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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외마디

피로.

학문이든 쇼핑이든 문화물이든 엔터테인물이든

어떤 것이든간에 주기는 좀 달라도 유행을 타고 있고, 유행에 질릴 때쯤엔 새로운 것이 찾아온다.

 

진보적으로 문화를 읽어내고자 하는 움직임 역시 유행을 탔다.

이전엔 '진보'가 표상하는 것이 하드코어클래식맑시즘+우익적민족주의로,

마치 수도자처럼 옷도 구리게 입고 자본주의를 죄악시하며, 계급에 기반한 절대악을 상정한 후, 직설적으로 '저 기득권층(=악의무리)을 무찌르자'고 달려들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그런 투쟁적인 관점은 구닥다리가 되고, 개인주의가 우선시되며, 소비문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게 됐다.

 

정치적으로도 이제 본격 민주화가 되고, 포스트모더니즘이 마침 유행이 됐으며, 때맞춰 미세권력, 삶에 맞닿은 정치 이런 논의가 나오면서,

지금까지 했던 너무 큰 얘기(혁명을 통해 다 뒤집어 류)보다는

나의 일상에 맞닿은, 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한 싸움을 이야기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쿠...지금 포스트모던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자니 마치 오렌지족이나 신세대 이런 단어를 얘기하는 기분이구나. 마치 '어머캡숑쨩'이런 단어를 세련됐다고 착각하고 쓰는 기분이랄까. 손발오글.tremble ㄷㄷㄷ

 

 

문화물에 한해 보자면, 물론 아직도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주류물(할리우드자본, 지상파티비, 각종 메이저물 등)을 타파하자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움직임 다수가 이제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되고 있고

이전에 속물적이거나 반민족적?!이라고 경외시 되던 상업주의/자본주의의 틀을 당연하게 인정하고, 그 안에서 소소한 문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전개가 대세다. 따라서 드라마나 광고 등에 대한 긍정적 논의 역시 자연스럽다.

 

 

 

암튼 이런 메이저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그 안에서도 나름 주류에 대한 저항을 찾기도 하는데

 

 

이미 태생부터 메이저인 문화물들 안에서 주류에 대한 저항을 찾으면, 뭐 이건 다수가 루저로 나오기 쉬운 구조 아닌가.

아니 그냥 결국은 구조 안에서 떠들고 구조를 깰만한 파격적인 이야기는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 싶어서.

 

 

 

결국은,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안에서 생산되는 여러가지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는 것도 당연히 좋긴 한데

뭔가, 기득권에게 충분히 위협이 되지 않는 수위 내에서만 떠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냥 뭔가 모기장 밖에서 앵앵거리는 느낌이랄까.

 

 

특별히 딴지거는 내용은 아니고,

조금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소소문화물 해석에 갑자기 피로가 느껴져서 그냥 써갈기는 중.

몇 년째 비슷한 형식의 비슷한 내용들을 보고 있자니 좀 피로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뭐가 문젠데?' '그럼 네가 하지?' 이래도 할 말 없음. 그냥 괜히 시비거는거 맞아.ㅋㅋㅋㅋㅋ

단지 전반적으로는 이제 새로운 유행이 올 때가 된 것 같다는 순전히 직관적인 얘기.

 

 

 

아니 그냥 뭔가 파격적인 걸 보고 싶은데

마음에 차는게 없어서 하는 개소리였음.

이제 뭔가 파격+혁명적인 뭔가가 나올 때가 됐는데.

 

모든 유행에는 피로가 느껴지는 시점이 있고, 지금이 그 때다.

뭔가 해외것을 찾아볼까.

이런식으로 문화가 전파되고 곧 뭔가 파격적인 것들이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