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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외마디

옛 이메일

옛 이메일의 이름들을 보니 가슴 한 켠이 아프면서도, 

아 이렇게 살아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훨씬 더 많은, 풍성한 너희들과의 이야기가 있던 

사라진 홈페이지, 게시판이 아쉬워져.



누가 더 유치하고 생각이 짧으며 독선적이었는지

지금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유치한 대화들이 줄을 이었던 것, 

그깟 키재기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그렇게 너와 내가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며

어설픈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는 것. 그렇게 성장의 순간을 공유했다는 것.


감상주의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감상이 크게 살아남는다.



가장 아쉬운 사람들이, 

사귀다가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이다.

선뜻 연락하고 지낼 수가 없다.

왜 나는 아까운 친구를 순간의 불같은 호르몬이 지배하는 짧은 감정을 통해 잃어버렸나.

왜 그렇지 않아도 많지 않던, 말이 통하는 사람들의 수를 줄여버린 건가.



하지만, 

사람과의 거칠게 맞닿은 날 것의 감정을

연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접할 수 있었겠어.

인간 그대로의 밑바닥을, 머릿속을,

연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끝까지 파고들 수 있었겠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니.

지나고 나면, 결국 나를 키워주었던 시간인 것.

그저 너와의 시간을 감사하고, 

네가 풍부하고 성숙한 인생을 누리길 바라며, 

너와의 시간을 발판으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소중하게 대해야지.





그래서, 아무리 유치한 말을 써도 지우지 않기로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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