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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남 탓 하기

'거기서 내가 작업하려고 했는데 왜 네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거야?'


라고 말하며 짜증 지랄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는데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이 비이성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표현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감정을 잘 참는 타입은 아니라서 어떻게든 분출은 해야 했기에, 뒤돌아서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왜 이러지?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익숙한 경험이야. 워낙 오랜만이어서 그렇지.






사춘기때 내내 나는 저지랄을 품고 살았다. 괜히 만만한 타인에게 분노를 투사.


과정은 이렇다. 뭔가 하고 싶고 해야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니,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지면서 개짜증이 솟구친다. 그러면 주변 만만한 사람에게 그 짜증이 전가된다.


고등학교 시절 몇 년간을 온전히 사회와 나 자신, 주변 모든 것에 대해 분노하며 살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를 악물고 참던 나는, 결국 짜증을 엄마에게 전가하곤 했다.


"엄마, 좀 나가라고.."


엄마의 욕심 때문에 내가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있다. 부모가 남들에게 허세부리며 나를 자랑하기 위해, 나는 아무 의미 없이 '그' 대학을 가야한다. 이 사회는 잘못됐고, 이게 '너 잘 되라고' 하는 말도 거짓말이고, 학부모 모임 후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것도 최악이다. 교사, 교육기관 모두 생산 공장 주제에 어디서 훈계를. 다들 닥치라고.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




그렇지만 나도 알고는 있었다. 고작 엄마가 그냥 내 방 침대에 앉아 있는 것에 대해 나의 장광설 분노를 터뜨릴 순 없다는 걸.
아무 맥락 없는 미친짓으로나 보일 거란 걸.






그래서, 새어나오는 분노를 참으며 비틀린 얼굴로 애써 좀 '나가라'고, 혹은 '티비 좀 끄라'고, 혹은 '나 이거 안먹겠다'고 낮게 화를 냈다. 물론 비어져나온 짜증을 감추지는 못했지만.
엄마는 '고등학생이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렇다'고 애써 이해하려는 듯했다. 그런데 엄마가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하면 할수록, 역으로 나는 더 지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마음으로 더 지랄했다. '이게 다 너때문이야'라고. 물론 입밖으로 그 말을 뱉진 않았다.










사실은
사회에 대한 분노, 교사에 대한 분노, 학교에 대한 분노, 이런 것들은
허울 좋은 이름이었다.


내 마음 속에는
'내가 무능력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숨어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불안함 때문에 산만해지다가는, 결국 항상 딴 짓을 하고.
이렇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 사회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증오하고.
감정폭발을 전가했다.
가장 만만한 사람에게.








요며칠
불안하지만 이 불안을 해소할 능력이 안 돼서,
결국 불안함은 커져가고,
타인에게 감정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미친 심리기제가 오늘 오랜만에 작용해버렸나.








얼마만이야.이런 감정.
정리했으니까 이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