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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영화] 거미집의 성, 구로사와 아키라

영문명 : throne of blood (일본어명 : 蜘蛛巣城、거미집의 성)

감독 : 구로사와 아키라

제작 : 1957년

특징 : 셰익스피어 맥베드의 일본화

 

 

스포일러ㅋ.jpg

 

 

아 일단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다른 영화는 모르고, 그 감독에 대해서도 '유명한 일본 감독'이라는 점 외엔 따로 아는 게 없다. (무식 인증)

따라서 그 감독의 특성이나 필모그래피와 관련하여 뭔가 지껄일 수는...전혀 없다. 그냥 이 영화 하나만 보고 얘기하는 거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꽤 많겠지만, 그 중 가장 좋은 평을 받는 영화가 이 작품이라고 어디서 주워들었다. 쿨럭.

영화따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이 영화는 대놓고 '나 맥베스ㅋ'  이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전혀, 0.001%도 맥베스와 유러피안ㅋ냄새같은거 나지 않아. 상당히 일본적이고 왜색이 아주 철철 흘러 넘친다.

그러나 특히 심리묘사에 강한 일본영화답게 이 버전의 맥베스 역시 인간의 미묘한 심리변화와 그로 인한 파멸을 매우 효과적으로 그려내 주고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보다 보면 누구도 맥베스 일본 버전ㅇㅇ라는 것 부정 못할 것. 매우 다른 동양적 틀로 맥베스라는 작품을 잘 이식시켰기에 보다 더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일단 그냥 무식 평범한 독자이자 시청자인 나의 생각으로는, 

복선적인데다 언어유희며 은유가 난무하는 지랄맞은 문학작품을 영화로 옮길 때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가끔 너무 과욕을 부려서 당췌 뭔 소린지 알아먹기 힘들고, 노력이 필요한(그래서 노력을 하기 싫어서 제대로 안 보게 되는) 영화들을 구경하곤 한다. 구경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당췌 뭔 말인지 못 알아먹었으니까 봤다는 표현보다는 구경한다는 표현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뭐 물론 내가 무식하고 참을성 없어서긴 하지만)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선택과 집중을 상당히 잘 해내고 이쓰며, 상당히 깔끔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 영화는 예언을 듣고 그 예언을 자신의 운명으로 만들어가게 되는 인간의 욕망과 심리변화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매우 잘 그려냈다. 그 외에 필요 없는 다른 스토리들은 다 잘라내고 맥베스(이 영화에서는 와시즈)와 레이디 맥베스(이 영화에서는 아사지)를 중심으로 한 심리묘사에 몰입한다. 게다가 많은 일본영화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장면 하나하나가 정적이고 군더더기 없다. 따라서 감상자는 인물이나 배경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것으로서 표현되는 맥베스의 미묘한 심리묘사 하나하나를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뭐 유명한 영화이니만큼 잘 표현해냈다.

 

 

내가 워낙 동체시력 제로에 뭘 빨리 빨리 못 보는 터라, 정적인 영화를 봐야 좀 더 쉽게 알아먹을 수 있어서 편한데...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참으로 편하구나. ㅋㅋㅋㅋㅋㅋ

 

거미집의 성이라는 제목을 아주 직접 연상시키는 장면.jpg

 

 

아무튼 어렵지도 않고 표현력도 좋고 피곤하게 말 많이 지껄이지도 않아서 좋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