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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영화] 레미제라블, 선동질의 중요성

이제서야 뒤늦게 보게되었다. 망할놈의 시간 ^^

 

동명의 뮤지컬(숀버그)는 내가 뮤지컬류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사실 많은 뮤지컬류의 주제가 진부한 사랑 성공 소소한 우리네인생 등등을 다루고 있는데 비해

레미제라블은 혁명즈음의 사회상이라는 다소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당시 혼란스런 사회의 인간군상을 고르게 잘 그려냈다.

이건 물론 원작소설이 뛰어나서였기도 하지만, 이 원작소설을 뮤지컬에 맞게 매우 잘 옮겨냈다는 점에서 칭찬 뷁프로다. 다양한 인간상들을 통해 그냥 개인을 드러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6월혁명 당시의 혼란스런 사회상을 장발장, 판틴, 에포닌, 마리우스, 테나르디에부부 등 서로 다른 다양한 캐릭터들의 삶과 감정, 행태 등을 통해 생생하게도 잘 보여주고 있다. 개별 캐릭터들의 주제곡들은, 캐릭터 개인의 감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혼란스런 사회를 살아가며 그 사회를 표상해내는 역할을 함께 품어내고 있다.

 

따라서 다른 뮤지컬류와 달리 이 뮤지컬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이 모든 캐릭터들과 사람들이 함께 불러 혁명을 표상하는 '떼창' 그 자체다. 뮤지컬도 그런 점을 최대한 살린 연출을 잘 해내고 있고, 뮤지컬 제작자의 의도대로 쫓아가다보면 이 떼창의 감동에 몸을 떨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 뮤지컬은 볼때마다 들을때마다 오토매틱 쳐울고 있는 --;; 작품이다.. 움냠

 

암튼 그 뒤 다른 뮤지컬들이 레미제라블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절대로 이만큼의 감동과 퀄리티를 자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적어도 내겐. 뭐 물론 난 뮤지컬을 많이 보는 종자는 아니지만.)

 

 

 

 

 

움냠 영화의 감상을 쓰려고 했는데 오나전 뮤지컬 얘기만 써제꼈눼???

어차피 이 영화는 뮤지컬을 거의 그대로 영화화한 버전이니까, 뮤지컬 얘기가 빠질래야 빠질 수가 없눼

이 영화는 뮤지컬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영상적인 부분을 잘 보완해서 보여주었다.

물론 주연급 배우들의 노래가 전문 뮤지컬배우보다는 좀 딸리기에, 아무리 연기력이나 영화적요소로 감성적 터치를 가해 이걸 메꿔내려 하였음에도 뭥미스러운 부분도 있긴 한데, 그거야 기존 뮤지컬 팬의 입장에서나 하는 이야기고..

 

 

 

뮤지컬보다도 혁명(당시로서는 실패한, 그러나 이후 시공간적으로 프랑스 역사 및 전유럽에 깊은 영향을 미친)의 배경과 상황, 절망과 희망 등을 더욱 잘 드러내주었던 점이 매우 좋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뮤지컬에서는 떼창에 등장하는 조연급 배우들은 일일이 조명하지 못하고 묻혀버리게 된다(구조상). 솔로곡을 갖고 있지 않은 배우들은 뭐 거의 기억에 안 남고 끝난다고 보아야겠지. 그러나 영화는 이 점을 매우 잘 보완해주었다. 자유로운 화면 이동 및 구성이라는 장점을 이용해서, 합창 속 숨어있던 조연급 배우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조명해주고 부각시켜준다. 또한 혁명 전후의 피비린내나는 모습들이나 시민들의 두려움 등 뮤지컬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서사적 인과관계의 한계를 보완하여, 훨씬 풍성하고 짜임새있게 드러내고 있다고나 할까.

 

아무튼 뮤지컬이 영화화되면서 6월 혁명 전후의 사회를  더욱 풍성하고 역동적으로 드러내주어, 주제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게 됐다.

이런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영화가 굉장히 만족스러웠음에도 이상하게도 또 보고 싶진 않네. 훔..뮤지컬이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그리고 두 번째 보면 이정도의 임팩트를 다시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려운건가 흠흠.

 

 

 

p.s.0.

아니 근데 똑같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느끼고는, 어떻게 모 후보를 뽑을 수가 있지????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구나....영화에서 뭘 본걸까 과연 ㄷㄷㄷㄷ

그래서 영화 본 직후 관객층을 보곤 다시 또 멘탈이 붕괴되어버렸다.

 

p.s.1

보는 내내, 프랑스혁명 ~ 파리코뮌까지의 100년사와 같은 사건이 또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딱히 생각나지 않더라... ㄷㄷㄷ 뭐 역사에 엄청 무지하기때문에 알고 있는 사건 자체가 별로 없긴 하지만.

물론 민중봉기?!혁명 이런 사건들이야 비교적 자주 목격되어온 사건들이긴 한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자체적으로 왕을 끌어내리고 다시 세우고 확 뒤집어 엎어가며 근대적 정치체계로 갈아엎어버린 혁명적인케이스는... 정말 생각이 안난다 ㄷㄷㄷ 후렌치레볼루션+알파가 정말이렇게나 대단한 것이었구나... 다시 한번 후덜덜함.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라고해도, 대부분이 국제정세나 외세?!에 영향을 받은 것들뿐이 아닌가... 시퍼서.

 

암튼 영화를 보는 내내 그 Po민중wer에 감탄했고, 회색분자인 나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반성했다.

선동질...이라는 것에 사실 이해는 하고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태생적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선동질을 통한 에너지 원기옥 끌어모으기는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영화를 보며 절감...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지.

모든 위대한?! 역사적 사건들은 어쨋든 선동질에 의해 태어날 수밖에 없는 거. 모든 사람들이 교육받고 높은의식을 갖고 있어서 합리적으로 참여할수 있느냐 하면, 역시 그건 아닌 것 같으니.

당시로서는 실패했고 한계투성이에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사건도 결국에는 길게 보아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물론 역사를 바꾼다는 것이 긍정적이냐하면,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p.s.2

역사를 '바꾼다'는 인식이 너무 무서워서 회색분자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믿는 것을 어떤식으로라도 강요하게 되는 그 오지랖이 싫었던 거지.

궁극적으로 어떤 혁명적인 일을 할 때, 동전의 양면과 같이 생겨나는 부작용들..누군가는 희생당해야한다는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었던 거.

그러다 보니 최대한 역사에 이름을 남기거나 건드리지 않고 조용하게 죽은듯이 살아가자는 가치관을 갖게 됐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냥 괜히 천년만년 사는 현자인양 역사 전체를 굽어보면서 다 똑같은 놈 운운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있다'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후회없을 것.

 

 

p.s.3

그래서,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오덕질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