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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미요시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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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요시_(2)

https://intpland.tistory.com/m/636 미요시_(1) https://www.pablopicasso.org/blue-nude.jsp 미요시(떠오르는 대로 적은 이름이다)의 집안사는 복잡했다. 매우 부유한 집에서 공주로 자란 그 애는 자신의 형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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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어지는 글.


친엄마는 외국인과 결혼했다. 나이든 영감이라고 한다. 미요시는 자녀로서 자연스럽게 영주권이 나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미요시는 친엄마에게 자기혐오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야 우리엄마 감정변화가 그냥 미친것 같더라고. 화내다가 갑자기 웃다가. 근데 웃긴거 뭔줄 아냐? 그거 나랑 되게 닮았어. 같은 핏줄이라고 또 되게 닮았더라고... 습관도 생김새도 비슷해. 그게 애틋한데 가끔 되게 미워."

미요시는 그 뒤로 친엄마네와 아버지 집을 오가며 살았다. 그러다 친엄마네와 함께 해외로 이주한다고 했다. 연락이 끊기고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 미요시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나 한국 왔어. 너 어디야? 오늘 저녁에 당장 볼 수 있어? 나 옷좀 사러 가는데 같이 가."

오랜만에 만난 미요시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눈 아래에 불룩하게 애굣살이 생겼고 콧대가 뾰족하게 높아져 있었다. 짙은 쌍꺼풀은 칼로 새긴 듯 뚜렷했다.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수술과 시술들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그 애의 변화에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나 얼굴 좀 많이 했어. 이 개x이 연락도 안 하고 그동안 뭐냐 미x년아."
"어..그..그래 네 얼굴 무슨 누에 넣은거 같구나. ㅇ..ㄴ..련아"
조용한 식당에서 미요시의 대담한 목소리와 나의 어색한 응답이 울려퍼졌고, 종업원 눈길이 우리에게 꽂혔지만 미요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요시는 담담하게 근황을 얘기했다. 자기가 힘들게 들어간 외국 학교는 안 나가서 짤렸다고. 사정해봤는데 너무 가차없이 잘라버렸다고. 지금 한국에 들어온지 좀 됐는데 어떤 남자랑 같이 살게 됐다고. 그런데 남자 집안 사정이 복잡해서, 남자네 집에 자기랑 사귄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래도 곧 정리되면 결혼할 거라고. 자긴 다 이해한다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집에도 얘기를 못하는 사정이 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미요시의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보톡스 때문인지 정말 아무 동요가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리가 많이 어색했다.


미요시는 옷가게에 들르더니, 옷가게 언니도 좀 있다 합석할 거라고 얘기했다. 그 옷가게 언니가 합석한 자리에서 미요시는 근엄하게 말했다.
"이 언니 어떻게 알게 됐냐 하면, 전에 내가 우연히 가게에 들렀어. 그런데, 세상에...니트, 니트가!"
미요시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한 것처럼 언니를 돌아보았다.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요시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품질이 좋을 수가 없는 거야."

나는 혼란스러웠다. 거긴 그냥 작은 편집숍이었다. 니트가 품질이 좋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관계의 요소였나. 하지만 지극히 당연하고 근엄하게 말하는 그애의 태도에 납득 간 듯이 행동해야 했다. 미요시의 언니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줬다. 남편은 따로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자리가 불편했지만 모두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내가 외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냥 웃고만 있었다.



https://images.app.goo.gl/iN7aWCJrgREzqS3d8


어색한 술자리 끝에 미요시는 다시 만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됐다. 오늘은 같이 사는 남자네가 아니라 본가에 가야 한단다. 본가로 가는 택시 안에서 미요시는 두어 번 토했다. 다행히 택시 창밖으로 토해서 택시에 큰 민폐를 주진 않았다. 나는 기사님에게 사과하며 미요시를 끌고 내렸다. 본가는 경비가 삼엄하고 으리으리한 곳이었다. 미요시는 몰래 들어가야한다고 뭔가 복잡한 소리를 했다. 나는 하루 종일 힘들고 어색하고 불편했다. 빨리 얠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갈거야. 그런 내게 미요시가 비틀거리면서 기댔다.

"있잖아. 전부 내 돈만 보고 달려들어. 내가 취하면 다 버리고 가. 내 주변에 진짜는 너밖에 없어."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난 그애의 말을 다 믿진 않았다. 취할 때 누군가 데려다줬을 거고, 돈에 연연하지 않고 만난 사람도 많았을 거다.

그앤 그냥 언제나 절박했을 뿐이었다.

니트가 좋다고 옷가게 점원에게 절친처럼 굴고, 집에 데려다 줬다고 너만이 진짜라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남자를 복잡한 집안사정 때문이라며 애써 이해하려 드는 미요시의 간절함이 보였다. 부자연스럽게 고친 얼굴에서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철부지가 매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게 너무나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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