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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미요시_(2)

https://intpland.tistory.com/m/636

미요시_(1)

https://www.pablopicasso.org/blue-nude.jsp 미요시(떠오르는 대로 적은 이름이다)의 집안사는 복잡했다. 매우 부유한 집에서 공주로 자란 그 애는 자신의 형제자매와 배가 달랐다. 그 애 어머니는 그 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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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어지는 글.

"나 공부 좀 가르쳐 줘."
"내가? 글쎄, 널 가르칠 처지가 될지 모르겠는데?"

당황스러웠다. 미요시가 나에게 가르쳐달라고 하는 과목은 내가 그렇게 자신 있는 분야도 아니었고 딱히 전문성이 있던 게 아니다. 어떤 점에선 미요시가 나보다 나앗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요시와 나는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더 나아지고자 도움을 그렇게 요청하는데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그런데 시간이나 에너지가 딸리기도 하고 어쩌지.

"그럼 나랑 같이 옆에서 공부하자. 각자 공부하다가 모르는 걸 나한테 물어보면, 아는 한에선 설명해줄께."
"진짜? 고마워~ 내가 지금 데리러 갈께!"

미요시는 바로 나를 데리러 왔고, 조용하게 공부하기 좋은 카페가 있다면서 차를 몰고 멀리 날 데려갔다. 거기라면 아는 사람을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거라면서.


http://www.nilssonstudio.com/leif/10/2496/2496_the_study_group_.html


나중에 안 것인데, 미요시는 고등학교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우등생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공부를 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면 소위 명문대를 갔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애매한 학교에 다니던 자신의 당시 연인을 웃음거리로 언급했다. 그래도 됐다. 미요시는 곧 마음만 먹으면 학교를 옮길 거니까. 단지 미요시가 노력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됐던 거였다. 인싸의 삶이란 그런 거였다.

"이 문제 이해가 안되는데 왜 그래?"
"아 그건 ~~~ 이라네. 이런 원리가 있어서 이렇게 된거래."
"아! 이 쉬운 걸. 나 알았는데 잠깐 헷갈렸어!"
"아 그럴 수 있어. 나도 평소엔 잊고 살아."

아는 것을 잠깐 잊었다는 말은 숙지할만큼 학습이 안 돼 있다는 의미긴 하지만, 굳이 그런 말 할 필요는 없었고 나한테 중요한 것도 아니라서 대충 넘어갔다. 그날 네 시간 정도, 미요시가 모르는 걸 물어보면 설명해 줬다. 시간이 지나니 미요시와 좀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미요시도 그랬던 것 같다.

"나 잠깐 집에 들러서 뭣 좀 챙겨야겠어. 잠깐 같이 가."
"그래"

미요시는 혼자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집은 고급스럽게 잘 꾸며져 있었다. 옷이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있었는데, 그런 집에서는 옷이 좀 버려져 있어도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는구나. 그때까지 미요시의 집안 내력을 모르고 있었지만, 아주 부유한 환경에서 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https://images.app.goo.gl/9emHXDogsT56dZfv5


"이거 전 남친 x새끼가 놔두고 간거야. 왜 안가져가 개x끼가. 왜 매달리냐고."

묻지 않았는데 미요시는 어떤 물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나중에 나는 들었다. 미요시가 그 '전 남친 x새끼'와 간드러진 목소리로 통화하는 것을.

미요시의 집은 우리집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었다. 밤이 늦었으니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를 타고 검게 빈 도로를 달렸다. 어색함도 잠시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나 들었을 법한 옛날 노래를 틀었다.

"너도 이 노래 좋아했어?"
"어 너도야? 나 이거 당시에 썸 타던 애랑 추억이 있어"

그랬다. 몰랐는데 우리는 동갑이고 동세대였구나. 동세대라서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이 있었다.처음으로 우리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옛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애의 복잡한 집안 사정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그 뒤로 그 애는 나를 "우리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아무도 자기에게 그렇게 차분하고 쉽게 설명해준 적이 없었다며.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 애랑 같이 공부한 것은 그 날 하루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날 단 하루뿐이었지만 미요시는 나를 절친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난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너랑 나는 별로 안 친해'라고 말해줄 수는 없잖아. 갑자기 확 기대오는 그애가 부담스러웠지만 할 수 없지.



그러던 어느날 밤 미요시로부터 전화가 왔다.
"느닝키이입 올른 나와! 나 취해써 여기 재민느은 사람들 이써"

혀가 잔뜩 꼬부라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애 목소리에 그 애가 오라는 장소로 갈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취해서 어떤 사람과 얽혀있을지 몰라서 불안했기 때문에. 도착하니 모르는 이성 세 명이 미요시와 함께 앉아있었다.

"아휴... 죄송합니다"
"미요시 씨가 많이 취했어요"
"나 안취했어! 싸랑해 우리 슨생니이임!"

나는 그 애의 대책없이 천진한 모습에 당황했지만, 어떻게든 그 애를 집에 데려다 놓아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지. 미요시네 집은 굉장히 멀잖아. 한 사람이 자기 집 크다며 전부 거기로 같이 가면 된다고 아무일 없을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우리집에 데려갈 거라고 얘기했다.

"나 아냐 집...가까우어 근쳐야"
"뭐? 너네 집 멀잖아"
"지입..떠 이써. 갠츠느..x번지"
"야 무슨 동넨지 말해야지!! 얼른 일어나서 주소 말해"

결국 미요시가 어딘가 전화를 하고 그 전화를 이어받아 주소를 알아냈다. 근처에 처음보는 집이 나왔다.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이네. 미요시는 여기서 자기 걸어가면 된다고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리고는 나에게 매달렸다.
"싸뢍훼에 진졍한 친구야"
"..어 알았어 좀 일어나라"
"크킄 야이년이 쎈척 죽이네. 야이년아 욕도 못하는년이"
"어 이...년이 좀 취...취해서"

어떻게든 장단을 맞추려고 어색하게 인싸 코스프레 하는 스스로가 웃겼지만 무사히 들여보내서 다행이었다. 여차하여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바로 씻지도 않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열 한시쯤 미요시가 전화했다.

"나 어제 대체 뭐한거야?"
"너 술 엄청 쳐먹고 모르는 사람 세명이랑 술마시고 있었어."
"아진짜 내가 미친년이지. 나쁜새끼들은 아니지? 나 집에 어떻게 간거야?"
"네가 집 이사갔다고 하더라고"
"....더 아무 말 없었어?"
"그냥 네가 어디 전화를 걸길래 전화 받으신 분께 주소 얻어냈어."

"사실 나...친엄마 찾았어."
"...!"
"이제 같이 살 거야. 그러면 다 바로잡힐거야."
바로잡힌다는 말에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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