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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외마디

5도

내 삶은

처음부터 허공을 바라보며

성층권쯤에 멍하게 떠올라 있던 나를

지상으로 죽죽 끌어내리는 과정이다.

 

그것이 나의 성장기였다.

 

어릴 때부터 그냥 공허하게만 느꼈던 몸의 중요함, 가족의 중요함, 현실의 중요함, 감각의 중요함, 물질의 중요함을

배우고, 느끼고, 체험하고, 각인시켜나가는 과정.

그리하여 물질적인, 사소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건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그렇게 집착이라는 인간적인 건강함을 배워가는 과정.

 

 

 

사실 아직도 마음을 똑바로 쳐다보면,

왜 그런 사소한 기쁨들이 중요한지, 백퍼센트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지금은 그런 기쁨을 그래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어딘가 진짜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왜 나는 아등바등하는 연기를 해야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맞닿뜨리기에는 아직 뿌옇기만 하기에

항상 시선을 5도쯤, 일부러 옆으로 돌린 채다. 반영구적 유보상태.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삶의 사소한 영역들이 많아지고,

예전엔 어이없어 하던 것들도 이제 함께 기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배웠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눈을 똑바로 떠 보면,

자기기만의 벽이 점점 두터워졌다는 느낌.

 

 

 

두려워진다.

이대로 자라게 되면, 나는 궁극적으로 기만을 진실로 착각하게 될뿐인 것일까.

내가 진실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적응하려 애써온 물질세계라는 곳은, 사실 애초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냥 공허가 맞는 걸까.

그러니까, 난 원래 맞았는데 틀린 방향으로 애써 스스로를 몰고 가는걸까.

 

 

 

 

그리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무엇을 잊기 위한 행위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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