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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외마디

감정 정리의 메카니즘

자신 있었다. 감정따위 정리해 버리는 것.

물론 괴롭긴 하지만, 그 메카니즘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I. 룰은

0.그러니까, 이것은 일종의 게임 룰과도 같다.

한 사건으로 발생하는 감정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1. 예를 들어,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100이라는 감정이 발생한다.

그리고 감정은 매우 빨리 변하고 유동적인 것이기에 익숙해지면 질린다. 즉, 100을 소모하면 사라진다.

감정을 더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다른 상황을 발생시켜, 감정을 더해야 한다.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추가 이벤트 없이 100을 소모하면 되는 것이다.

 

2. 물론 시간은 대단한 것이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은 자동으로 소모가 된다.

따라서, 

1)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수동적으로 지내면, 매일 1씩 소모되며 100일이 걸린다.

2) '뭐야? 난 생각하지 않겠어 이런 괴로운 현실' 하며 현실을 부정하다 보면 소모되는 속도가 느려져서 더 오래걸린다 (상대성 이론인가 ㄷㄷ)

3) '아악 죽을 것 같이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하면서 남들의 10배씩 사건을 온전히 곱씹다 보면 소모되는 속도가 빨라져서 더 빨리 소모된다.

   (이때, 방향이 중요하다. 온전히 현실을 곱씹어야지, 현실도피성 망상이 섞이면 섞일수록 감정 소모 시간은 증가된다.

    직선거리가 가장 짧은 것과도 마찬가지다)

 

 

 

II.내 경우

나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벼락치기하는 습성에 질릴때까지 감정따위 마주하고 정리해주마.. 하며 온전히 현실을 마주하려 애썼다.

누군가와의 이별 후에도 어디 틀어박혀 미친듯이 엉엉 울고 매일 이별 선고 장면이나 장례식장 씬 등 냉혹한 현실만을 생각하려 애썼기에, 금방 정리할 수 있었지. 아무리 괴로운/애틋한 감정이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강한 자극이 계속 주어지면, 언젠가는 무뎌지는 날이 온다.

딱히 장면이 없는 마음 속의 움직임이었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

 

 

 

III. 그런데

1. 감정이 지나간 후 그 잔상은 어쩔 수 없다. 잔여 감정이라기보다는, 감정이 지나간 후의 어색함같은 게 있는 거다.

무엇이든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태연한 척이라도 해야 태연함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거다.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도 이전 비슷한 상태로는 만들어갈 수 있다. 어쨌든 어색함은 극복해야 내가 좀 더 자유를 얻는다.

 

 

 

2. 정리해야 하는 감정인지, 간직해야 하는 감정인지가 애매할 때, 감정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 어렵다.

얼른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빨리 극복해버리고 말겠는데,

괴로운 감정을 느낌에도 사건 자체는 놓아버릴 수 없는데다 추가 이벤트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던가(굉장히 싫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때),

즐거움을 수반한 감정인데 다른 활동을 방해하는 것일 떄는 (팬심같은 것)

그냥 마음에 항상 회오리 바람이 치고 있어,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지.

 

 

IV. 그러니까

뭐, 그렇다. 그냥 나는 감정의 메카니즘 따위 잘 안다고 볼 수 없는 어색한 인간이다.

언제나 그냥 감정을 '없애는 법'에나 충실했을 뿐, 막상 감정이 밀려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우적대기나 하며, 조절 따위 불가능한 미련한 인간인 것이다.

게다가 무슨 감정이든 언제나 폭풍처럼 휘몰아쳤다가, 10배의 속도로 없애기 일쑤였으니 어색함이라는 후유증도 남들보다 더 큰 것일지도 모르지.

마치 이놈의 빨리빨리 토건국가와도 비슷하다고나. 냄비처럼 달궈졌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그래서 결론은, 

대한민국 만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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