등의 과한 해석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이지.

 

아니면, 기자는 사실 이 해석이 틀린 걸 알면서도, 어차피 다른 언론사들도 다 배포할 것이기에 책임감이 희석됐을 수도 있겠지.

 

 

이거야 병맛돋고 웃긴 케이스긴 하지만, 이런식의 사실확인 없는 언론.. 그리고 그런 기사가 생산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 등을 생각하면, 다른 더욱 진지한 정보들이 왜곡되고 그게 확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슴가가 아프지만,

뭐 또 이쪽 생태계도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가 되겠지... 구체적인건 귀찮으니 패스.

 

당장 이 기사만 해도 분명 여기저기서 나처럼 완장차고 바로잡는 사람들 엄청나게 많을 거다. 난 일본어 잘 못하는데도 싸질렀쟈늠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