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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

[영화] 워낭소리 2009. 2월 술처먹고 쓴 글. 워낭소리. 분명 이 영화는 농촌의 현실적인 색채를 그대로 잡아내었고, 적당히 감동을 줄 만한 부분에서 소리라던가 색채라던가.. 암튼 다양한 /적절한 편집요소를 잘 끼워넣었습니다. 죄송해요. 근데 전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너그러운 취급당한 노예한테 애정을 쏟아주는 주인님의 아름다운 마음, 그리고 노예의 지고지순함에 감동해야하는 거였죠? 노인이 소를 대하는 방법은 또래집단(나이드신 어른들..)에 비해 대단히 너그러운 정도..에 불과했을 뿐,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사실 저같이 도시적인 딱딱한 사람이 보기엔 '늙어죽을때까지 소새끼 실컷 부려먹고 뒈지기 전 쵸큼 잘해주면서 아쉬워함?'정도의 감정으로 보일 수 있었죠. 그러고보니 비슷한.. 더보기
[게임]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2009년 2월 씀. 0. 예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라는 게임을 해보고는 그 뛰어난 퀄릿에 매우(x 100000)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었더랬다. (그래픽 상상력 음악 분위기 모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설정 = 정신병자 앨리스가 스스로의 환상세계 속에서 각종 미로를 헤치고 몬스터를 물리치며 정신머리를 찾아나가는 게임 눈깔빠진 퇴끼인형을 집어들고 있는 미친 앨리스 게임을 하다 보면, 앨리스 앞에 다양한 공간과 그에 걸맞은 장애물이 많이도 나타난다. 색을 잃은 흑백 체스나라에서의 앨리스 스틸샷이라 표현되지 않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분위기에 취해 너무 아름다웠어. 바닥이 조각조각 움직여 정신병원 서재입구 언제나 미묘한 흥분을 자아내는 서재 앨리스는 이렇게 여러 공간을 헤쳐나가면서 여.. 더보기
[책]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2008년 12월 쓴 글.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의 신화적 사고방식에 대한 강연을 출판한 책. 이 책 한 권 읽고, 나카자와 교수 강연 시리즈인 까이에소바쥬 시리즈..를 다 사리라 결심해버렸다. (충동을 억누르고, 아직 다 사진 않았다...지금 산거 다 읽으면 그때 사야지. 쇼핑중독 -_-;) 일단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신데렐라, 오이디푸스 등 익숙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독특한 관점을 전달하기 때문에 배경지식 없이도 아무나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의 경우, 키워드는 단연, '중개자'. 생과 사/ 남과 여/신과 인간/이승과 저승/성과 속.. 등 상반된 개념들을 중개하는 요소들이 각 신화나 전설 등에서 중요하게 나타나.. 더보기
[음악] CAN, 탈고마고 2008년 11월 쓴 글을 옮김 녹는 뇌 떠먹는건 없어서 아쉬운대로 뇌를 내뿜는 것까지. 제의적, 사이키델릭 성격이 강한 음악 CAN의 Tago Mago 이 앨범을 듣고 나서 나는 비로소 '미쳤다'는 것이 감금/억압의 '논리'를 떠나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처음 이 앨범 들었을 때 느낌이, 팽팽한 피아노줄이 끊어지기 직전의 느낌, 그런 불안함. 이런 것들을 만든 인간들은 에드거앨런포와 비슷한 정신상태라고 느꼈다. 기울어져 부서지기 직전의 음울한 집과 사람들. 암튼 이거 만든 멤버들 바로 정신병원행 고고... 역사적인 앨범. 더보기
[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 즈위고프 2008년 11월 쓴 글. 머리로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무작정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는데 이 '판타스틱 소녀백서'(원제 ghost world)라는 영화 역시 완소무비. 보고나서 여운이 정말 길게 길게 남았던 영화인데 갑자기 오늘 생각이 나 버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소녀들의 방황,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심리, 사회와 좌충우돌 부딪치는 과정을 그렸다... 아아 성장물에다 비주류에다 아웃사이더에다 외곬수 주인공들.. 게다가 살아있음을 과시함으로써 세상에 보란듯이 당당하게 저항하는 듯하게 발랄화려한 컬러들... 그냥 내가 사랑할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영화였던 것이다 ㅜㅜ 사실 마지막에 버스 타고 떠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던 기억이.. 지금보면 눈물 글.. 더보기
[영화] 맨하탄, 우디앨런 2008년 11월 쓴 글을 옮김 그의 영화를 한 번 보고는 말많고 시끄럽고 짜증나서 안 볼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대사없는 영화를 좋아했고, 부조리한 변명 일색인 그의 영화는 최악이었다. 실제로 다시 보지 않았다. 한참 잊고 있다가 오늘 정말로 오랜만에 본 우디앨런 작 '맨하탄'. 맨하탄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관계들에 대한 비틀리고 솔직하지 않은, 포장 일색의 접근들(마지막엔 솔직해지지만)을 보여주더라. 내가 그들의 솔직하지 못하고 부조리한 대사들에 짜증내지 않고 심지어는 일부 공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늙었다는 뜻이리라. 좋게 말해 경험치가 쌓인거고, 나쁘게 말해나 도 뭔가 꼬인. 1979년 영화지만 음악이나 영상이 전혀 뒤떨어진 느낌 없이 좋았다. 흑백의 매력. 더보기
[책] 히스토리안 by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2008년 10월 쓴 글을 옮김. 엘리자베스 코스토바라는 작가의 소설, 히스토리안 (전 3권) 내용은 역사학자들이 블라드 테페스 드라큘라의 무덤을 찾아가며 겪는 모험으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적절히 섞어 만든 '팩션'류의 소설. 소재는 좋아하는 쪽이긴 하지만(미신숭배 훌라훌라 -ㅅ-ㅋㅋㅋ), 내러티브나 등장인물의 매력도나 개성 등은 상당히 아쉬운 쪽. 이야기는 시종일관 예상되는 방향으로 전개돼 예상되는 방향으로 끝나버린다. 인물들은 전혀 입체적이지 않다. 역사적 사실들을 소설 속에 녹여내는 방법 역시 새롭지 않다. 블라드 드라큐라는 워낙 많이 다루어져 왔던 소재라 어쩔 수 없는 듯. 자료수집을 10년 동안 했다고 하는데, 새로운 이야기는 별로 없는 듯하다. 단지 수집한 사료들을 어느정도 검증을 .. 더보기
[영화] 성스러운 피 2008년 9월 쓴 글을 옮김. 기괴한 영상세계를 자랑하는 영화감독 조도로프스키님 십뮃년전 힘들게 찾아 본 그의 작품 '성스러운 피'의 강렬한 이미지가 아직도 생생하...기에는 역시 내 기억력이 너무 나쁘다 -_-;;; 암튼 내가, 제목부터 대놓고 편가르기를 하는 저 컬트영화를 본 것은 아래와 같은 감독의 영화제작 모토 한 마디때문이다. "관객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싶다" 우리의 마음에 냐옹~ 캭! 갈퀴질한다는 조도로프스키~ 아아.. 금단의 열매를 선물할 듯 자극하는 저 쌍콤한 한 마디에 그만 그의 마수에 걸려들어 비됴가게를 찾게 된 것이었다. ------------------------------------------------------- '성스러운 피'의 가장 큰 줄기는 마마콤풀렉수/오이디푸스 콤.. 더보기
[그림] 고야, 거인 2008년 9월경 쓴 글. 백만년 전 남들 다 가는 유럽 배낭여행, 시류에 편승해 갔을 때 뇌리에 강하게 박아왔던-_- 화가들 중 하나인 고야. 그의 암울하고 내면적인 그림들(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노..같은)을 매우 사랑하는 터라, 오늘 생각나서 하나 게트. 이 그림(거인)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본 적은 없다. 컴컴한 어둠 속, 달은 이지러진 그믐달 이 곳은 세계의 끝 거인은 굳건하게, 그러나 체념적인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의 끝과 막다른 힘과 영원한 고독 더보기
[애니] 귀를 기울이면 역시 2008년 7월경 쓴 글.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꼽으라고 한다면 한참 생각해야겠지만 가장 소중한 애니메이션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꼽을 이 작품, 귀를 기울이면. 내가 대학 신입생 때 처음 본 이 애니메이션이 노린 관객층은 15세 내외의 청소년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중학생들이며,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지극히 중학생스러운 고민과 성장을 다루고 있다. 구성은 사실 좀 산만했고, 마무리도 결국 중고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것이었다. 즉,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이거 최고의 작품'이라고 서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사실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무한감동에 빠져든 것은 1) 나는 성장물 매니아였다. 주인공의 고민과 성장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판단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