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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외마디

잡일기

대단히 사변적인 글. 그냥 닥치는대로 써나감.

 

 

*난 부정적 인간인가 긍정적인간인가.

 

딱히 답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은,

 

내게 있어 대부분의 사건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지 않기때문이다.

사실은, 뭔가를 도둑맞거나 잃어버려도,

이제 이걸로 뭔가 바뀌는 시기인가 싶어, 송구영신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됐었다.

변화는 당연히 어렵고 두려운 경우도 많지만, 아무리 즐겁고 좋은 시기라고 해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그것이 계속 즐겁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도 하며,

또 이렇게 쭉 보이는대로 끝까지 살다 뒈진다는 게 오히려 더욱 무서운 일이니까.

 

뭐 이것도 긍정적이라면 긍정적 마인드인가. 그런데 딱히 긍부정으로 말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 내가 여기에 딱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니까.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다.

모든 사건은 여러 가지 씨앗을 품고 다가온다.

그리고 당장 발화된 씨앗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그것의 (지금은 보이지 않는) 뿌리는 어떤 형태일지, 썩어버린 것인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인지 알지 못하고

다른 다양한 씨앗들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 당장 보이지 않고 향후 어떤 것에 비가 내리고 어떤 것이 말라붙을지 알 수 없기에,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답이다.

최소한 내게 있어서는.

앞 일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어디쯤 떠 있는지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절망하는 것은 더욱 병신짓이다.

왜 미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미래는 가상일뿐인데. 그리고 내가 미래를 만들어 가려 해도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내 손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데.

그렇기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겠지. 미래를 콘트롤 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잘못된 거다. 원래 미래는 콘트롤이 안 되는게 맞으니까.

 

 

그렇다고 지금 이 순간을 쾌락적으로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가 하면, 그건 아니다.

순간은 즐겁지만, 결국엔 어딘가 모를 불편함이 있다. 이러다 보면 결국 이렇게 미래가 쭉 내다보이는 정체된 삶을 살 거라는.

쳐놀지 말라는 사회적 규범때문인가, 생각해보지만, 그건 또 아니다. 현대사회에선 특히나 비실용적이고 병신같다고 여겨지는 자기탐구에 언제나 몰입해 온 걸 보면.

그냥 단지 다가온 사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어떤 씨앗이 들어있는지 생각한다고 해도 알 수 없는 거고, 그냥 순간을 살 뿐이지만, 그 순간이 과거이자 미래다.

아니 이거 존나 선문답스타일이 돼서 뭔가 척하는거 같은데 정말로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눼 이렇게밖에.

 

 

 

아무튼, 그냥 가장 중요한 것은 나.

나 스스로가 납득하고 이해하고 동의하고 있는가.

게다가 즐기기까지 하면 더욱 좋겠지만 아 이건 뭐.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으로 돌아와서.....

 

물론 사람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고,

일견 저게 뭐야 싶은 관점이어도 그 아래에는 어떤 경험과 맥락이 깔려 있을지 사실 나는 정확히는 모르기에,

판단하지 않겠다.

일단은 모든 건 가능하면 오래 겪어보고, 내게 그것이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그 정도에서 판단하자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는 그냥 내가 타고난 성향이자 오래 전 모토였는데,

그런 까닭에 병신취급당하고 실제로 병신되는 일이 많아서 버리려 했으나...

뭐 어쩄든 좋아.

일단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 그러나 그 확신이 타인을 무시하는 확신이 되어서는 안 되고,

확신을 빙자하여 닫혀있어서는 곤란하겠지.

 

 

 

**********************************

이렇게 다짐.

왜냐하면, 사실은 이제 좀 지쳐가고 있어서.

이 말을 뱉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을 한 번 뱉으면 그것이 마음을 규정하는 효과라는게 꽤 크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

그래도 말이지.

좀 너무 몰아쳤어.

 

 

며칠동안 기차를 타고 책이나 읽고 노래나 듣고 풍경이나 쳐다보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헤매고 매순간 변화가 앞에 있어 두근거림을 느끼고 하나하나에 신기함과 기쁨을 느끼고

우연히 대화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헤매고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비록 인간이 오랜기간 만난다고 깊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찰나에 느끼는 소통의 기쁨도 쉽게 존재할 수 있는 건데

 

사실은 말이지, 저 위에서 한 말은 다 헛소리고,

이런게 진짜 살아있는 건데. 내가 거의 유일하게 정말로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이 하나이며, 이 땅을 단단히 디디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인데.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 저 위에 지껄인 말들은 다, 솔직하지 못한 얘기였던 것 같아.

말 자체가 틀렸다기보다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대면하고 싶은 문제는 저따위 선문답이 아니었던 거.

 

 

 

일본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그냥 울고 싶어졌다.

일본대지진은, 물살을 타고 떠내려가는 집이 서로 걸려 무너지면서

철골이 휘는 기괴한 음이 정말 무슨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너무너무 무서워서 정말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던데다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는데

아마 인간이 만든 어떤 음악도 그 소리를 나타낼 수 없을거야. 여러종류의 소리가 들리는데도 묘한 고요함이 느껴졌지.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울고 싶은 마음은 다시 사라졌다.

일단 핑계는 접어두고 할 일을 하러 가자.

사실 뭐 이런저런 다양한 기분을 털어놓았을 뿐이다. 끝.

이걸 다 하면 내일은 특별히 노는 날로 정해줄까봐. 술 마시고 음악 듣고 책을 보고 폭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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