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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기(책,만화)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by 로셀라 포스토리노

중고 이북리더기를 구입했다. 확실히 모바일기기로 읽으면 긴 호흡의 것을 못 읽게 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으니, 구형 기기라 매우 느림에도 불구하고, 집중 엄청 잘 되네? 그리고 감동도 훨씬 잘 됨. 

여튼 책은 항상 대충 읽어치우고 휘발되었는데 가끔은 기록을 해 두려고.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히틀러의 '기미상궁'을 맡았던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히틀러는 (당연히도) 독살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고용하여 요리를 미리 먹어보게끔 했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은 독일 여자들이었고, 그 중 한 분이 70년간 침묵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 분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책이었음.

https://www.yna.co.kr/view/AKR20140918077100009

 

"식후 개처럼 울었어요" 70년만에 입 연 히틀러 '기미상궁'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개처럼 울었어요."

www.yna.co.kr

 

실존인물의 입을 통해 나온 기록물인줄 알고 접근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보니까, 그냥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쓴 소설이었다. 작가가 기미상궁 분을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인터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함. 그래서 조금은 실망했는데, 그래도 읽을만하니까 슥슥 읽어보면 좋다. 만약 모바일로 읽었다면, 못 견디고 맨 끝부터 보는 만행을 저질렀을텐데, 이북리더기로 보니 참을성이 업 되어서 그냥 순서대로 쭉 읽어갔다.

주인공은 독일에 사는 독일 여성이다. 나치가 나치짓할 때 독일에서 독일사람으로 살면 뭐 별로 힘들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여기에 더해 '너넨 가해자 집단에 소속돼 있으니까 피해자들 생각해서 입 닥쳐'라는 정서도 있다.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존나 많다. 그러나 소설을 쭉 보아도, 그리고 위 인터뷰를 보아도 전쟁의 한가운데 휘말렸던 사람 개개인은, 힘든 사건들을 겪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집단과 개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속 집단의 특성이 개인에게도 나타나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레벨이니 구분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집단을 자기 정체성으로 편입하는 짓도 그만하면 좋겠다. 이제 나이쳐먹고 그런 멍청함+우격다짐을 더 받아주기 힘들어서 그냥 대꾸를 안 하고 있긴 하지만. (알면서 하는 개그는 상관없다. 경직된게 더 싫음) 

 여하튼 전쟁 속에서 그냥 살아간 개인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