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래. 좀 도전적이고 목표 달성에서 뿌듯함을 얻는 사람이라면 그런 플래너가 좋을 거다.
그런데 난 훈계를 받으면 자동으로 반항심이 솟는 중이병자거든.
그리고 무기력 정점을 찍은 유리멘탈 시점에서는, 그런 훈계 한마디 듣는 것도 알게 모르게 마음에 짐이 되더라고ㅋ.
그런 점에서 이너가이드 플래너가 매우 유용했다.
이너가이드 플래너의 코칭은 뭔가 좀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보통 비전이나 버킷 리스트 적을 때, 온통 "네가 이룩하고 싶은 일"을 적게 하잖아? 그런데 이너가이드에서는 그런 외부적 목표와 함께 내부적인 성장 계획도 적게 돼 있더라고.
물론 그거 한 번 적는다고 해서 매일 들춰보여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 이 플래너는 나의 영혼을 매만져주는구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주더라.
유리멘탈러에겐 좋은 착각이다.
그리고 온통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듦.
그런 기분좋은 경험들을 쓰다 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할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기도 하고.
종합적으로 말해, 사실 내용 자체는 기존 라이프 코칭과 엄청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접근방법 면에서 다독이는 느낌을 주고, 뭔가 상냥하고,
"이럴 땐 이렇게!"라는 식의 실용적인 팁들도 많아서 머리에 잘 들어왔음.
확실히 잘 썼음. 가이드만도 따로 팔았으면 좋겠음.
근데 어쩌면 이게 친숙한 한국어가 아니라서 ㅋㅋㅋ거부감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2] 자기가 쓴 가이드 내용 일부를 매일 돌아보게 돼 있음.
데일리 페이지에 'ㅇㅇ페이지를 보세요' 이런식의 메모가 있음.
그 페이지를 보면 내가 가이드를 통해 도출한 비전 혹은 목표가 적혀있어서 매일 '아 나 이거 하고 싶댔지' 하는 걸 리마인드 할 수 있음.
그리고 그 목표도 '나는 반드시 이것을 한다'는 부담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원하는 게 완성됐을 때의 자기 모습이나 기분을 묘사'해 놓게 돼 있어서 기분도 좋고 동기부여도 된다. 유리멘탈일 때는 훈계받으면 그냥 '야 난 쓰레기니까 그냥 이번생은 망했어ㅋ'가 되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됨. 엉엉.
그리고 뭔가 나쁜 습관에 대한 원인이나 해결책을 자기 스스로 적어보게 함.
그리고 그 페이지를 매일 돌아보도록 데일리 페이지에 지시문이 적혀 있음.
이것은 자기가 스스로 발견하여 적은 해결책이기 때문에, 애초에 솔직하게 잘 적어놨다면, 무엇보다 좋은 해결책이다. 보면 뼈 때린다.
보통은 이런 가이드는 단 한 번 쓰고 일년간 그 결심을 잊게 되는데ㅋ, 이런 구성이 상당히 좋았음.
3] 1년짜리 플래너 다 못 쓰는 사람
나같은 사람은 다이어리든 플래너든 뭔가 사면, 처음에는 대차게 시작하다가 잘 쓰지도 못하고 뭔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질려서 새걸 사고 버리고 돈지랄을 함.
근데 이건 90일 분으로 돼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ㅋ 그리고 90일간 매일 아래에 격려 메시지같은게 바뀌어서 나옴. 그 메시지도 훈계가 아니라서 나름 괜찮았음.
4] 일반 플래너를 쓰면 영혼이 고자되는 느낌을 받는 사람
오늘의 할일 리스트만 쓰게 돼 있는 게 아니라, 생각, 아이디어, 기분체크하는 란도 있음.
무기력병자가 되면 할 일 적거나 보는 것도 부담이 되거든.
그래서 멘탈 다독다독 하면서 그냥 자기 기분 쭉 적다가 할일들 적을 기분이 되면 그때 적어도 된다.
5] 막 만들어서 부담이 없음.
이거 좀 웃긴데, 이 플래너가 워낙 대충 워드에 글자 쳐서 인쇄한 후 A4 대충 잘라 막 만든 것처럼 생겼거든?
그래서 오히려 쓰는데 부담이 없다.
플래너가 너무나 고오오오급스러우면 기분은 황송한데, 뭔가 잘 써야 할 것 같고 아까워서 결국 잘 쓰지 못하고 버리기 쉽거든. 그런데 이건 너무 막만든 티가 나서 그냥 부담없이 팍팍 잘 갈겨 쓰게 되더라고.
그러다 보니 줄, 칸, 섹션 무시하고 내가 쓰고 싶은거 막 갈겨 쓰곤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게 창의력 돋고 좋았다.
6] 마음만 다독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게 만듦
가끔 '당신은 너무나 솢중해요 나를 위해 돈을 써봐염' 이런 메시지들을 보는데, 물론 그런 정신승리도 좋지만, 플래너를 살 때 궁극적인 목표는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PLANner인 것이잖아?
이 플래너는 분명 유리멘탈용 치유플래너긴 한데, 너무 치유일색으로 빠지지 않고 좀 살가운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가 정한 비전이든 목표든 사명이든을 위해 뭔가 할 기분이 나게 만들었음.
적어도 나는 단기목표를 위해 실제로 이 플래너를 90일간 쓰고, 그걸 이뤄내기도 했다.
3. 아쉬운 점
- 영어다.
앞에 가이드도 전부 영어임. 그거 불편하면 그냥 gg각.
- 정보정리같은 건 기대하지 말자. 업무 등 본격적 용도는 앞뒤 바꿔 쓸 수 있는 시스템플래너류를 쓰거나 에버노트, 개인위키 등 다른 것 쓰세요. 이건 힐링ㅋ플래너임.
- 무겁고 크고 투박하다.
그런데 내 경우엔 이게 시원시원하고 막 쓰기 좋아서 장점이었음.
- 가이드 쓰는게 시간이 은근 많이 걸린다.
하루 종일 다 잡아먹는다고 보면 된다. 이틀 내내 걸릴 수도 있다.
가이드에 부담 느끼지 말고, 어차피 내지 질감이나 디자인이 병신같으니까 그냥 가볍게 낙서하며 쓰도록 하자.
종합적으로는, 유리멘탈 됐을 때 마음을 다독이며 단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좋은 플래너로 강추함.
적어도 내가 경험한 플래너들 중, 가이드가 달린 것으로는 이게 제일 좋았음.
앞에서도 썼지만, 나는 이 회사와 무관하며 내 돈 지랄을하여 구입한 것임을 밝힘.
구입은 아마존 가서 하면 된다.