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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태양의 키스

1. 키스

에이군은 건너편 소파에 앉아있는 비군에게 몸을 기울였다. 에이군과 비군의 입술이 마주쳤다.

에이군이 그렇게 비군에게 몸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비군은 고개를 돌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손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아까 방 배정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아,어... 응 기숙사 방 배정 받았는데 룸메이트가 있어서 좀 있다가 들어가려고. 어...그런데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아'

 

아직 룸메이트 따위 배정되지 않았지만 어설프게 둘러댄 나는 몸을 일으켰다. 곧 분주한 아침이 시작될 터였다. 어느새 비군이 앉아있던 긴 소파에 비군과 에이군이 나란히 누워있었다. 에이군은 비군의 품을 파고들었다.

 '아침까지 잠도 못 잤으니까 충분히 자 두는게 좋겠네. 그럼 난 이만 가볼께'

 

나는 문가에 걸려있던 칫솔과 치약을 빼들었다. 어느새 에이군도 '씻고 자야겠어'라며 내 옆에 다가와 옆에 걸린 칫솔과 치약을 빼들었다. 어느새 달그락거리는 새벽의 분주한 잡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곧 따가운 햇볕과 함께 밤은 사라져버리겠지. 이제, 현실을 볼 차례다. 밤은 밤으로서 남아있을 뿐이니까.

 

나는 에이군을 향해 가볍게 미소지어보였다. 에이군과 비군의 사이좋은 모습에도 크게 동요할 여유가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게 다 씨군때문이야.

 

 

((((................엄훠... 딴짓하다 왔더니 기억이 많이 사라졌음; 자세하게 쓰지 말고 대충 쓰자)))))

 

 

2. 기숙사

어제로 돌아가자.

뜬금없이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기숙사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근데 내가 왜 기숙사따위에 처박혀야 하는지, 그 이유가 학굔지 회산지 출장인지 여행인지 그딴 건 몰랐다.

아무리 봐도 기숙사 들어가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오지라퍼 가족들이 갑툭튀하더니 나의 기숙사를 함께 가보겠다고들 난리들이었다.

그래서 그냥 차타고 같이 이동하고 있었다.

 

꿈이라서 순간이동-_-으로 기숙사로 추정되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반듯하고 하얀, 둥그스름한 물결모양 실루엣의 건물이었는데 콘서트홀의 쵸큼 안화려한 버전 정도의 느낌. 공적인 느낌의 건물이었다. 밖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컴컴한 밤이거나 회색이거나 암튼 해가 없었고, 안에 불은 환하게 켜져있었으나, 안에 들어갈 수는 없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게 기숙사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기숙사로 또 순간이동.

 

이층에 있는 기숙사 방에 들어갔다가 일층 계단으로 내려와 어떤 금발머리와 잠깐 인사를 나눴다. 이날은 기숙사에서 짐싸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분주했다. 나의 룸메이트는 와있지 않았고, 느낌상 오늘은 안 올거야.

 

 

 

..... 왜? 

 

............ 어째서 나의 룸메이트, 오늘 안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 상황은 분명 처음이 아니다.

 

좀 더, 기억해 봐.

 

 

 

3. 자각

소름이 끼친다.

어쩐지 단순한 내 삶이 복잡해진 것 같아.

분명 이 상황은 처음 겪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것은 내가 다른 꿈 속에서 겪은 상황이었다. 몇 년 전, 어떤 꿈 속에서 나는 이 기숙사의 이 방에 들어왔었고, 일층 계단의 금발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룸메이트는 그날도 들어오지 않았었어. 이건 그냥 기숙사 따위에서 이사 나가고 들어오는 평범하고 분주한 일상 따위가 아니야.

 

그럼 그 꿈은 예지몽일까?

아니, 그것이 정말 꿈이었을까? 혹시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 아닐까?

 

혹시.....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4. 씨군

알 수 없는 기분이 된 나는 장소를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이동돼 있었고, 처음 보는 씨군이 앞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시간은 아침나절. 태양이 밝게 떠 있었다.

갑자기 일정이 어그러져 씨군과 함께 해야 한단다.

씨군은, '평범함의 미덕'을 체화한 듯한 사람이었다. 왁스로 세워 멋을 낸 그의 윤기 흐르는 머리와 다소 두꺼운 피부결이 건강해보였다.

어떤 특이한 점도 없었지만 단순하고 건강한 그의 몸짓은 어떤 어색함도 불식시키는 힘이 있었다. 내가 어떤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그는 그것을 '점심때 먹은 볶음밥'이라던가 '추운날 입을 든든한 패딩' 등의 일상적인 소재로 자연스레 변모시킬터였다.

나는 씨군 나름대로의 건강하고 솔직한 분위기에 점차 편안해졌다.

그렇게 태양이 떠 있는 동안 씨군과 나는 보통사람들이 편안하게 나누는 친밀한 대화를 이어나갔고, 해가 지자 씨군과 나는 키스했다.

그건, 밥을 먹고 나서 물을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씨군은 오늘은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잠시 후,

..........으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뭐야!!!

이거 뭐지??? 처음 만난 사람인데 그 날 아무렇지도 않게 키스를 하고 헤어졌어

 

 

머리가 복잡하다.

머리가 복잡해져서, 다른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진다.

예지몽이든 데자뷰든 기숙사든 그런거 다 모르겠어.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씨군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다음에 씨군을 어떻게 대해야 하지?

삶이란 이런 손에 잡히는 문제들인 것이지. 먹을 것을 이야기하고, 입을 것에 감탄했다가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등의 손에 잡히는 이야기들이 계속 되는거야. 

중요한 건 그냥 손을 잡고 키스하는 평범하고 분주한 일상 따위인 것이지. 룸메이트가 들어올 것인지를 느끼고 느끼지 않고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겠니.

 

 

 

5. 태양의 키스

그렇게 나는 태양의 키스를 받았다.

알 수 없는 기분은 잊고 다시, 평범하고 분주한 일상 따위로 돌아가라는 속삭임과 함께.

밤의 아이들인 에이군과 비군은 내게 속하지 않는 거야. 둘 다, 그들의 삶을 살도록 하자.

 

밤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우주의 메시지든 꼬여버린 8차원의 초끈이든, 어떤 것도 생생한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밤이야.

우주가 왜 밤하늘과 같이 검게 표현되는지, 생각해 봐. 태양 빛은 수많은 별들 중 고작 하나의 작은 별에 불과한 태양이 주는 명확함의 환상일뿐이거든. 모든 진짜 본질은 그 어둠에 있는 거니까. 밤이란 무한한 우주의 알레고리.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너의 손과 발에 쥐어지고 밟히는 것들은 결국 태양 빛으로 자라는 동식물과 그것을 이용한 번식과 생활용품과 각종 물질에너지.

 

 

 

그렇게 나는, 태양의 키스를 받고, 잠시 엿본 우주를 잊도록 강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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