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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움직이기(춤)

INTP주제에 무려 춤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_(1)

1. 

어릴 때부터 나는 움직임이 어설펐다.


내가 멀리서 엄마를 보고 "엄마!!"하며 어설프게 달려가면, 엄마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고 한다. 


"쟤 뛰는게 너무 어색해. 어쩌면 약간 발달장애일지도 몰라"


.... 일단 발달장애는 아니었지만, 걷고 숨쉬는 등 무의식적인 레벨을 떠나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내가 봐도, 남들이 봐도 항상 어색했던 것 같다.



나이가 좀 들어 클럽 같이 춤 추는 곳에 끌려가면 구석에 앉아서 혼자 술을 마셨다. 언제 집에 가나 기다리면서.


그러다 술 취하고 음악을 들으면 흥이 나기도 한다. 그러면 그냥 미친놈처럼 형식 따위 다 무시하고 몸을 아무렇게나 음악에 맞춰보는데, 묘한 해방감이 있더라고.


그런데 옆에서 사람들이 존나 낄낄거리면서 비웃는다. 왜냐하면 존낸 어색해서 병신처럼 보이기 때문이지. 나도 알아.


'아 ㅅㅂ 그냥 아무도 안 보는데서 혼자 춤 추고 싶어.'



그런데 물론 나새끼 주제에 아무도 안 보는데서 혼자 굳이 춤 따위를 출 리가 없다. 쳐 늘어져서 인터넷이나 하겠지.


그래서 나는 춤과는 거리가 먼 인간으로 영영 굳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2. 

살다 보면 춤을 일회성으로 배울 기회들도 있었다. 사실은 일회성이 아니었는데, 한 번 나가고 도망가서 일회성이 되었다. 


안무가 정해져 있고 그걸 따라하는 종류의 수업이었지.


유독 배우기가 힘들었다.


아마 이것은 INTP라는 성격 유형과도 약간은 관련이 있는 것 같음.



- I: 내향적이라는 의미는, 사람 쳐 모여있는데 (강습소 등) 가면 쉽게 기가 빨린다는 뜻이다. 이미 맨 뒤 구석에서 기 빨린채 시작한다.


- N: 슨생의 동작을 못 따라한다. 전체적인 인상이나 이미지는 들어오는데, 감각곶아적인 특성상 남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도 그 물리적 움직임을 쉽게 모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클라스 전체가 하하호호 참 쉽죠? 하고 따라하는 가운데, 혼자 어버버에베베데데덷 하고 헤매고 있다 보면 이미 순서 엔딩ㅋ. 


- T: 내향사고형적인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왜 A동작 다음에 B동작을 해야하는지를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앞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짐짓 당연하게 어떤 연속동작들을 시전하고, 사람들은 당연하게 따라하더라고. 그런데 나는 왜 이 동작 다음에 저 동작이 나와야 하는지가 당연하지가 않고 이해가 안 돼서 생각하다 동작을 놓치고.... 그래서 순서도 못 외움. 이건 T의 문제도 있는데 NT가 결합돼서 더 이지랄이 된 것 같다.


- P: 그리고 청개구리 인식 성향 때문인지, 어떤 고정된 움직임 안무 패턴을 얌전하게 끝까지 따라하는게 아니라 꼭 중간에 변화를 주고 싶어진다. '야 시발 남들이랑 똑같이 하기 싫다? 지금쯤 웬지 변화를 주고 싶은데? 아트란 그런 거 아니겠냐?' 같은 것. 그런데, 기본 동작 하나도 제대로 소화를 하지 못하는 몸치 주제에 변화를 제대로 줄 리가 없잖아. 그냥 남들이 보기엔 존나 혼자 병신처럼 비틀대면서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지.




.... 음 아니 근데 다 떠나서, 춤같은 걸 추는데 이미 저렇게 왜 춤을 못 추는 것인지 분석하고 지랄하는게 다 틀린거다.


뭐 그런데 그것도 인팁새끼들 종특인듯ㅋ.


아래 한 얭키성님의 포스팅을 보니, 더더욱 내가 춤을 못 추는 이유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드러난다.


친절한 번역.jpg : 인팁이 잘 하는 짓

1) 과한 분석질

2) 마지막까지 미루기

3) 민감한 주제를 우연히도 잘 건드리기

4) 4시간 동안 한 장소에 꼼짝 않고 있기

5) 물리적인 디테일을 눈치 못 채기

6) 소소한 강박들이 많음





그렇게 당연하게 몸치로 살다가 어느날, 


드디어 춤을 추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 언젠가 투비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