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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움직이기(춤)

INTP주제에 무려 춤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_(2)

나는 춤 중에서도 소셜댄스(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1. 소셜댄스


사실 소셜댄스를 언젠가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구체적인 결심은 아니더라도, 마음 속에서 어느새 그렇게 정하고 있었다.


사실 나에게는, 이 세상 모두가 순수하게 연결된 감정을 (찰나일지언정) 느낄 수 있다는 순진한 낭만이 아직 남아 있다.


현실적 부침으로 이제 온전히 이 낭만을 믿진 않으며 입밖으로 내진 않는 이야기지만, 이게 내가 60년대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몰라.


이런 나의 '위아더월드 이세상 모두가 친구'라는 히피적 낭만을 구현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소셜댄스를 발견하게 된 거다.





여행을 하다 거리에 앉아서 사람들 구경을 할 때가 있다. 


선선한 저녁무렵, 광장에서 누군가 음악을 연주하면, 거리에서 사람들이 친구와, 혹은 일면식 없는 낯선사람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나랑 상관은 없지만 그냥 퍼온 길거리 스윙댄스 영상.유튭



가만히 앉아 구경하고 있던 내게도 누군가 손을 내민다.


'저 춤 출 줄 몰라요'


'괜찮아요'


그 사람은 자기 이름을 말하고, 내 이름을 묻고는 나를 조심스레 리드했다. 


이게 무슨 춤인지, 스텝도 뭣도 하나도 모르는데 내가 춤을 추고 있다. 


분명 어설프겠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고 평가하지 않는다. 나도 그냥 움직이는 게 재미있을 뿐이다. 상대가 가이드하는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내 움직임과 상대의 움직임이 합쳐져 어떤 춤동작을 즉석에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와 잘 추시네요! 정말 잘 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너무 재밌어요!'


두세곡 쯤의 음악이 끝나자 이름만 간신히 알고 국적도 나이도 신분도 모르는 그 사람은 좋은 춤이었다며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이렇게라면 밤새도록 누구와라도 춤을 출 수 있어. 남녀노소, 계급장, 모국어를 다 내려놓고 누구와도.


내가 어디 사는 누구며 몇 살인지, 뭘하는지 등등 쓸데없는 건 아무것도 알려줄 필요가 없는 거야.


굳이 나를 스타처럼 멋지게 어필해 보이려는 퍼포먼스도 아니고, 상대 이성을 사로잡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섹시댄스류도 아닌, 


그냥 할머니와 손자, 할아버지와 지나가던 어린 소년/소녀가 손을 맞잡고, 인종 나이 계급장 다 까고 춤으로 지금 이 순간을 공유하는 것. 


마치 날씨 좋고 기분 좋은 날, 밖에서 술 쳐먹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지구촌이 하나인 것 같은 착각을 갖고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나의 위아더월드 히피적 낭만이 처음 불타올르게 된 것이다 -ㅅ-ㅋ






2. 스윙댄스


파트너 댄스-소셜댄스-는 살사, 탱고, 스윙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내가 처음 접했던 춤은 살사였고, 남미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스윙댄스를 배우기로 했다.


그게 말이지, 음.....



1) 춤의 흐름이 갱쟝히 Ti적이다. 


어 그러니까, 동작이 아주 박자가 챡챡 맞아서, 

음악에 쏘울을 담지 않아도 머리로 대충 계산해서 따라할 수 있다 ^_T


아니 존나 춤주제에 무슨 아바이수령님 모시는 매스게임처럼 카운트별로 박자가 계산이 딱딱 맞는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더 올라가면 안 그렇겠지만 일단 시작하는 입장에서 무식하게 지껄이는 소리다)


그래서 몸치 기계인간 초보자인 나는 1/4박에 오른발 2/4박째에 몸을 90도 돌리기....이런식으로, 

남들은 한 번 보면 잘만 따라하는 동작을 몰래 쪼개서 따라하곤 했다.




에...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인데, 동작이 왜 나오는지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된다.


예를 들어, A 동작을 하며 힘을 응축하여 그 응축한 힘으로 B가 자연스레 나온다거나 뭐 그러하다. 실제로 설명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스윙댄스를 추는 엔지니어가 그렇게 많다 -_-ㅋ


미쿡쪽에서는 스윙댄서는 뭐 엔지니어링쪽 학위 하나쯤 갖고 있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함 -_-ㅋ


링크를 걸고 싶은데 너무 많아서 못 걸 지경이다.


잘은 모르지만 한국에도 엔지니어들이 꽤 많이 배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엔지니어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서도, 


이런 논리적인 설명이나 적용이 Ti적 기질과 잘 맞아 떨어지기에, 스윙댄스(지터벅/찰스턴/린디합)를 시작하는데 다른 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음.... 어쩌면 엔지니어들이 강사를 실제로 많이 하고 있어서 설명을 단지 저렇게 논리적으로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2) 동작이 깨발랄함 (신체접촉이나 미묘한 분위기가 거의 없음)


계급장 떼고 위아더월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과한 남녀(or동성)간의 신체접촉이나 존나 짝짓기 직전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보다는, 


그냥 접촉이 적고 깨발랄한게 나음.


그리고 원래 사람하고 신체접촉 과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


누군가 린디합(내가 배우는 스윙댄스의 세부장르)을 아래처럼 묘사해놨는데 좀 이런 분위기임ㅋ




3) 게임하는 것 같은 재미


에... 춤추는 게 묘하게 게임하는 느낌이다. 

수업 시간에는 일단 다양한 기본 동작들을 배운다. 

그리고 실제로 랜덤한 사람과 춤을 출 때는 딱히 정해진 안무 없이 이 기본 동작들을 이용해서 즉석에서 추는 것이다.

리더(a.k.a.리드. 보통 남자가 이 역할을 한다)는 어떤 동작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시작하면, 팔뤄(a.k.a. 팔로우. 보통 여자가 이 역할을 함)가 그 동작을 바로 완성하는 형태임.

그게 말이 아니라 근육의 밀고 땡김과 간단한 동작을 이용해서 오가는 것이라서 뭔가 게임하는 것 같은 재미가 있는 거시다.




어 그리고 춤만 추고 꺼지면,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말하는 거 안 좋아하거나 내향형인 사람한테도 굉장히 편함.




여하튼 이제 더 쓰기 귀찮아졌지만 그런 이유로 스윙댄스를 배우기 시작했음.

지금까지 보면 성격적으로 그나마 인팁에게 잘 맞는 춤인 것 같음.


단지 그 랜덤한 사람하고 붙어서 춤추는 '제너럴' 혹은 '소셜'이라는 댄스파티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좀 피곤하고, 

내가 꿈꾸는 '위아더월드 우리모두 친구'스러운 분위기가 아닌, 맘에 드는 남녀를 타깃으로 춤 신청을 하고 짝짓기를 하는 분위기들이 보여서 더 피곤하지만, 일단 꾸준히 배워보려고 함.



그리고 가끔 각종 정보글이나 퍼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