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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미요시_(1)

https://www.pablopicasso.org/blue-nude.jsp


미요시(떠오르는 대로 적은 이름이다)의 집안사는 복잡했다.
매우 부유한 집에서 공주로 자란 그 애는 자신의 형제자매와 배가 달랐다. 그 애 어머니는 그 애의 아버지와 사이에서 미요시를 낳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버렸다. 원 가족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다행히 아버지는 미요시를 호적에 입적했다. 계모는 친자식 못지 않게 그 애에게 잘 해줬다고 한다. 얘기 들어 보면 가끔은 친자식보다 더 잘 해주는 것 같았다. 동화에 등장하는 '못된 계모'는 동화일 뿐이었던 것이지.

"아냐. 모르는 소리 하지 마."
"?"
"나한테 조심스러워하는 것 자체가 이미 날 진짜 자식으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예민함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애정결핍에 시달리고 있었다. 커피숍에서 주문을 할 때도 자기도 모르게 잔뜩 애교를 부리며 주문했다. 누군가를 사귀면 모든 것을 다 퍼줄 것처럼 매달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상대가 예전같지 않다고, 마음이 변했다며 날뛰며 사랑에 집착하다가, 새 연인을 만나야겠다며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관계가 질질 끌며 지속됐다.

"난 사귀면 오래오래 가는 타입이라고. 난 '그런' 사람 아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사람이란 미요시의 친엄마 같은 사람이었다. 미요시 입장에서 친엄마란, 혼인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유부남과 관계한 후 미요시를 낳은 채 어디론가 도망친 '그런 사람'. 미요시는 자기도 모르게 나는 엄마완 달라,라는 염원을 더해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미요시는 소위 인싸, 혹은 노는 애였고 나는 아싸였다. 생활하는 풀도 달랐다. 그 애는 고급 주택에서 거주하고 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옷은 잘 모르지만 비싼 브랜드를 고민 없이 감고 다녔다. 나는 당시 매우 검소하게 살았다. 당시 처지가 놀러다닐 수도 없었고 딱히 놀고 싶지도 않았다. 원래 같으면 접점이 딱히 없는 채로 데면데면 살았어야겠지만, 그 애와 나는 공통으로 아는 한 친구를 통해 만나게 됐다.

셋이 몇 번 어울렸다. 쇼핑몰에 가서 각자 물건을 둘러보거나 커피숍에 가고 저렴한 음식점을 오가는 조용한 나들이였다. 미요시는 그런 심심한 나들이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끔은 커피숍 다른 자리에 앉은 '노는 척' 하는 애들을 노려봤다.

"나 저런 년들 싫어."
"x도 못 놀게 생긴 게 잘 노는 척 하는 꼴 x나 같잖아. 시x년들."

미요시의 말과 태도엔 포스가 있었다.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진짜 여왕벌의 포스를.

미요시를 관찰하는 게 재미있긴 했지만 나는 항상 많은 일에 치여있었다. 그 애와 단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 가끔 그렇게 셋이 어울리던 어느 날, 미요시가 전화했다.

"나 공부 좀 가르쳐 줘."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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