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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영화] 터미네이터4


2009년 6월 쓴 글


아래는 스포일러임

이 영화를 보고 터미네이터 시리즈 안본다고 선언해버렸다.

이 영화의 장점들도 많겠지만, 다 제끼고, 화가난 포인트만 주절대겠다

일단 영화의 주인공은 아래 두 놈들이다.

-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영웅자뻑주의에 사로잡힌 인간 존 코너,

- 보살정신으로 위장, 자존감 따위는 내다버린 휴머노이드 마커스

마커스는 심장을 제외한 다른 부위가 기계로 된 휴머노이드이다. 원래 사형을 언도받은 죄수였는데, 시신이 휴머노이드로 개발돼버렸다. (본인은 모르고 있었음)

그래서 존코너는 처음에 마커스가 기계라고 졸라 경계하지만, 나중엔 뭐 다른 터미네이터 시리즈처럼 그의 도움을 받으며 생존해나간다.

마커스는 자기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 후반부에나 깨달으며, 그로 인해 혼란을 겪지만, 뭐 인간성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희생'의 미덕을 선보이며 영예의 죽음을 맞는다. 자신이 생전 저지른 살인에 대한 속죄의 의미이기도 하다.

죽어가는 대영웅 존코너님을 위해 기꺼이 심장을 내놓았던 것이지.(그 심장은 마커스의 몸에서 유일한 인간의 부위. 벌써 순혈주의의 냄새가 나서 기분이 나쁘다)

여기에 시종일관 영웅자뻑신경질독재의 모습을 보이며 독주하던 존코너는 매우 당연한듯 마커스의 심장을 이식 받는다.

그러면서 영화는, 몸은 기계지만, 마음이 인간이면 인간입네...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뭐냐... 몸이 기계이고 마음이 인간이어서, 결국 기계취급 당한 채 인간들한테 실컷 이용만 당하고 죽어가면서 저런 메시지가 나온다는 것은...

인간을 위해서는 휴머노이드든 기계든 모두 희생해도 옥헤이~라는 인간중심주의/ 존코너 일인 대영웅주의 / 이미 죄를 지은 범죄자이므로 죽어도 싸다..라는 인식의 반영인 것이지.

암튼 넘흐넘흐 화가나게 영화를 만들었던 것이다 -_-;;;

근데, 그러다보니,

사실은 저 영화가 인간중심주의/대영웅만쉐이주의/범죄자인권개무시주의를 일부러 비꼬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이 영화는 마커스의 시각에서 시작/진행되기때문에, 관객들이 마커스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게끔 장치해놓았거든.

마커스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다 보면, 누구나 존코너의 저런 잡대영웅주의에 화가날 수밖에 없고, 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들이 벌이는 한심한 작태에 역시 인간이란 저런 허접한 존재..라는 결론을 내리게끔 돼 있는 것이다.

그래..정말 인간불신 및 디스토피아를 상정하고 만든.. 그래서 끝까지 비웃음으로 가득찬 그런 영화였을지도 몰라... ㅡㅡ;; 다시 한 번 봐야하는걸까?

훔.. 사실, 이 영화 개봉 전에

인터넷에 떠돌던 original ending은,

존 코너가 죽고, 존코너의 부재가 끼칠 영향을 두려워한 대원들이 마커스에게 존코너의 피부를 입혀 존코너를 재창조해냈다는건데...

차라리 이쪽 결말이 내 맘엔 더 들었을 것 같다. 춈 웃기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