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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처음엔 족같은 '뭐 뻔한 책'인 줄 알았다.
사실 이런 이름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조금 이슈화된 사회현상이 있으면, 그 원인을 진단해 준다며 시류를 타고 얍삽하게 쏟아져나오는 책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그런 책들의 대부분이 얄팍하고, 몇 달만 지나도 이미 쓸 데 없어지기 쉬운 내용이었으니까.
피로사회라는 책의 이름을 보았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걍 최근 지나친 성과주의와 1인에게 몰리는 과도한 업무량 등을 고려할 때, 요즘 사람들이 더 바쁘고 피로한 것은 사실이니까...
뭐 또 유행따라 디톡스/마음의안정/느리게살기 등을 강조하는 얄팍한 책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2. 어 그런데 나름의 시각을 갖춘 인문철학서적이더라
오늘 우연히 눈에 띄었는데, 책도 작고 분량도 짧아서 가볍게 들춰봤더니...
의외로 이 책은 현대사회의 패러다임을 진단하는 간단한 인문학/철학서적이더라고.
어려운 내용이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 누구나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가운데, 제대로 자신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 뭔가 좀 영양가 있다.
게다가 보드리야르, 아감벤, 아렌트 등 뭔가 좀 있어보이는 철학자들의 이름이 슥슥 등장하고 있어,
마치 지금 내가 존나 어려운 글을 읽고 있다는 착각을 주어, 지적인 허영을 충족시켜준다.ㅋ
물론 위의 철학자들이 말한 개념들을 몰라도 책을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닼ㅋㅋㅋ
3. 요지는, '넌 할 수 있어 ^o^~ 그러니까 존나 열심히 하라고' 류의 미묘한 긍정이 과해서 무력감, 산만함 등의 병이 생긴다는 거다
대충 내용은,
전제 : 사회는 언제나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
과거 : 이전에는 '~해야한다/하지말아야한다' 류의 규율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현대 : 이제는 '~할 수 있다' 류의 지나친 자기긍정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리고 이 '할 수 있다'로 정해진 이상의 과한 성과를 내도록 '은연중' 북돋움을 받게 되다보니, 정신적 쉼이 없고 존나 피곤해지는 것이다. ㅋ
이런 맥락에서 현대적 병리현상이 발생하는데, 우울증이나 ADHD같은 것들.
ex ) 우울증은 '넌 할 수 있어'에 대해 좌절을 느끼고 '시발 못해...'이러면서 생김.
ADHD는 쉼없이 이거저거 해야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 급산만해져서 생기는 현대병
그래서 사람은 이 과잉긍정에 피로를 느껴버리는데, 피로를 느끼면서 늘어지게 되면 뭐 자기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는 등 정신적으로 조금은 쉬었다갈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고 etc etc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로 기억한다.
아 그런데 나 30분만에 대충 슥슥 넘겨읽은거라 제대로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네;;
4. 그래서 읽으면 뭐가 좋음?
(1) 평소 에너지가 별로 없고, 자기가 루저라고 생각하면 춐흠 공감하게 되며 위로를 받음
ex) 아 역시 내가 병신인건 사회탓이야
(2) 짧음
(3) 위에도 썼듯이 어려운 사람 이름이 많이 나와서 자기가 유식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됨. (그럼에도 이해에는 무리 없음)
(4) 책이 작아서 읽기 편함
(5) 시류에 편승하는 뻔하고 ㅄ같은 베슷흐셀러류의 책은 아니며, 제대로 자기 주장과 논거가 있음.
결론 : 종합적으로는 춫현
대충 미국식 긍정/경쟁주의를 까고 있다고 보면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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