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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

어라운드앱 감상이랄까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어라운드 앱. 

아이디를 만들어 로긴하고, 간단한 몇 줄 글을 쓰는데, 글은 모두 익명으로 표시된다.

글은 비공개가 기본인데, 버찌 세 개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글을 공개할 수 있다.

공개된 글은 내 주변 (거리는 설정하기 나름)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보여진다. 그러면 그들이 댓글을 달고 공감을 한다.


버찌를 얻으려면 내 댓글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어떤 글에 댓글을 달아야하고, 익명의 다른 사람들이 내 댓글에 '공감'할 경우, 버찌를 하나씩 획득하게 된다.

이렇게 획득한 버찌는,내가 쓴 글을 타인에게 공개할 때 소비하게 된다.



익명이라 그런지, 답답한 마음 속을 털어놓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글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댓글도 하나같이 착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사람들이 내 댓글에 공감을 해야 내 속을 타인에게 털어놓을 권한을 얻는다.

게다가 버찌가 쌓이는 모습을 보면 포인트 쌓이는 기분이다. 

그러니, 타인의 마음에 들만한 말들만 할 수밖에 없다.



아직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어라운드앱을 보며 사람들이 감탄하는데, 시스템이 그냥 그런 시스템이랄까.

사람이란 다면성을 지닌 존재니까, 욕하고 어그로 끄는 게 일종의 규범이 돼 있는 곳에서는 욕질하는 것이고, 식물식물한 말을 하는 게 규범인 곳에서는 식물식물한 말을 하는 것이다.



나같이 성격이 더럽고 비뚤어진 닝겐은, 어라운드 앱 하다가 어떤 글을 보면 막 일침하거나, 비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성격이 더럽기도 하지만, 글 자체에도 공격을 유발하는 뭔가가 있었다. 표현양식은 참 착하고 나만 억울한데, 행간을 읽으면 글에서 묘사하는 악인인 상대가 억울할 것 같은 경우들.

그러나 '불쾌하다'고 신고 먹을까봐, 그래서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여지지 않을까봐 우려돼서 그냥 넘어가버리곤 했다.



뭐 이걸 쓰는 사람들은, 마음 속이 답답하고 남에게 위로를 얻고 싶은 사람들일 경우가 많을테니까, 나같이 호기심을 목적으로 쓰진 않겠지.

모든게 공개된 상황에서 앱이 일종의 심리치료 역할을 한달까.






움.... 그래도 놀라운 건, 솔직한 글들도 꽤 많이 보인다는 거다.

가끔 가슴이 내려앉는, 곱씹은 솔직함이 묻어나는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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