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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부산 웨스틴조선

I. 호텔방의 현재

모처럼 호화롭게 부산 웨스틴조선호텔방에서 혼자 자고 있었다.

눈을 뜨니 사방은 온통 회색빛 어스름,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세시다. 모처럼의 호텔 스테이에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조식을 놓쳐버린 것.

 

'으아... 조식 ㅠㅠ 그럼 남은 조식쿠폰은 어떻게 활용해야하지? 혹시 도시락이나 다른 제과 이용권으로 교환해 줄까?'

 

궁금해 하며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셨다. 물론 무료로 주는...

물을 마시며 바깥을 내다 보니, 오후 세시임에도 온통 캄캄했다. 진회색의 하늘에 바다는 검은 색, 모래사장은 흑백사진처럼 색을 알아 볼 수 없어 미지의 느낌을 더하는.

 

보통 이럴 땐, 모처럼 멀리 바다를 즐기러 와, 어두컴컴한 날씨에 실망하는, 그런 반응을 기대할 것도 같지만...

나는 지구멸망 직전과도 같이 시커먼 진회색 해안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뛰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이런 시커먼 날씨가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졌다고나.....

(.... 당연한 것이, 3일 연속 날이 흐린 꿈만 꾸고 있잖아ㅋㅋㅋㅋㅋㅋㅋ)

 

그 순간, 친구 M군에게 전화를 받았다. 서울에 갈 때 같이 맞춰갈 수 있으면 가자는.

절친한 M군이었지만, 서두르기 귀찮기도 했고, 혼자 흐린 날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같이 안 가기로 했다.

 

 

 

II. 호텔방의 과거

이 호텔 방은 중학교 시절 '날라리'로 알려져 있던 L군(사실은 고등학교 시절 알고 있던)이 최근까지 쓰고 있던 방이란다.

최근에는 김연아랑 피겨를 배운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두 번인가 문학관련?!된 상을 받았던 것 같고... 물론 본업은 피겨나 문학 관련된 것이 전혀 아니다. 아무튼 장르를 뛰어넘어 종합예술가스럽게 살아왔다고.

물론 한번 유명세를 탄 다음에는 일거수 일투족이 이슈화가 되기에, 상대적으로 그 실력이 과장되게 보도되기 쉬웠으나, 그렇다고 해도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까지 이렇게... 그렇게 감탄했다.

 

 

 

III. 그리고 서울

그리고, 갑자기 서울역. 

서울역도 역시 굉장히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내 꿈에서 태양은 사라졌나보다(...) 아니면 계속 깊은 무의식레벨 꿈을 꾸고 있거나.

1층에서 3층까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바로 갈 수 있는데 일부러 궁금함에 이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기차역에 관련된 사무를 보는 오피스가 있었고 스탠드를 켠 채 어떤 남자직원이 홀로 앉아있었다.

그 옆을 보자, 뜬금없이 알콜/마약 등의 향정신성 물질 중독자 상담소가 있었다. 상담소는 닫혀있었는지 불이 꺼져 있었고, 나를 발견한 사무직원이 말했다.

 

"3층 올라가시는 거면, 2층에서 3층으로 바로는 못 가요. 1층으로 내려가셔서 다시 올라가셔야 합니다."

 

 

 

IV. 그래서...

1. 서울역 사무직원 외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운대에서도 호텔에서도, 온전히 나 혼자.

 

2. 향정신성 약물 중독자가 바로 3층으로는 갈 수 없다. 즉, 바로 정상인으로서 사회에 편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달콤한 말로 희망고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3. 그러고 보면, 지난 3일간 꿈을 되돌아볼 때, 중요한 것은 통로를 통해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이동했다는 점이 아닐 수도. 물론 이번 꿈에서도 크게 보면 부산 --> 서울로 장소를 이동하긴 했으니...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외 좀 더 명확한 공통점이라면, 세 번에 걸친 꿈에서 나는 여행을 하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 묵고 있다는 것.

 

4. 세 번의 꿈 모두에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5. 그리고, 이제 꿈 속에서 태양이 보이지 않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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