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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기타 일상 잡것들 리뷰

무지미니노트 탐색기

나는 관심 없는 건 될대로 되라지만, 관심이 좀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가끔 존나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댄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이거 많은 INTP들이 그렇다고 알고 있음. 


(일종의 덕후기질. 물론 너 덕후냐고 물어보면 "아니 나같은 쪼렙 레벨에서 어찌 덕후라 불릴 수 있겠냐"며 극구 부인함. 부인하는 이유가 좀 이상하지만 넘어가자. 근데 기질은 덕후특화된 거 인정은 하고.)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미니노트인데 말이죠.


내가 요즘 꽂힌 노트의 종류는, 



1. 휴대가 편해야 한다. 즉 작고 가볍다. 두껍지 않아야 한다.


2. 가로폭이 너무 좁은 건 싫다. 적당히 가로 폭이 넓어야 쓰기 편하다. (그렇다고 가로가 더 긴 노트는 안됨)


3. 무지노트. 안에 줄이든 그림이든 아무것도 없어야 함. 내 맘대로 써 갈기겠다.


4. 흰종이가 좋은데, 펜이 번질정도로 매끄러워서는 안 되고, 너무 거친 건 안되고.


5. 표지에 이상한 그림과 문구가 안 쓰여져 있어야 함.


6. 떡제본 노노 실제본 예스.



이 정돈데, 




의외로 이 조건을 충족하는게 참 없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크기와 비율을 충족하는 노트가 일단 적고 (대체로 미니 노트들은 가로 폭이 너무 좁다), 


그런게 있어도 꼭 줄이 그어져있다. 야이 줄성애자들아!!!!!!! 나 줄 맞춰 쓰기 싫다고!!!!!!!


만약 줄이 안 그어져 있으면 표지에 

1) 과하게 긔척하는 캐릭터 그림

2)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해류의 자기계발 그림, 혹은 문구 ("나의 기억", "꿈의 기록" 뭐 이런거)

3) 꽃무늬 기타 화려한 패턴


이 있더라고.

(그림이나 장식이 있는 건 물론 좋은데, 살짝 포인트가 될 정도의 디자인을 원한다. 

문구는... 뭐랄까 그냥 내가 내 맘대로 노트를 좀 정의하게 해 주면 안 될까.)



에....물론 내가 까다롭다는 것을 인정한다. 


사실 이거 아주 어쩌면 INTP 종특일 수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언젠가 어떤 INTP이 만든 노트 살짝 포스팅 하겠음.


어떤 INTP가 노트를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내 기준을 충족하더라고.





여하튼 그리하여, 내가 쓰고 있는 노트는 규격이 모두 동일한 것들이었음.


1) 하나는 Blank라고 쓰여져 있는 노트



그냥 흰색 무지노트다. 가로 세로 비율이 괜찮음. 겉 종이 적당히 빳빳해서 오그라들지도 않았고 크기도 적당했음. 종이도 적당히 매끄러워서 막 쓰기 편하고. 가격 천원. 그런데 다 써버렸다.




2) 그리고 이 노트를 썼었는데, 


홍대 팩토리라는 소규모 프레스인쇄 쪽에서 스트리트H 창간 얼마 기념으로 찍은 무지노트다.

안은 하얀 (약간 미색이 도는 듯한) 무지고, 살짝 거친 질감이 난다. 

표지 색상은 더 다양했음. 얼만지는 잊음.


뒷배경엔 위 블랭크 노트다. 의도한 게 아닌데 가로:세로 비율이나 크기가 거의 똑같음. 그래서 내가 이 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음.



 


근데 이거 한정판이라서 이제 안 파는 것 같다...


괜찮아. 위에 저 Blank라고 쓰여진 노트 예전에 교보에서 샀으니까 거기 팔거야.







하고 안일한 마음으로 교보에 갔더니 


교보에서 BLANK 노트를 안팔고 있었다 ㅂㄷㅂㄷ


다른 노트를 찾아 헤맸는데, 내가 원하는 크기를 충족하는 노트들은 죄다 모눈 아니면 줄이 그어져있더라고.


아니면 "나만의 365이야기" "Be happy together" 막 이런 문구 쓰여져 있거나.


제발 내 노트를 먼저 정의하지 말아주세요. 글자만 없었어도 사는 건데.



간신히 좀 괜찮아 보이는 걸 찾았더니, 모눈노트랑 줄무늬노트랑 세트로 팔고 있다. 무지 한 권 사려고 모눈/줄무늬를 같이 살 순 없잖아. 그래서 포기.




간신히 산 건, 


미도리사의 3권 세트 무지노트. 

스테이플러로 대충 박았고 권당 가격이 3천원, 3권세트 9천원으로 블랭크의 3배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그냥 규격에 제일 적합하여 샀음. 

섬국 가서 사면 싸겠지만 뭐 일단 미도리 종이가 좋기도 하고 - 타협.





그리고 내가 원하는 규격이랑 살짝 안 맞지만(조금 작다), 그냥 사 버린 두꺼운 노트 한 권






아직 비닐을 안 뜯었지만, 디자인도 심플하고 종이는 괜찮았다. 다른 노트들보다 규격이 살짝 작고 두껍다는게 조금 걸리지만 

(두꺼우면 들기 귀찮거나 무거운 것도 문제지만, 뭐든 금방 질려서 갈아치우고 싶을 때 갈아치우기 힘들다)



교보랑 반디앤루니스를 다닌 결과 살만한 무지노트가 저것 밖에 없었다.





는 슬픈 이야기를 적어보았음. 

혹시 세상에 몇 없을 비슷한 무지노트 취향자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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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뒤늦게 감상 추가함. 


맨 마지막 노트는 잘 펴지고 100장이나 되고 두툼한게 뭔가 뿌듯한 감이 있어서 재구매 했음. 


그런데 몇 가지 단점이 있다고나. 



1.

일단 여긴 안찍어놓았는데, 속표지 (그 도비라라고 하나, 표지 넘기자마자 나오는 내지1면)이 매우 병신같다.


저 겉표지의 연필무늬가 옅게 반복해서 인쇄돼 있는데 좀 거슬렸음. 


표지에 동물 그려진 버전(펭귄, 북극곰 등)도 최근에 새로 나온 것 같던데, 그건 속표지 보고 깜짝 놀랐음. 펭귄이 막 반복해서 찍혀있는데 어린이집 낮잠이불 보는 줄 알았음. 


그러나 실제로 사용시에는 그 속표지부분은 펼 일이 없으니까 아무 상관 없음.




2. 

이거 난 프릭션 펜만 써서 잘 몰랐는데, 


섬세하고 가느다란 만년필 같은 것 쓰다 보면 펜촉이 종이에 살짝 살짝 걸린다고 함. 


종이에 걸리적거리는 결이 있다고 하...는데, 만년필이나 가느다란 유성펜 쓰는 사람들 - 특히 그걸로 그림이나 글씨 섬세하게 쓰는 분들은 - 한번 종이 만져보고 고르셈들.





3. 

그리고 같은 회사의 다른 큰 사이즈 노트를 보는데, 


다른데 보다 대체로 다 좋았다. 


그런데 표지 커버 앞면에 존나 생생한 벌레 그려져 있어서 1차로 깜놀하고, 표지 뒷면에 글씨 쓰여져 있어서 2차로 깜놀해서





사고 싶은데 못샀다.





제발지워주세여



무지 노트 사기 어렵다는 하소연 붙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